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을 천재라고 떠벌리고 다닌다. 500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팔로우하는 자신의 트위터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난 매우 안정적인 천재(very stable genius)”라고 쓰는 사람이다. 다른 건 몰라도, 멘탈만큼은 대단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우려와 조롱이 적지 않다. 심지어 정신상태를 의심하는 목소리까지 있다. 언론인 출신인 마이클 울프는 자신의 저서 ‘화염과 분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백악관의 사람들 얘기가 트럼프 대통령이 오랜 친구를 잘 알아보지 못하고 같은 얘기를 똑같이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울프는 “백악관 고위 참모들도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수행할만한 정신 상태를 갖췄느냐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때에도 당시 레이건의 정신상태에 대해서 소문이 무성했는데, 그가 퇴임한 5년 뒤에 실제로 레이건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을 자꾸 이런 식으로 취급하면 결론이 허무해진다. 그가 자유무역을 부정하고 동맹국인 한국 등에까지 관세 폭탄을 부과하는 이유가, 그저 경제학에 대해 무식하고 특유의 똥고집 때문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꼴이다. 정서적으로 속 시원한 느낌은 있지만, 이러면 우리가 대응할 게 별로 없다. 뭘 어쩌겠는가. 이상한 사람이 한 짓이라는데.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아주 주도면밀한 이성적 인물이고, 그의 말처럼 ‘안정적 천재’라고 가정하는 게 우리 입장에선 유용하다. 그래야 미국의 문제가 훨씬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별로 잃은 게 없다. 그저 최악의 카드를 먼저 내밀었다가, 조금씩 양보해주고 있을 뿐이다. 평판이 다소 깎인 것 말고는 당장 손해본 건 많지 않다. 누군가 그랬다. “언론들이 트럼프 욕한다고 난리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게 뭐가 있냐”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에게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분석의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