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동백·바다 그리고 고흐…겨울 제주色에 물들다

‘원색의 향연’ 제주도
섬 곳곳 붉은 꽃망울 터뜨린 ‘애기동백’
고흐 작품 영상으로 압축한 ‘빛의 벙커’
연중 이맘때 가장 푸른 제주의 바다
  • 등록 2020-01-03 오전 6:00:00

    수정 2020-01-03 오전 6:00:00

겨울 동백이 활짝 핀 카멜리아힐


[제주=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제주의 겨울은 원색으로 가득하다. 동백이 붉은 꽃송이를 걷잡을 수 없는 기세로 터트리기 시작하는 시기도 겨울이다. 무성하게 자란 동백숲과 제 빛깔대로 피어나고 또 떨어진 꽃송이들을 둘러보는 맛은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만 가능한 호사다. 여기에 짙푸른 겨울바다는 또 어떠한가. 텅 빈 제주의 겨울 바다는 바라보는 자리와 빛의 방향에 따라 색채 선명도가 달라진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국(雪國)의 한라산은 겨울색의 상징인 흰색을 가장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보다 강렬한 색감을 원한다면, 반 고흐의 작품을 미디어아트로 만날 수 있는 ‘빛의 벙커’도 있다. 이번 제주 겨울 여행의 콘셉트는 ‘색’(色) 이다.

겨울 제주의 대표색인 동백의 붉은색


◇ 가장 강렬한 제주의 겨울색 ‘빨강’

제주의 겨울색 중 가장 강렬한 색은 ‘레드’다. 힘차고 역동적이며 강하고 격렬한 색이다. 하지만 동백의 빨강은 조금 다르다. 선명한 붉은 빛을 달고 있는 동백은 오히려 요염하거나 처연하다. 겨울에 피는 꽃, 동백은 가을이 지나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제주도 섬 곳곳에 핏빛처럼 붉게 피어나기 시작한다. 1월의 동백은 끝물 같지만, 동백은 애기동백이 있고, 그 뒤를 이어 홍동백이 3월까지 세상을 붉게 물들인다. 제주는 지금 동백꽃이 지천이다. 선명한 붉은 빛을 달고 있는 동백꽃의 요염함은 제주의 도로변이나 돌담 어디서건 만날 수 있다. 동백은 피는 모습도 설레지만, 지는 모습은 더 애절하다. 멀쩡한 꽃송이가 툭 떨어져 땅바닥에 구른다. 꽃송이뿐만 아니라 선홍색 융단이 깔려 자발적으로 방문객들의 발에 지르밟힌다.

겨울에 핀 제주 동백은 화려하다. 토종 동백의 자리를 외래종인 애기동백이 점령한 뒤부터다. 이 녀석은 토종 동백의 애절함과 다른 미학이 물씬 풍긴다. 동백은 11월에 꽃망울을 터트리는 곳도 있고, 해를 넘겨 3월에 꽃을 피우는 곳도 있다. 한국 토종 동백은 2월에서 3월에 볼 수 있다. 애기동백의 빨강을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선 군락지를 찾아가는 것이 가장 좋다. 동백을 실컷 볼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선흘동백동산’, ‘카멜리아힐’, ‘휴애리자연생활공원’, ‘청초밭영농법인’ 등도 있다. 제주도 순수 동백을 보고 싶다면 300년 역사를 가진 신흥리 ‘동백마을’이 있다.

빛의 벙커 ‘반고흐 전’


◇ 빛으로 그려낸 강렬한 색감을 만나다

두번째 색은 ‘옐로’다. 딱 잘라 노랑색으로 표현한 이유는 반 고흐(1853∼1890)때문이다. 그의 대표작인 ‘별이 빛나는 밤’(1889년), ‘아를의 노란 집’(1888년), ‘아를르의 포룸 광장의 카페테라스’(1888년), ‘까마귀가 있는 밀밭’(1890년) 등에서 느껴지는 공통 색이 바로 ‘노랑’이다.

서귀포시 성산읍의 ‘빛의 벙커’. 반 고흐의 작품을 32분짜리 영상으로 압축한 미디어아트 ‘반 고흐 전’이 열리고 있다. 개관작인 ‘클림프 전’에 이어 두번째로 내놓은 전시이다. 축구 경기장 절반 크기의 공간을 고흐만의 독특한 질감과 색, 강렬한 붓의 터치로 생생하게 채웠다. 추수가 한창인 노란 밭이 움직인다. 그 위로 뜬 황금 같은 태양의 빛이 퍼져 나간다. 작은 불빛 아래 모여 감자 먹는 사람들이 벽면을 채웠다가 사라지고, 까마귀가 나는 밀밭 작품 속의 까마귀 떼가 관람객을 향해 날아온다. 별이 빛나는 론강의 물결이 전시장 바닥에서까지 일렁인다.

빛의 벙커 ‘반고흐 전’


이 모든 것이 그림이 아닌 영상에 가깝다. 원화의 평면성보다 미디어아트로 표현한 입체감과 생동감 때문이다. 반 고흐의 작품을 바탕으로 디지털 기술로 골격을 세우고, 음악으로 살을 붙였다. 관객들은 수십대의 빔프로젝트와 스피커에 둘러싸여 그의 작품과 웅장한 음악을 함께 감상한다. 기존의 수동적인 관람이 아닌 관객 스스로 작품의 일부가 되는 듯한 느낌이다. 여기에 어두운 벙커 안을 자유롭게 거닐며 ‘감자 먹는 사람들’, ‘별이 빛나는 밤’ 등 수많은 명작에 둘러싸인다. 반 고흐의 절친인 폴 고갱(1848∼1903)의 작품(10분)도 감상할 수 있다.

제주의 겨울바다 중 가장 아름다운 협재해변


◇ 겨울에 가야 제대로 보이는 제주의 바다

세번째는 ‘블루’다. 제주의 겨울 바다는 연중 이맘때가 가장 투명하다. 사람들이 떠나고 비로소 제모습으로 돌아와서다. 해안선의 실루엣도 제대로다. 텅 빈 백사장과 흰 포말, 코발트빛 바다, 그리고 무채색 하늘 등. 마치 동양화의 여백을 보는 듯 담백하다. 잠시나마 세상 욕심과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 만큼.

제주에서 물빛이 가장 좋다는 한립읍 협재~금릉 바닷가. 눈부신 백사장과 울창한 소나무 숲, 그리고 화산섬 ‘비양도’는 덤이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색을 가졌다. 하지만 겨울 바다색은 조금 다르다. 더 짙다. 같은 바다지만 계절에 따라 색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그 미묘한 차이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신창풍차해안도로에서 바라본 제주의 겨울바다


제주 동쪽인 성산쪽의 바다는 어느 보석보다 눈부시다. 어둠을 가르는 색. 먹빛을 가르고 붉고 푸른빛으로 일렁인다. 바다 위 어선들의 통통거림은 정적을 깬다. 제주 서쪽 끝인 한경면 고산리 차귀도는 홍차 빛의 일몰이 아름다운 바다다. 온 종일 제주를 비추던 햇살은 섬 한 바퀴를 돌아 이곳에서 한껏 기울어져 미련 없이 바다로 떨어지며 황홀경을 연출한다.

제주의 바다색은 푸른 것만 있는 게 아니다. 햇빛의 반사 각도에 따라, 또는 대기 중의 습도 차로 인해, 그리고 계절마다 혹은 밀물과 썰물의 차이 등 똑같은 바다지만 하루에도 몇번씩 바다색이 바뀌고 분위기도 다르다. 물론 제주의 바다색은 계절뿐 아니라, 바다 바닥이 암반인 ‘걸마당’이냐, 아니면 개흙이나 모래가 깔려있는 ‘펄마당’이냐에 따라서도 색을 달리한다. 수심의 영향도 있다. 물이 깊고 낮음에 따라 쪽빛에서 짙은 감청색으로 물빛이 확연하게 대비한다.

제주신화월드 리조트관 인피니티풀 ‘스카이풀’


◇여행메모

△잠잘곳= 제주신화월드는 최근 가족형리조트 ‘제주신화월드 리조트관’을 개장했다. 슈페리어, 디럭스, 주니어 스위트 등 3개 객실 타입 총 533실 규모다. 전체 객실의 30%는 커넥팅룸으로 연결가능하다. 특히 주니어 스위트의 25%도 슈페리어 객실과 연결할 수 있어 가족 여행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부대시설도 특별하다. 산방산과 모슬포 앞바다는 물론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인피니티 풀 ‘스카이풀’, 슬사이드 스낵바 ‘바온탑’, 제주 최대 규모의 ‘플레이스테이션존’ 등이 있다.

△즐길거리= 겨울 한라산의 대자연을 즐길 수 있는 겨울 체험 이벤트 ‘2020 제주윈터페스티벌’이 한라산 국립공원 어리목 일대에서 20일까지 열린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올해는 유로번지 체험(트램폴린 위에서 몸에 안전장치와 줄을 달고 점프하는 체험 장비)을 새로 추가했다.

협재해변의 강식당 ‘함박스테이크’
협재해녀의 집 ‘해물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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