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얼마 전 단행한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 조직 개편을 통해 비메모리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를 분리 독립시켜, 메모리에 치중된 반도체 사업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1년 새 두 배 이상 급등한 D램 등 메모리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지난 1993년 이후 반도체종합 1위 기업 자리를 지켜온 인텔을 올 2분기에 넘어설 전망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가격 변동에 따라 실적이 크게 요동치는 메모리의 특성을 감안, 세계 4위인 파운드리 분야 경쟁력을 키워 ‘슈퍼 사이클’ 이후에도 반도체종합 1위를 굳히겠다는 구상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12일 시스템LSI 사업부 내 파운드리 사업팀을 사업부로 승격해 분리·신설한 이유는 고객사 추가 확보를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전체 반도체 매출 중 약 10%를 파운드리 사업에서 얻고 있다. 현재 매출 비중은 높지 않지만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양쪽 분야 모두 세계 시장 점유율이 40~50%에 달해 압도적 1위에 올라있는 메모리 분야에 비해 시장 확대 가능성은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지난해 기준 매출이 45억 1800만 달러(5조 800억원·시장점유율 8.4%) 규모로 전년(25억 2900만 달러) 대비 80% 가까이 성장해 업계 4위에 올라 있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540억 달러 규모)은 대만 TSMC(285억 달러·52.7%)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56억 달러·10.4%), 대만 UMC(47억 달러·8.7%) 등이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반도체시장에서 파운드리 분야는 매출 기준으로 16% 정도를 차지해 메모리(22%)와 비교해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메모리·파운드리 등 반도체 전 분야를 종합한 순위에선 인텔이 지난해말 기준 시장 점유율(가트너 자료) 15.9%로 1위를 기록했고 삼성전자(11.8%)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10나노(nm·10억분의 1m) 핀펫(FinFET) 공정을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로 양산하고 7나노 공정 도입을 추진하는 등 미세공정 기술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전문업체인 TSMC 등 경쟁사들과 달리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와 결합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어 기술 유출 등을 우려한 고객사의 반발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분야에서 퀄컴과 함께 최대 고객이었던 애플을 경쟁사인 TSMC에 빼앗기는 아픔도 겪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의 각 계열사 내 사업부 조직 개편 권한은 원래부터 대표이사가 갖고 있었고 오너 보고 사항도 아니다”라며 “이번 결정도 권오현 부회장이 DS부문 사업부장들과 협의해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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