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지난주 이 코너를 통해 나랏돈을 바라보는 정치권을 조명했지요. 경제가 어려울 때 재정지출 유혹이 있다는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도로·철도 깔고 다리 놓고 터널 뚫고 공항·항만 세우면, 물론 경제에 일부 도움이 되겠지요. 그래도 일에는 순서가 있지 않겠습니까. 사회간접자본(SOC)이 약했던 개발경제시대 때는 시급했을 겁니다. 지금은, 글쎄요. 경제성이 담보되지 않는데 빚까지 지면서 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더구나 정부사업은 실패해도 누가 책임지지 않잖아요.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 내년 예산안 마지막 당정협의에서 지역예산을 늘리라는 여당의 일침이 거의 협박 수준이었습니다.
어느 독자 분은 이러더라고요. “국가가 부도 나든 말든 정치인들은 인기만 유지하려고 하네요.”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는데요. 개혁이란 개혁은 모조리 얘기했더군요. 하나 빠진 게 예산개혁이었습니다. 예산은 곧 국회의원의 기득권이죠. 나라가 어려우니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하는데, 정작 왜 국회의원만 예외일까요.
해고는 ‘시장실패’ 말하면서 왜 고용은 ‘시장자율’ 말하나
그렇다고 여권의 나머지 개혁은 잘 될까요. 저는 김무성 대표의 연설을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소회 혹은 단상이라고 할까요. 특히 박근혜정부의 숙원인 노동개혁 얘기를 2주에 걸쳐 독자 여러분과 나눠볼까 합니다.
그래도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큰 두 축인 ‘해고’와 ‘고용’을 다루는 여권의 방식입니다. 중·장년층이 많아 청년층이 피해를 본다면 이건 시장이 실패한 겁니다. 정부가 의지를 보이는데, 이미 상당수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노사 합의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해고요건을 완화하는 것도 그 실효성 여부를 떠나 정부가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여권은 고용은 유독 시장자율을 고집합니다. 임금피크제와 청년 채용의 상관관계 논쟁이 저는 공허하게 들립니다. 당장 기업에 맡겼더니 어떻게 됐습니까. 대기업집단들이 대책을 내놓긴 했지요. 결국 ‘인턴 늘리기’였습니다. 청년 채용을 강제해야 한다는 얘기가 결코 아닙니다. 어떤 식으로든 정부의 역할을 찾아야지요. 그래야 균형 잡힌 개혁이 되지 않겠습니까.
김 대표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노동개혁은 청년 일자리 창출,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 노동시장의 안정성 높이기 라는 목표를 갖고 추진돼야 합니다.” 여권은 각각의 시장실패에 따른 개입 정도가 왜 다른지 설명해야 합니다. 자칫 해고만 쉬워지고 고용은 제자리걸음일 수도 있을 겁니다.
우려스러운 대기업 노조 향한 날선 언어…편 가르기 걱정
김 대표의 연설에서 우려되는 건 또 있습니다. 그는 “대기업 정규직 강성노조가 많이 포함된 민주노총의 경우 노사정위원회 참여도 거부하고 파업을 일삼으며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했지요.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다만 그것은 비슷한 일을 하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와 하청기업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가 너무 다르다는 지점에서 입니다. 처우 불평등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으니 그 격차를 줄여야 한다면 동의합니다. 그것은 이견이 거의 없을 겁니다. 다만 마치 대기업 근로자가 빈둥빈둥 놀면서 고임금을 받는다는 생각이라면, 잘못된 겁니다. 울산이나 거제를 가보세요. 다른 산업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든 조선이든 정유든 석유화학이든, 그 지역 근로자의 로열티(충성심)는 상상을 넘어섭니다. 직장이 곧 삶이지요. 이직률도 낮습니다. 좋은 처우가 동력이 돼 높은 생산성이 나오는 것이지요.
고임금이 기업에 꼭 나쁜 것도 아닙니다. 높은 생산성이 높은 이익을 만드는 선순환 구조라면 기업에 이보다 좋은 방법이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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