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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작가는 친구 입양은 실질적인 필요에 의한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은 작가는 도시 생활에 지쳐 농촌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고, 보수적인 농촌에서 1인 비혼 여성 가구로 살아가기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며 그곳에서 만난 본인과 비슷한 친구와 함께 살게 됐다. 그렇게 5년여를 실질적으로 서로를 돌보는 가족으로 친구와 함께 살던 은 작가는 갑자기 건강상의 문제로 응급실에 가게 되면서, 친구와 법적인 가족으로 엮일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위급 상황에서 실무적인 일처리를 위해선 법적인 보호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입양 이야기를 공개하게 된 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선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은 작가는 “친구와 입양가족이 돼야겠다고 결정한 뒤 우리와 같은 사례가 있는지 열심히 찾아봤는데 찾을 수 없었다”며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 또 세상이 정해놓은 틀에 맞춰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 우리의 사례를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의 범주가 서로를 의지하고 돌보며 사는 관계로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 작가는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실질적으로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법적 가족에 대한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1인 가구는 계속해 늘어나는데 전통적인 가족제도만 고집해서는 돌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살면서 법정 대리인이나 보호자가 필요한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 순간 실질적인 돌봄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이같은 권한을 일부 부여하는 유연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