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책 다시보기]서울시 청년수당發 복지논쟁이 건강한 이유

여의도 여야 정치권의 정쟁에 숨겨진 정책 이야기
  • 등록 2015-11-21 오전 8:00:00

    수정 2015-11-21 오전 8:00:00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최근 어떤 뉴스를 눈여겨 보셨습니까. 저는 테러·시위 못지않게 서울시의 청년수당 지원 소식에 눈길이 가더군요. 서울시가 미취업자 청년 중 3000명을 선발해 월 50만원씩 지원한다는 건데요. 재정당국 수장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곧바로 “명백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지요. 정치이슈화(化) 될 공산이 커보입니다.

제가 관심이 있는 건 ‘박원순표’ 청년수당의 적절성 여부가 아닙니다. 정부와 서울시 중 누구 말이 맞는지 가릴 객관적 방법도 마땅치 않습니다. 정치적 판단으로 결정되는 공공정책의 효과는 계량화가 쉽지 않지요. 제가 주목하는 건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과감한 정책 도입과 이에 반응하는 중앙정부의 지적, 이 일련의 과정입니다. 더 중요한 건 이를 다른 지자체들도 눈여겨 본다는 점입니다. 지자체들끼리 알게 모르게 ‘경쟁’을 한다는 그 사실입니다.

공공부문의 비효율은 상당부분 독점 구조에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눈 먼 돈’ ‘침 발라놓은 돈’ 예산들이 줄줄 새는 사례가 부지기수이지요. 그래서 저는 지자체들의 정책경쟁 노력을 신선하게 받아들입니다. 서울시를 비롯한 우리나라 광역시·도는 16개나 됩니다.

참신한 정책 고민하는 정치인 도백들

여권의 차기 혹은 차차기 주자로 꼽히는 원희룡 제주지사. 그가 최근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했던 얘기 중 크게 와닿았던 게 있습니다. “한꺼번에 대한민국 체제를 바꾸기에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검증이 덜 된 부분을 제주도에서 국제적 개방, 규제 완화 등 새로운 실험을 과감히 해야 합니다.” 특별자치도 특성을 십분 살려 경직된 중앙정부가 할 수 없는 정책실험을 하겠다는 겁니다.

원 지사는 “오는 2030년까지 100% 전기차로 전환해 보급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제주도 서울본부 사람들도 정책 홍보에 바쁩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달라지는 제주를 만드려면) 임기 4년으로는 짧다”고 말합니다.

원 지사와 함께 원조 소장파로 불렸던 남경필 경기지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일을 한다는 설레임 때문일까요. 몇달 전 만났던 남 지사는 5선 중진이었을 때보다 더 의욕이 넘쳤던 걸로 기억합니다. 집무실 벽에 여러 정책들을 붙여놓고 진도를 체크하더군요. 그에게서 새로움, 참신함에 대한 갈증이 느껴졌습니다. 남 지사 역시 4년만 하고 끝내고 싶진 않은 눈치였습니다.

어디 서울 경기 제주 뿐이겠습니까. 다른 지자체들도 서로 경쟁하며 정책을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게다가 도백(道伯)들 태반이 ‘큰 꿈’을 꾸는 인사들입니다. 박원순 시장과 남경필 지사, 원희룡 지사는 물론이고요. 홍준표 경남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도 이미 잠룡이지요. 유정복 인천시장, 권영진 대구시장, 김기현 울산시장, 최문순 강원지사 등도 ‘살아있는 말’로 분류하기에 충분합니다.

‘대권용’ 포퓰리즘 남발 우려도 있을 줄 압니다. 무리한 사업으로 지방재정을 멍들게 할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그 해답 역시 경쟁에서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수요자인 주민들이 외면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옆 동네는 잘 한다는데 우리 동네는 왜 이래” 같은 반응입니다. 현실정치 시각에서 보면, 지방자치는 잠룡들의 검증이라는 긍정성도 있습니다.

이는 여야 중앙정치에 던지는 시사점도 큽니다. 결정권을 가진 정당이 두 개밖에 없다 보니 경쟁은 고사하고 짬짜미만 했던 게 우리 정치사였지요.

중앙, 지방과 전향적으로 정책 논해야

문제는 ‘돈줄’을 쥔 중앙정부와의 협업입니다.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를 내심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특히 청년수당 같은 복지정책은 더 그런 경향을 보입니다. ‘결정’은 중앙이 할테니 지방은 ‘전달’을 하라는 것이지요. 최 부총리의 포퓰리즘 발언에도 이런 기류가 녹아있습니다.

제가 2주 전 이 코너에서 지적을 한 적이 있지요. 2할 자치(自治). 국세(중앙정부 몫)와 지방세(지방정부 몫)의 비중이 ‘8대2’라는 데서 유래한 겁니다. 그런데 지출은 지방정부가 오히려 더 많습니다. 중앙정부가 내려보낸 사업이 상당수이지요.

여권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은 최근 흥미로운 얘기를 했습니다. “지방 스스로 어떤 일을 할지 선택하고 세금을 자기 책임으로 조달할 정도로 늘려도 (중앙정부에서) 컨트롤이 됩니다. 말로만 지방자치라고 해놓고 (실제 지방정부는) 책임감이 없잖아요.”

저출산 고령화로 복지가 폭발하는 시대가 목전입니다. 정책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어야 할지 모릅니다. 중앙정부도 전보다 더 전향적인 자세로 지방정부와 머리를 맞대는 건 어떨까요. 독점 구조가 비효율을 부른다는 건 세상사 전반에 해당하는 교훈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여야 정치권의 정쟁 혹은 정책을 보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jungkim@edaily.co.kr로 보내주세요. 부족하지만 최대한 답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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