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式 성공전략…"정용진 전술로 정용진 넘는다"

정 총괄사장, 분리경영 이후 신세계百 PB 대거 출시
뷰티편집숍 시코르 론칭하며 소매 유통시장에도 진출
정용진 부회장의 피코크·노브랜드 전문관 등 전략 유사
정유경, 패션·뷰티 주력해 같은 듯 다른 행보
  • 등록 2018-05-29 오전 6:00:00

    수정 2018-05-29 오전 10:00:44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처음 이마트를 구상할 때 일본, 미국 마트를 조합해서 만들었다. 이 세상에 카피캣(모방자)이 아닌 사람은 없다.”

지난 3월 신세계그룹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경쟁사인 홈플러스의 새 경영전략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정 부회장은 자기 식으로 카피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같은 평가를 동생이자 경쟁자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에게도 할까.

최근 정 총괄사장의 행보를 보면 정 부회장이 개척한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다만 정 총괄사장은 정 부회장의 경영전술을 백화점 특성에 맞춰 변형해 사용한다. 같은 듯 다른 전략인 셈이다. 이에 따라 두 남매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유경 총괄사장, PB 확장·소매점 강화로 광폭 행보

28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자체브랜드(PB)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연내 추가 브랜드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PB 대상 브랜드는 뷰티와 패션, 리빙 등 백화점의 핵심상품 전 분야에 걸쳐있다. 백화점 부문의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정 총괄사장이 전면에 나선 이후 본격적으로 PB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16년 9월 캐시미어 전문 브랜드 ‘델라라나’를 론칭하면서 PB 시장에 뛰어들었다.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백화점 전면에 나선지 약 1년 만이다. 이어 지난해 2월 업계 최초로 다이아몬드 브랜드 ‘아디르’를 선보였고 그해 8월과 9월 란제리 브랜드 ‘언컷’, 캐주얼 브랜드 ‘일라일’을 연달아 출시했다. 2년 사이에 4개의 PB 라인을 내놓았다.

PB 라인은 신세계백화점의 성장 동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델라라나와 아디르는 지난 23일 누계기준 매출이 각각 올해 목표대비 4.0%, 14.4% 초과 달성했다. 같은 기간 일라이와 언컷 역시 목표대비 15.4%, 19.4% 넘는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정 총괄사장의 PB 전략이 들어맞은 셈이다.

정 총괄사장은 2016년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 뷰티편집숍 시코르 1호점을 열며 소매 유통업으로 경영 보폭을 확장했다. 시코르에선 신세계백화점에서만 볼 수 있는 단독 브랜드 20여개를 포함해 180여개의 글로벌 브랜드 상품이 판매된다.

시코르는 정 총괄사장의 승부사 기질을 엿볼 수 있는 사업이다. ‘온실 속 화초’처럼 시코르 매장을 운영할 수 있었으나 뷰티 격전지인 강남에 진출하며 진검승부를 택했다. 특히 시코르 강남점은 뷰티시장 강자인 헬스앤뷰티(H&B) 올리브영 매장과 불과 90m 떨어진 거리에 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시코르는 11호점까지 매장 수를 늘렸으며 연내 20호점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정용진 부회장의 길 답습하는 정유경…같지만 다르다

정 총괄사장의 행보는 정 부회장과 오버랩 된다. 경영 전략상 겹치는 면이 많아서다. PB 강화와 유통 채널 확대 전략은 정 부회장이 앞서 선보였다. 정 부회장은 2013년 이마트 가정간편식(HMR) PB 피코크를 내놓은 뒤 2015년 가성비 PB 노브랜드를 출시했다. 두 브랜드는 지난해 각각 2400억원, 29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출시 첫해 대비 각각 606%, 1160% 신장한 수치다. 성장의 과실은 노브랜드 전문점, PK마켓으로 이어졌다. PK마켓은 내년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어 이마트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정 부회장은 소매 유통 시장에서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와 쇼핑 테마파크 스타필드 등 새로운 형식을 소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트레이더스는 2010년 개점 이후 7년 만에 매출이 30배 이상 늘어나는 성과도 보였다. 온라인 시장에서는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을 통해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더욱이 해외 투자자로부터 1조원가량의 투자를 끌어내 대내외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남매의 경영전략이 유사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차이점도 엿보인다. 정 부회장이 식품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 달리 정 총괄사장은 패션·뷰티부문을 강화한다. 이런 차이는 정 부회장이 이마트에서 신세계푸드로, 정 총괄사장은 백화점에서 신세계인터내셔날로 구축한 유통·제조 수직 계열화에서 찾을 수 있다. 제조와 유통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인 셈이다. 결은 다르지만 지향점이 같다고 할 수 있다.

두 남매가 경쟁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신세계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사업부의 별도 법인 설립에는 두 남매가 의기투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가족이면서 동시에 서로 경쟁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며 “경쟁 관계에 있는 사이인 동시에 신세계그룹의 성장을 위해 협력하는 관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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