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교묘한 對北제재 회피술에 美 "심각"…안보리 보고서 파장(종합)

'생명줄' 석유, '선박 대 선박' 환적으로 이뤄져
북한 선박 숨기려 정교하게 위장…남포항이 창구
연변 핵단지, 온전 가동…김정은 車 '제재위반'
美국무부 "심각한 수준..안보리 결의 이행되길"
  • 등록 2019-03-13 오전 7:22:54

    수정 2019-03-13 오전 7:36:29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對北) 제재를 교묘하게 회피하는 방법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패널 연례보고서를 통해 12일(현지시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보고서는 15개 안보리 회원국의 승인을 거쳐 공개됐다.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의 무리한 제재해제 요구에 대한 미국의 거절로 인해 최종 결렬된 가운데 발표된 것이어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당장 북한의 제재 회피술(術)에 대해 미국은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우려를 표했다.

석유 불법수입 허브는 ‘남포항’

연례보고서를 보면, 사실상의 ‘생명줄’이나 다름 없는 석유제품은 ‘선박 대 선박’ 환적으로 이뤄진다. 워낙 감시망이 촘촘하다 보니, 매우 정교한 방법이 동원된다. 대표적인 게 육퉁호 방식이다. 육통호는 북한 선박임을 숨기고자 파나마 국적의 마이카호인 것처럼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보내거나, 인도양 코모로제도 국적의 하이카호로 등록하는 수법을 썼다. 제재위는 “선박 위장은 주의 깊게 기획된 것”이라며 “육퉁호와 하이카호는 같은 제조업체에서 같은 연도에 쌍둥이로 건조된 선박들”이라고 했다.

창구로 지목된 곳은 남포항이다. 대북제재위는 “북한의 항구, 특히 남포항은 의심스러운 불법 활동의 허브”라며 “남포항에선 금수품묵인 북한산 석탄이 수출되고, 불법 환적된 유류의 수입이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석유제품은 수중송유관을 통해 선박에서 남포항 수입터미널로 옮겨진다고 제재위는 설명했다.

통신은 중국의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위챗을 사용한다. 제재위는 “중국 위안화 지폐의 마지막 4자리 숫자를 사진으로 찍어 위챗으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서로 신원을 확인했다”고 했다. 제재위는 “대략 23척의 유조선이 석유제품의 해상 환적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됐다”며 이 가운데 안산1·천마산·삼정2·유손·금은산·새별(청림2) 등그 가운데 6척이 절반가량의 물량을 담당했다고 적었다.

북한은 또 달러화를 끌어오기 위해 정찰총국 주도로 사이버 해킹을 시도하고 있다. 제재위는 “북한은 2017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아시아에서 최소 5차례에 걸쳐 가상화폐거래소를 해킹, 5억7100만달러를 빼돌렸다”고 했다. 2018년 5월 1000만달러를 절취한 칠레 은행 해킹, 같은 해 8월 1350만달러는 훔친 인도 코스모스 은행 해킹이 대표적이다.

매년 보고서 때마다 단골로 등장해온 북한의 불법 무기거래도 지적됐다. 아프리카에선 알제리, 앙골라 등 16개국이, 중동권에서는 시리아, 이란, 예멘,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4개국이 북한과의 무기거래 혐의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천강·남흥 등 중국계 무역회사 2곳도 북한 핵 프로그램에 필요한 압력변환기 거래 혐의로 제재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北 핵·미사일 프로그램 “온전”

제재 회피는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온전한’ 상태다. 북한 영변의 5MW(메가와트) 원자로는 지난해 2월과 3월, 4월에 며칠씩, 9월과 10월 사이에 부분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적이 있지만, 핵 단지는 여전히 가동 중이라는 게 제재위의 설명이다. 한 회원국은 9~10월 원자로 부분 가동중단 소식을 전하면서 “핵연료봉 인출이 이뤄졌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2월~8월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수로 마련을 위한 땅파기 공사와 건물 신축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회원국은 신축 구조물에서 지난해 6월 중순 냉각수 방류를 확인했다고 제재위에 통보했다. 이에 제재위는 위성사진이 방사화학실험실이 운영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다만,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자리 잡은 것으로 알려진 ‘강선’에선 대형 트럭의 주기적인 움직임 외에 중대한 변화는 없었다. 우라늄 광산이 있는 평산에선 지난해 토사 더미를 치우는 장면이 목격, 우라늄 채광이 진행 중일 수 있다고 제재위는 관측했다.

제재위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과 평양 남북정상회담 등에서 목격됐던 김정은(사진 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차들도 주목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리무진과 롤스로이스 팬텀, 렉서스 LX 570 등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사치품으로 분류, 북한에 대한 수출이 금지돼 있는 만큼 “명백한 제재위반”이라는 게 제재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제재위는 이들 차량이 어떻게 북한으로 옮겨졌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한편, 로버트 팔라디노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은 유엔 제재위반 혐의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모든 회원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제재를 실행하는 국제적 결속은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개발 능력을 계속 저해하고 북한이 비핵화될 때까지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 고립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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