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주거 취약층에게 전세금을 최대 4500만원까지 무이자로 빌려주는 장기안심주택 제도가 유명무실한 지원책으로 전락하고 있다. 해가 다르게 치솟는 전셋값을 반영하지 못한 대출 기준으로 지원 대상 주택이 크게 줄면서 입주자로 선정되기는 말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다. 전세금 지원 1차 입주 대상자에 선정되더라도 주택 계약 시점, 집주인 동의 등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하지 못해 탈락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세입자에 지원 기준을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시세 반영 못한 요지부동 전세값 기준
장기안심주택은 서울시가 2012년 도입한 주택사업으로, 전·월세 보증금의 30%를 최대 4500만원까지 최장 6년간 무이자로 지원하는 제도다. 보증금 한도는 1인 가구는 순수전세의 전세금이나 보증부월세의 기본보증금과 전세전환보증금 합이 2억2000만원 이하, 2인 이상의 가구 최대 3억3000만원 이하의 주택이다. 보증부월세의 경우 월세금액 한도는 최대 50만원까지다. 대상 주택의 전용면적은 1인 가구는 60㎡ 이하, 2인 이상 가구는 85㎡ 이하다.
전세금 지원 대상 소득과 자산 자격도 논란거리다. 4인 가구가 전세안심주택 제도를 이용하려면 월평균 소득이 394만1192원(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액이 70%) 이하여야 한다. 만약 맞벌이 부부가 월 평균 각각 200만원씩의 소득이 있다면 지원 자격에서 제외한다. 소유 부동산은 1억9400만원 이하, 자동차는 현재 가치 2522만원 이하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기안심주택을 통한 지원 자금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이기 때문에 전체 전셋값에 비해서는 얼마 되지 않는게 사실”이라며 “최대 지원금액(4500만원)은 제도 시행된 이후 한번도 바뀐 적이 없고 추후 변경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신청해도 통과율 20% 밑돌아…제도 수정 불가피
서울시의 전세금 지원 대상자에 대한 깐깐한 심사 때문에 탈락자도 속출하고 있다. 지원 대상 자격을 갖췄다고 해도 입주자 공고일 이후 계약일까지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하지 못하거나 집주인의 반대로 계약이 물거품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2014년 장기안심주택 신청자 5559명 중 최종 대상자로 선정된 자는 1026명으로 통과율이 18%에 그쳤다. 2015년과 지난해 통과율도 각각 17%(7041명 중 1163명), 14%(3731명 중 519명)로 저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1차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서울시가 전·월세보증금 채권 확보를 위해 신용보험이 가능한 주택을 선별하며, 해당 주택에 대한 차입보증금 등을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임대인이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급 목표에 비해 전세 지원 수혜자가 크게 미달되는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것은 제도가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며 “전세보증금 지원 대상 주택을 크게 늘리거나 임대인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등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