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척간두 남북관계] 北 군사도발 예고에 파국으로 치닫나?

24시간 동안 3차례 초강경 압박 공세
北 장금철-권정근-김여정 순으로 담화
연락사무소 폭발 北 다음 도발 카드는
군사 보복 시사에…軍 준비태세 점검
9.19합의 무력화·NLL긴장조성 등 거론
  • 등록 2020-06-15 오전 6:00:00

    수정 2020-06-15 오전 7:13:06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북한이 급기야 ‘군사 행동’ 압박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남북관계 파탄을 언급한 지 불과 10여일만이다.

북한은 지난 주말 24시간 동안 무려 3차례에 걸쳐 대남 압박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거와 군사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불과 하루 앞둔 14일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을 넘어서 파국 위기에 몰린 것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北 하루새 3차례 성명…“남북간 합의 준수해야” 정부 원론적 입장만 재확인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 13일 군사 행동에 나설 것을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북한이 문제 삼아온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청와대까지 나서 엄정한 대응을 밝혔지만, 되려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하겠다’는 초강수를 두면서다. 통일부는 14일 ‘군사적 행동을 취하겠다’고 경고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와 관련해 “현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남북은 남북간 합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재확인했다.

김 부부장은 전날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다음번 (남측을 향한)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했다. 4일 대북 전단(삐라) 살포 중단을 촉구하며 연락사무소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언급한 연장선으로, 김 부부장은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섬뜩한 경고를 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우리의 합동참모본부와 유사한 조직이다. 북한의 모든 군사작전을 지휘한다. 김 제1부부장이 총참모부에 행사권을 넘겼다는 것은 대남 군사 행동을 지시·승인했다는 해석으로 읽힌다.

이에 국방부도 이날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 우리 군은 확고한 군사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9.19 군사합의는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간 북한의 비난 담화에 ‘통일부 입장’으로 갈음하던 국방부가 별도의 입장을 낸 것은 군사 도발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북한은 12일 밤부터 13일 밤까지 이례적으로 3차례의 담화를 연달아 발표해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12일 밤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이 청와대를 향해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다”며 강한 불신을 표명한 것이 시작이다. 이어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북미대화 조속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우리 외교부를 향해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는 거친 담화를 냈다. 아울러 김 제1부부장이 13일 밤 담화에서 ‘남북관계 결별’을 언급하기에 이른 것이다.

전문가들 군사적 행동 가능성↑·서해 NLL 도발 위협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경고가 ‘예상된 반응’이라면서도 향후 정부의 대응이 시원 찮을 경우 예고대로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북한이 코로나 사태와 대북 제재 어려움 속, 진전 없는 남북관계에 대한 불만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과의 세 차례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나면서 실망감과 배신감이 컸다는 분석이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그만큼 북한 내부 사정이 다급하다는 뜻”이라며 “또 한국이 빨리 만족할 ‘제안’을 들고 오라고 재촉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남북간 연락 채널을 끊고 2단계 행동을 예고하는 등 실제 남북군사합의 무효화로 갈 수 있는 행동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엄중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조만간 폐쇄할 것”이라면서 “대북 전단이 다시 보일 경우 군사적 도발도 불사하겠다는 다음 계획이 이미 수립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도 “북한이 상호 신뢰의 기초인 연락부터 끊은 뒤 김여정이 예고한 것처럼 군사적 조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꽃게잡이 철 막바지인 이달 중 북한이 어업지도선(단속정)을 활용한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며 “정전협정상 (합의가) 없고, 북한이 NLL을 인정한 적이 없다는 점, 꽃게철임을 고려하면, 서해에 설정된 완충구역에서 뭔가 계획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다만 군사 도발을 할 경우 핵실험이나 ICBM은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금지선)’에 해당할 수 있어 그 보다는 저강도인 단거리 미사일, 방사포 시험 발사, 신형 잠수함 공개 등으로 도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북한의 조치들을 보면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며, 정부가 이제라도 구체적이고 명확한 로드맵을 갖고 대응하지 않으면 심각한 난국에 빠질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 그림 같은 티샷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