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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A단지 전용면적 114㎡형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실거래가 기준 13억5000만원이다. 2017년에만 해도 6억85000만원이었지만 2년 새 두 배로 껑충 뛰어 올랐다. 당시 중국인들이 이 일대 아파트를 사재기했다는 게 중개업소의 공통된 목소리다.
비트코인 차이나머니, 부동산 투자로 돌아섰다
정부가 ‘대출 옥죄기’ 등 부동산 수요를 억누르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외국인들의 국내 주택 매수 금액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내국인 수요만 규제하는 사이, 왕서방이 돈 보따리 들고 와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집값을 다 끌어올리고 있다”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국내 주택을 매수한 외국인 가운데 60%가 중국인이다. 이들의 씀씀이는 기존 거주 밀집 지역인 구로·금천뿐만 아니라 강남·용산 등 투기지역으로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이들의 씀씀이는 ‘연고지 투자’ 지역인 구로·금천·영등포뿐만 아니라 강남·용산 등 고가주택일 밀집한 투기지역으로까지 뻗어 나가고 있다.
자치구별로는 서울 구로와 영등포, 금천 등에서 중국인 비중이 높았다. 이들 지역에서는 외국인이 각각 △270채 △173채 △168채의 주택을 샀다. 이중 중국인이 산 주택 수는 각각 △254채 △118채 △158채로 비중은 최대 94%가 넘는다. 이 지역 외국인 주택의 10채 중 8~9채는 중국인이 거래했다.
강남과 용산 등 고가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도 매입한 주택 수가 크게 늘었다. 중국인들이 강남에선 2018년 누적 11채의 주택(76억1200만원 규모)을 샀지만 지난해(2019년 9월 누적)는 13채(226억8000만원)를 구매했다. 같은 기간 용산은 9건(38억4300만원)에서 21건(581억9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남 A공인은 “중국 내 비트코인 규제 이후 국내에 들어왔던 차이나머니가 안정적인 수요처인 서울 부동산으로 몰렸고 대출도 없이 중국 개인명의와 법인명의로 상당 수 고가주택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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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외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살 때 거주 외국인은 ‘외국환 거래법’상의 신고절차 없이 매매계약 후 60일 이내 관할 시·군·구청에 신고하면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할 수 있다. 비거주외국인의 경우 부동산 취득자금 반입 시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외국환은행장에게 신고를 한 뒤 부동산을 살 수 있다.
해외 주요국들은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자로 ‘집값 버블’ 논란이 일자 관련 법규 정비에 나섰다. 호주는 자국 부동산을 현금으로 매입 시 자금출처와 매입자 신분을 확인하는 등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돈세탁 통로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캐나다는 2018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에 유입된 돈세탁 자금이 집값을 약 5% 상승시켰다는 정부 보고서를 발표했다. BC주 부동산 시장에는 당해 약 4조3716억원의 불법자금이 유입됐고 당국은 투기세나 고가주택에 부과되는 세금을 신설하기도 했다.
홍철호 의원은 “외국인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와 자금 출처 등 각종 부동산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외국인과 비교해 내국인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를 살피고, 자금출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도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