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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이 모 씨(28·여)는 별 다른 일정이 없는 날이면 점심·저녁에 도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씨는 “취업 공부와 전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것이 어렵고 집에 오래 있으면 부모님 눈치도 보인다”라면서 “점심·저녁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 용돈을 벌면서 운동도 겸할 수 있어 꾸준히 하는 편”이라고 했다.
도보 배달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여성이 늘고 있다. 기존 배달 대행업과는 달리 별도로 이륜차 면허가 필요치 않아 진입 장벽이 낮은데다 자신의 시간에 맞춰 일을 하고 끝내면 돼 시간 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이 제한되면서 부족한 운동량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의 도보 배달 서비스 ‘우리동네 딜리버리’에 등록한 배달원 중 약 30%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에게 배달 콜을 분배하는 배달의민족의 배달 서비스 ‘배민커넥트’에 등록한 배달원 역시 25%가 여성이었다. 배민커넥트의 경우 배달 수단 중 도보를 선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배달대행업에서는 남성 배달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배달대행 서비스 ‘바로고’에 등록한 배달대행업자 중 남성의 비중은 95%에 달하고, 배달의민족의 경우 배달원 중 99%가 남성이다. 요기요 또한 전업 배달원 중 여성은 단 2명에 불과하다.
전업 배달 업자와 달리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만 배달 일을 할 수 있단 점이 여성, 특히 주부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루 일과 중 가사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전업 주부들의 경우 전일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GS리테일의 우리동네 딜리버리나 배달의민족의 배민커넥트의 경우 자신이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주문 콜을 받을지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30분이든 1시간이든 자신이 원하는 시간만큼만 일할 수 있는 셈이다.
코로나19로 집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아이와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을 원하는 여성들이 많아진 점도 도보 배달 아르바이트를 찾는 주된 이유다. 서울시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장 우려하는 사항으로 ‘운동부족으로 인한 건강문제’를 꼽은 사람이 36.8%로 가장 높게 집계됐다.
김규영 엠지플레잉 대표는 “도보 배달은 별도의 배달 기술이 필요치 않고 일할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어 여성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다”라면서 “특히 편의점의 경우 브랜드별로 전국에 1만 개가 넘는 매장이 있어 도보 배달을 소일거리로 삼는 가정주부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