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n번방' 사태, 구글도 책임감 가져야

  • 등록 2020-03-25 오전 6:00:01

    수정 2020-03-25 오전 6:00:01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구글이 텔레그램 n번방 관련 연관검색어를 막지 않아요.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23일 오후 충남 예산에서 잊힐 권리에 따른 콘텐츠 삭제업(디지털 장의사)을 하는 이덕영씨(44)로부터 갑자기 연락이 왔다. 그는 “네이버나 다음에선 연관검색어를 차단해 어느 정도 피해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실명을 막는데 구글은 그렇지 않다”고 비판하면서 자신이 시작한 네티즌 운동을 소개했다.

구글에 신고해도 개선되지 않자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코드네임 제로)에 ‘n번방 피해자를 위한 작은 실천’이라는 글을 통해 구글 자동연관검색어 삭제 방법을 알리고 있다고 했다. 그가 제안한 방법은 ①구글 실행하기 ②구글 실행후 n번방 등을 검색하고 피해자 이름이나 직업 등 의심 가는 연관 검색어를 2초간 클릭하기 ③팝업창 하단의 신고하기 클릭 ④특정인에게 민감하고 차별적이라는 걸 선택하고 ⑤오른쪽 상단의 화살표(종이비행기)를 클릭해 보내기 등이다.

솔직히 이씨의 열정에 놀랐다. 그는 “박사방 등은 미성년자들에게 접근한 뒤 심리적으로 이들을 지배해 성 착취 영상을 찍은 후 이를 팔아 돈을 번 그루밍 성범죄자들”이라며 “그런데도 구글은 네이버와 달리 신고해도 소식이 없다”고 비판했다.

전화를 끊고 네이버·다음·네이트와 구글에서 n번방 관련 검색어를 넣고 엔터키를 쳐보니 정말 다른 검색 결과가 보였다. 국내 포털에선 ‘검색 결과가 없다’고 나왔지만, 구글에서는 심지어 피해자의 신상을 짐작할만 한 이름이나 사진까지 검색됐다. 유튜브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일이 구글에서만 가능한 것은 구글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으로 콘텐츠 내용 심의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네티즌 중에서는 검색 제한은 인터넷 차단과 다르지 않으니 내버려 두고 검색하지 말자는 의견도 있지만, 형사 처벌까지 언급되는 사안에 구글이 지나치게 무관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법으로 규제하지 않아도 자율적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단어가 나오면 연관 검색 제한 여부에 대해 공론화를 붙인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를 통해 법조인,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모여 ‘자동완성 및 연관 검색어’ 안건을 심의하고 이 결정에 따른다. 프라이버시 보호나 허위조작정보 등으로 판명되면 검색어에서 사라진다.

구글은 네이버·카카오와 달리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가입하지 않았다. 콘텐츠 심의에서 세계적으로 하나의 정책을 추진하기에 국내 기구에는 관심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 관련 윤리에서는 지역별, 국가별로 다른 기준이 논의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보호평가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최경진 가천대 법학대학 교수는 “국내 검색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구글도 국내 기준에 신경 써야 한다”며 “회사가 (성인물인지, 불법 콘텐츠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형사 사건이 된 n번방에 대해서도 무심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글은 최소한 KISO 자율심의 안으로 들어오기 바란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네이버에 이어 2위 검색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구글에도 더 많은 책임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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