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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불법수입 허브는 ‘남포항’
연례보고서를 보면, 사실상의 ‘생명줄’이나 다름 없는 석유제품은 ‘선박 대 선박’ 환적으로 이뤄진다. 워낙 감시망이 촘촘하다 보니, 매우 정교한 방법이 동원된다. 대표적인 게 육퉁호 방식이다. 육통호는 북한 선박임을 숨기고자 파나마 국적의 마이카호인 것처럼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보내거나, 인도양 코모로제도 국적의 하이카호로 등록하는 수법을 썼다. 제재위는 “선박 위장은 주의 깊게 기획된 것”이라며 “육퉁호와 하이카호는 같은 제조업체에서 같은 연도에 쌍둥이로 건조된 선박들”이라고 했다.
창구로 지목된 곳은 남포항이다. 대북제재위는 “북한의 항구, 특히 남포항은 의심스러운 불법 활동의 허브”라며 “남포항에선 금수품묵인 북한산 석탄이 수출되고, 불법 환적된 유류의 수입이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석유제품은 수중송유관을 통해 선박에서 남포항 수입터미널로 옮겨진다고 제재위는 설명했다.
통신은 중국의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위챗을 사용한다. 제재위는 “중국 위안화 지폐의 마지막 4자리 숫자를 사진으로 찍어 위챗으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서로 신원을 확인했다”고 했다. 제재위는 “대략 23척의 유조선이 석유제품의 해상 환적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됐다”며 이 가운데 안산1·천마산·삼정2·유손·금은산·새별(청림2) 등그 가운데 6척이 절반가량의 물량을 담당했다고 적었다.
매년 보고서 때마다 단골로 등장해온 북한의 불법 무기거래도 지적됐다. 아프리카에선 알제리, 앙골라 등 16개국이, 중동권에서는 시리아, 이란, 예멘,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4개국이 북한과의 무기거래 혐의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천강·남흥 등 중국계 무역회사 2곳도 북한 핵 프로그램에 필요한 압력변환기 거래 혐의로 제재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北 핵·미사일 프로그램 “온전”
다만,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자리 잡은 것으로 알려진 ‘강선’에선 대형 트럭의 주기적인 움직임 외에 중대한 변화는 없었다. 우라늄 광산이 있는 평산에선 지난해 토사 더미를 치우는 장면이 목격, 우라늄 채광이 진행 중일 수 있다고 제재위는 관측했다.
제재위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과 평양 남북정상회담 등에서 목격됐던 김정은(사진 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차들도 주목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리무진과 롤스로이스 팬텀, 렉서스 LX 570 등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사치품으로 분류, 북한에 대한 수출이 금지돼 있는 만큼 “명백한 제재위반”이라는 게 제재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제재위는 이들 차량이 어떻게 북한으로 옮겨졌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한편, 로버트 팔라디노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은 유엔 제재위반 혐의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모든 회원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제재를 실행하는 국제적 결속은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개발 능력을 계속 저해하고 북한이 비핵화될 때까지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 고립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