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10년 넘게 봐왔던 최측근의 평가다. ‘글로벌’ 카카오를 지향하며 27일 여민수·조수용 공동 대표 체제를 출범시킨 김 의장의 판단에 대한 해석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2000년대 초반 NHN(네이버 전신) 시절 김범수 의장과 함께 일했던 사이다. 김 의장과는 20년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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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용 대표와 여민수 대표 모두 NHN 초기 멤버로 오늘날의 네이버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조 대표는 네이버의 상징색을 녹색으로 정했다. 브랜드 전문가로 네이버가 국내 최고 인터넷 브랜드가 되기까지 헌신했다. 여 대표는 온라인 광고 전문가로 네이버 매출 성장에 조력했다.
변화의 시기 ‘냉혹하면서도 과감한 결정’
이런 김 의장도 변화의 시기에서는 냉혹하다. 그는 임지훈 카카오 전 대표의 용퇴를 과감히 결정했다. 카카오가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브랜드·사업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한 ‘만능플랫폼’화를 꿈꿨던 임 전 대표 이상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물론 공식적으로 임 대표의 자진 사퇴 형식이었다. 업계에서는 김 의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입을 모았다.
카카오톡을 인공지능(AI) 스피커, 주문·결제, 송금이 가능한 생활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비전도 확고해졌다. 더욱이 임 대표 재임 시절 진행했던 인수·합병(M&A)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멜론의 로엔엔터테인먼트(카카오M) 인수가 그 예다.
매출도 전임 대표들보다 준수했다. 연결기준 2015년 9322억원이던 카카오 매출은 2016년 1조4642억원, 2017년1조9724억원을 기록했다. 로엔의 매출 편입과 온라인 광고의 회복세가 주효했다.
김 의장은 이런 성과를 낸 임 대표보다 여민수·조수용 공동 대표를 선택했다. 2000년대 초반 NHN(네이버 전신) 재직 시절 함께 일했던 이들이다. 김 의장은 이들을 카카오 부사장으로 불러낸 뒤 대표직까지 맡겼다.
믿을 맨에게는 ‘파격·무한 신뢰’
이 과정 중에 김 의장은 파격 결정을 한다. 조 대표의 겸직을 허용했던 것. 조 대표는 지난 8년간 브랜드 디자인 컨설팅 회사 JOH를 경영했다. 가수 박지윤 과 함께 개인 팟캐스트도 운영했다. 최근 들어 김 의장은 JOH를 238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재 영입을 위한 김범수 특유의 통큰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2015년 당시에도 카카오는 변화가 필요한 시기였다. 포털 다음과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불거져 나왔다. 안으로는 갈라진 조직 문화를 융합하고, 밖으로는 새로운 매출원을 창출해야 했다.
다만 김 의장 입장에서는 ‘신중한 선택’이었다고 카카오 내부 관계자는 물론 외부에서도 입을 모은다. 임 전 대표가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였지만, 이미 케이크뷰벤처스에서 스타트업을 ‘골라보는’ 안목을 보여줬다.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 대표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이 부사장으로 선임됐던 때부터 차기 대표를 염두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있었다”며 “중책을 맡기기 전 적응 기간이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한 번 중책을 맡긴 인물에 대해서는 좀처럼 흔들지 않는다는 점도 김 의장의 리더십 특징 중 하나다. 카카오 실적이 부진에 빠졌던 2016년과 2017년 상반기까지 임지훈 카카오 전 대표에 대한 교체설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초에는 조수용 당시 카카오 부사장의 조기 등판설이 돌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김 의장은 임 전 대표의 임기를 보장해줬다. 임 대표는 자신의 AI 비전을 실천했고, 이는 카카오가 AI 선두 업체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