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신뢰하기 힘든 지도자…언제든 對北정책 바꿀 수 있어"

[신년인터뷰]①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
"北美정상 '톱타운' 접근법, 깜짝쇼 효과만 있을 뿐"
"교착? 75년간 지속돼..지금은 '인내' 필요한 시점"
  • 등록 2019-01-09 오전 6:53:44

    수정 2019-01-09 오후 4:46:49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프랭크 자누지(사진)맨스필드재단(The Maureen and Mike Mansfield Foundation)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8일(현지시간) 답방 형식을 빌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I remain skeptical)”이라고 봤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 “올해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8년간 미국 행정부와 의회·유엔 등에서 동아시아 관계 업무를 다룬 자누지 회장은 미 워싱턴 내에서 대표적인 ‘친한(親韓)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맨스필드재단은 미국 워싱턴의 대표적 싱크탱크다.

자누지 회장은 이데일리와의 신년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행(行)은 남한 정부의 정당성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북한 주민을 동요시킬 수 있다. 이는 북한 최고위층의 장기적 목표인 북한 중심의 한반도 통일 전략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이처럼 밝혔다. 다만, “당장 우군인 남한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자누지 회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한때 유력하게 거론됐던 1월은 물 건너갔다. 올해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등 미국내 정치 현안에 밀려 대북정책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는 “조만간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수사 결과가 발표된다”며 “이를 통해 탄핵 압력을 받게 될 트럼프 대통령은 주의가 산만해질 것이 분명하다. 결국 대북(對北)정책을 수행하기 부적합한 입장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셧다운(미 연방정부의 일시적 부분폐쇄) 사태를 보라. (지난해 11·6 중간선거를 통해) 미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청문회 개최 등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며 민주당의 공세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언제든 자신의 입맛에 따라 대북(對北) 정책을 수정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자누지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세계의 모든 지도자는 그(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성격은 물론, 사실을 왜곡하며 사람들을 속이는 능력에 대해 걱정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추진은 실제 현실화할 수 있다”며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대통령의 강력한 개입’이 필요한 대북 외교정책 계획은 틀어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문재인 정부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북한 비핵화 및 이와 연동된 한반도 평화 구축 프로세스 등의 대북정책을 다뤄야 한다는 조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톱다운(Top-down)’ 방식의 접근법에 대해서도 자누지 회장은 “외교를 촉매할 수 있는 장점은 있다”면서도 “대북정책과 같은 어렵고 복잡한 문제는 먼저 (실무선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정상들에게 맡기는 건 ‘깜짝쇼’의 효과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자누지 회장과의 일문일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평가한다면.

△비핵화는 단 한 번의 결정으로 끝나는 이벤트(event)가 아닌,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 지난(至難)한 과정(process)이다. (북·미) 상호 간의 신뢰와 행동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한 CVID(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는 가능한 목표인가.

△비현실적이다. 이 가운데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ility)’ 부분은 현재로선 실현 불가능하다. 처음부터 실용적인 목표가 아니었다.

-북·미 간 교착국면이 길어지고 있다.

△교착상태는 75년간 지속했다. 새로울 게 없다. 현재의 비핵화 계획(initiative) 지연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배경이다. 적어도 지금은 양국 간 대화 속도보다 관계 방향 설정이 더 중요한 때다. 미국은 물론, 남북한 모두에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 비핵화보다 남북관계 개선 및 제재 완화 노력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 내 적지 않은 대북전문가들이 문 대통령의 행보에 우려를 표하는 건 맞다. 남북관계 개선 속도가 너무 빨리 또 너무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 사이에서 균형을 이뤄 (비핵화) 지렛대를 유지해야 한다. 다만, 유엔의 대북제재가 지속하는 만큼 문 대통령의 노선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대북제재는 강하게 유지돼야 한다는 의미인가.

△최근 미국이 단행한 단독제재 대부분은 실질적인 제재로 볼 수 없다. 지난달 (북한 주민의 인권유린 및 검열 등의 이유로) 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등 일부 고위 관료들의 이름을 제재 명단에 올렸는데, 이는 그저 상징적인 조치일 뿐이다. 중요한 건 북한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제공하는 ‘재정 압박’이다. 미국이 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궁극적으로 대북정책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한·미 동맹 균열 가능성은.

△북한 문제를 놓고도 한·미 양국은 분명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동맹국 간 견해차는 불가피하다. 균열을 가져올 정도는 아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은.

△회의적이다. 김 위원장의 서울행(行)은 남한 정부의 정당성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북한 주민을 동요시킬 수 있다. 북한 지도부의 장기적 목표인 북한 중심의 한반도 통일 전략과 일치하지 않는다. 물론, 김 위원장이 장기적 목표에 의존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당장 남한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김 위원장의 서울행을 아예 배제하기도 어렵다.

-북·미 간 대화는 주로 정상 간의 담판으로 이뤄지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외교를 촉매할 수 있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분명한 한계도 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북한의 체제보장 등과 같은 어려운 문제는 구체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정상 간 담판 전에 실무진 간 간극이 더 좁혀져야 한다. 정상들에게 맡기는 건 ‘깜짝쇼’의 효과만 있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정치 상황에 따라 대북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신뢰할 수 없는 지도자다. 현실(reality)과 동떨어져 있는 사람이다. 세계의 모든 지도자는 그의 변덕스러운 성격은 물론, 사실을 왜곡하며 거짓말을 하고, 더 나아가 사람들을 속이는 능력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은 언제쯤 가능할까.

△1월은 물 건너갔다. 올 하반기에는 가능하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이라는 유례없는 헌법 위기를 겪을 것이다. 더 많은 고위 관리들과 트럼프 가족들이 기소될 것이고, 실제 탄핵까지 일어날 수 있다. 중차대한 시기에 ‘대통령의 강력한 개입’이 필요한 대북정책 계획은 틀어질 공산이 크다. 대통령이 탄핵 압력을 받는다면 대북정책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셧다운 사태에서 보듯, 미 민주당의 입김이 세질 것 같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청문회 개최 등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감독을 강화할 것이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가 지난해 12월13일 열린 재단 연말 파티에서 관계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맨스필드재단
-북·미 대화 국면에서 미·중 무역전쟁은 변수가 아닌가.

△미국의 관세정책 때문에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현재의 노선을 바꿀 거로 보지 않는다. 꾸준히 자신들만의 진로를 유지할 것이다.

-강제 징용 판결, 레이더 갈등 등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인데.

△아쉽다. 한반도 문제에선 한·미·일 3국의 협력이 아주 중요하다. 더 긴밀한 관계가 됐으면 한다. 역사적 갈등은 당장 해결되긴 어렵겠지만, 교류 강화 등으로 적대감이 완화돼야 한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미국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안보·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8년간 미 행정부와 의회·유엔 등에서 동아시아 관계 업무를 다룬 대표적 친한파다. 국무부 산하 정보분석국(INR)에서 정치·군사 분야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과거 버락 오바마 대선캠프에서 한반도정책팀장을 지냈다.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의 상원 외교위원장 시절을 포함, 외교위에서 10년 넘게 정책국장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6월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 실무대화를 주도했던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재단 석좌연구원으로 영입, 재단의 한반도 문제 연구역량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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