국민·바른 '공동교섭단체' 불가능 무게..바른정당 '사면초가'

이혜훈 바른정당 전 대표(왼쪽)와 유승민 의원이 지난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관세청·조달청·통계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깨끗한 보수’를 선언하며 옛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서 탈당해 출범한 바른정당이 사실상 붕괴 초읽기에 들어갔다. 통합파(한국당과의 통합)와 자강파(현 바른정당 체제 유지)간 균열이 생기면서 이달말 국정감사를 마치고 내달 13일 예정된 전당대회 전 서로 노선을 달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아직 확정적이거나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바른정당에서 이탈해 한국당으로 되돌아가려는 의원수는 최대 15명까지 거론되고 있다.

국회법상 교섭단체는 의원 20명 이상일 때만 인정하므로 의석수 20명을 점하고 있는 바른정당으로선 1명만 이탈해도 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된다. 의원 6명으로 구성된 정의당과 같은 소수정당으로 남게 되는 셈이다. 이에 국민의당-바른정당 의원 2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정책포럼인 ‘국민통합포럼’ 내에서 일부 의원들이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방안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개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국민의당-바른정당 의원들로 구성된 공동교섭단체는 현행 국회법(제5장 33조 1항)상 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회법 33조1항①에서는 ‘국회에 20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가 된다. 그러나 다른 교섭단체에 속하지 아니하는 20인 이상의 의원으로 따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라고 규정돼 있다. 예컨대 18대 국회에서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구성했던 ‘선진과 창조의 모임’ 선례는 두 당 모두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가능했다.

따라서 바른정당이 해체된 이후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는 자강파 의원들과 국민의당을 탈당한 일부 의원들이 합세해 별도의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시나리오 만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은 터무니없는 시나리오라며 손사레를 쳤다. 한 국민의당 의원은 “현재 국민의당이 교섭단체인 상황에서 바른정당 자강파 의원들과 별도의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 누가 국민의당을 탈당하겠는가”라며 “(언론에서)너무 앞서가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아직 명확한 선택을 하지 못한 바른정당 내 중도파가 여론을 떠보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당의 운명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막판 진로를 위해 저울질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당으로 이동하지 않고 잔류하게 될 자강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일각에서는 국민의당과의 연정설도 제기하지만 애초부터 정치적 노선이 다른데다 대권주자로 인식되는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물과 기름의 관계’로 같은 배를 타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치된 시각이다. 설사 연정을 모색한다 하더라도 어느 한 쪽은 ‘통 큰’ 양보를 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은 문제다. 박지원 전 대표 역시 “바른정당 의원들이 국민의당 정체성에 맞출 가능성은 낮다”며 “자칫 국민의당 정체성도 흔들릴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이미 과거 집권여당으로서의 지위를 경험한 자강파 의원들이 선명성이 없는 비교섭단체로서 당장 내년에 치뤄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독자적인 생존을 강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결국 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자강파만 남아 소수정당으로서 새로운 보수를 고수하느냐, 제3당인 국민의당과 연정을 모색하느냐 등으로 선택지는 많지 않다. 따라서 통합파와 자강파간 서로 과오를 묻지 않고 보수대통합 논의를 아예 없던 일로 하는게 가장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바른정당 의원들이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든 우리 정치사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치는 점점 낮아지고 있는 듯하다. 불안정한 내부 균열로 지지층이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일 발표된 리얼미터·CBS의 10월 2주차 주간집계 여론조사에서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전주대비 0.1%포인트 하락한 5.5%를 기록, 19대 대선 이후 줄곧 바닥을 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