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기초수급 탈출·경단녀 예방 SIB 등장…투자로 사회문제 풀다

[사회성과연계채권, SIB]이런 프로젝트들이 뜬다
경기도 `해봄프로젝트`, 기초수급자 탈수급 지원
BEP 달성땐 원금…탈수급률 따라 최대 6.3% 수익
경단녀 예방, 취약계층 청소년 취업 지원 등도 추진
"아마존 클라우드처럼…골드만 등 지속가능사업으로"
  • 등록 2019-03-20 오전 6:09:00

    수정 2019-03-20 오전 10:15:24

(자료=경기도)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보육원에서 성장한 A씨(33세·남)는 학창시절 보육원을 뛰쳐 나왔다. 방황도 잠시, 음식점 배달과 건설현장에서의 막노동 등 닥치는대로 일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고등학교도 다니지 못했고 마땅한 기술도 배우지 못한터라 일자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고 한 달에 50만원도 안되는 기초생활급여로 버텨야했다. 그러다 경기도가 시행한 `해봄 프로젝트`에 참여해 취업 상담을 받은 덕에 지금은 200만원 남짓 월급을 받는 일을 구했고 기초수급자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A씨에게 구원의 손길이 된 해봄 프로젝트는 경기도가 지난 2017년부터 올 2월까지 도(道)내 기초생활수급자들을 대상으로 재무 컨설팅을 제공하고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취업 상담 등을 지원해 이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기초수급자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었다. 특별한 점은 이 사업 자금이 경기도가 아닌 민간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대신 사업기간 2년이 지난 뒤 1년간 평가해 당초 사업목표가 달성됐을 경우 경기도가 초기에 돈을 댄 민간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수익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것이 국내에서 시행된 대표적인 사회성과연계채권(SIB) 사업이다. SIB는 종전 사회복지정책과는 달리 민간 투자로 공공사업을 먼저 수행한 뒤 약정한 성과목표를 달성해했을 때 정부나 지자체 등이 사후에 예산으로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상환해주는 방식이다. 지난 2010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시작됐고 작년말 기준으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108건, 3억달러(원화 약 3400억원) 규모로 사업이 진행될 정도로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돼 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집행하는 사회복지사업이나 기업들이 기부사업은 한번 책정되고나면 무조건 써야하는데다 성과조차 상세히 따지지 않기 때문에 흔히 눈먼 돈이라 한다. SIB는 이런 허점과 한계를 극복하는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7년 보건복지부가 작성한 기초생활보장제도 최초 수급판정 이후 지속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이후 4년이 지나도 수급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가난에서 헤메는 사람이 100만명에 이른다. 특히 이 가운데 무려 35%는 25세부터 59세까지의 생산가능연령대다. 이처럼 일할 나이여도 기초수급자에서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복지정책이 단순한 퍼주기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기초수급자들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도와 탈수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SIB 프로젝트는 국가나 지자체 재정을 절감할 수 있는 의미있는 사업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경기도뿐 아니라 서울시도 일반아동과 지적장애아 사이에 있는 경계성지능아동 100여명의 학습능력을 높이는 SIB를 진행해 올해말 사업 종료를 앞두고 있다.

경기도와 서울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현재 추가 SIB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는 2호 프로젝트를 `맘잡고 모락모락`으로 이름 붙였는데, 워킹맘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을 미연에 막는 사업이다. 지금은 프로젝트를 설계하는 단계로, 지원대상이 될 워킹맘 소득과 자녀 연령군 등 기준을 만들고 있다. 3호는 `청소년이 쏘아올린 희망`이라는 프로젝트로, 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취업해 사회에 적응해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도 경기도와 마찬가지로 취약계층 청소년 취업을 지원하는 SIB사업을 준비 중이다.

특히 민간기업들의 참여가 확대될 경우 SIB 활성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 프로젝트를 맡았던 팬임팩트코리아 곽제훈 대표는 “해외에서는 이미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지자체를 중심으로 새롭게 예산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SIB가 주목받게 될 것”이라며 “다만 국내에서는 기본법이 만들어지고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프로젝트가 만들어져야만 SIB 활성화가 지속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도 “미국 골드만삭스나 JP모건 등은 SIB를 단순한 사회공헌을 넘어 지속가능한 안정적 수익원으로 생각해 투자기법과 평가방법 등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는 마치 아마존이 클라우드서비스로 형성한 생태계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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