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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코레일)는 지난달 31일 전국 철도역사에 손소독제와 체온계를 비치하는 등 신종 코로나 차단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대부분의 역에선 이용객이 발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체온계가 마련돼 있다. 아울러 지방자치던체들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역사 등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데일리 취재진이 서울역과 용산역, 영등포역 등 서울의 주요 역사를 직접 방문해 체온계 운영 현황을 파악한 결과 이들 역에서 사용하는 체온계 일부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역에서 확인한 체온계는 아이 체온을 재는데 주로 사용되는 가정용 기기로, 적외선을 통해 이마 밑에 흐르고 있는 동맥에서 발생하는 열을 감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신체와 접촉하지 않기 때문에 전염병 전파 우려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체온계의 사용 가능 환경이다. 이 같은 비접촉식 체온계는 상온에서만 제대로 작동되는데, 이 기기 재원을 살펴보면 15~40도가 적정 사용온도다. 낮은 기온에 오래 보관될 경우 상온에서 30분간 보관했다가 다시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체온계 보관 온도가 낮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 당시 안내데스크의 온도는 약 9도였다.
해당 제품을 생산한 업체 관계자는 “적정 사용온도에서 사용하지 않으면 작동이 안 되거나 정상적인 측정이 어려울 수 있다”며 “상온에 보관해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체온계 대부분이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한 시기에 보급된 것으로 당시에는 봄~여름에 사용이 집중돼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는 겨울철 유행해 오작동의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레일 관계자는 “체온계는 원래 상온을 유지하는 역무실에 있는 것이 원칙”이라며 “(안내데스크 등에서) 고객이 체온 측정을 요구해 직원용으로 배치된 체온계를 사용했을 수 있는데, 작동이 되지 않으면 역무실에서 측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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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은 서울역뿐만 아니라 용산역도 마찬가지였다. 용산역에는 용산구청에서 나온 직원들이 시민의 발열여부를 체크할 수 있는 두 곳의 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역시 비접촉식 체온계를 이용하고 있었다. 한 곳에서는 기자의 체온이 정상적으로 측정(36.2도)됐지만 한 곳에서는 33.7도로 낮게 측정됐다. 낮은 기온으로 체온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80대 이모씨는 “(체온계가) 작동이 안 된다면 있으나 마나 한 것 아닌가. 작동이 되는 것으로 전면 교체를 해야한다”며 “형식적으로 구색만 갖춘 것이지,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이모(24)씨도 “체온계를 상온에 보관하지 않아 작동 되지 않는 것이라면 정상 작동할 수 있는 기기를 두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