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일성으로 사회 전반의 ‘갑(甲)질 척결’을 내세운 이철성호(號) 경찰이 정작 조직 내부의 갑질 행태는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간제·무기계약직 근로자(주무관)들의 노동조합인 ‘경찰청공무직노동조합’은 “경찰이 해고 등 인사권을 무기로 조직 내 잘못된 관행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고될까봐”…저임금·각종 갑질에도 불만제기 못 해
전국 250개 일선서 등 경찰 조직에서 근무 중인 기간제·무기계약직 근로자는 2033명(무기계약직 1601명·기간제 432명). 공식 직책은 ‘주무관’이지만, 아직까지 일부 경관과 민원인들은 이들을 ‘아저씨’ ‘미스 김’ ‘아줌마’ 등으로 부른다.
호칭도 문제지만 이들은 각종 차별 행태에 설움을 겪고 있다.
주무관들의 월 평균 급여는 세후 126만원 정도. 그러나 이마저도 제때 지급받지 못할 때가 허다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경기 지역 한 일선서에서 사무보조원으로 일하는 B(39)씨는 “몇 해 전 서울을 비롯해 경남, 경북 등 여러 지방 경찰서에서 주무관 월급이 지급되지 않아 이듬해 1월에야 받을 수 있었다”며 “이유를 물어보니 예산이 없기 때문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노동조합이 꾸려졌지만 노조 가입자는 고작 120명(작년말 기준 가입률 6%)에 불과하다.
이경민 노조위원장은 “밉보이면 해고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가입 자체를 꺼린다”며 “온갖 잡일을 시키거나 경찰 공무원 자신이 할 일을 떠넘겨도 반발할 수 없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4년째 기관실 관리 기간제로 일하는 C(60)씨는 “계약 조건에 없던 화장실 청소와 잡초 뽑기 등 잡일을 시키기에 못하겠다고 거부해 보기도 했지만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는 협박에 어쩔 수 없이 지시를 따랐다”고 말했다.
정부 지침 어기는 경찰…“예산 부족 때문” 핑계
경찰 측은 예산 부족 탓에 가욋일 등을 맡기는 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항변했다.
정규직이 아니란 이유로 급여 및 수당 등 처우를 차별하는 것도 잘못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3년 10월 마련한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급여 및 수당, 처우에 차별을 두는 관행을 금지하고 있다. 법을 집행하는 경찰 조직이 정작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는 셈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주무관들은 ‘정원 외’로 분류돼 있어 인건비를 ‘총액 인건비’가 아닌 ‘사업비’에서 받고 있고 각 지방경찰청이 집행을 담당한다”며 “예산이 한정돼 있어 임금 및 수당 지급이나 주무관 인력 충원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경민 위원장은 “갑질 횡포를 특별 단속하겠다는 경찰이 정작 조직 내 주무관들에게 횡포를 부리는 현실은 자기모순”이라며 “예산도 예산이지만 주무관들에게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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