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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사진 오른쪽) 장관의 면전에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던진 경고다. 이날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만나 3시간여 회담한 뒤 진행한 양 장관의 공동기자회견 자리에서다. 냉전 이후 ‘최악의 관계’로 평가받는 양국이 각종 외교·안보 현안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기 싸움’을 전개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양 수장은 북핵 문제에서부터 이견을 드러냈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견에서 “북한 지도부는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자국에 대한 안전보장을 기대하고 있음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의 핵심 대북(對北) 정책인 ‘선(先) 완전한 비핵화·후(後) 체제보장’을 필두로 한 ‘빅 딜’론을 정조준한 발언이다.
더 나아가 “비핵화는 (북한만이 아닌) 한반도 전체를 범위로 해야 한다”며 미국의 핵우산 정책까지 걸고넘어졌다.
대(對)이란 정책에서도 양 수장은 엇박자를 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근본적으로 이란과의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도 “만일 미국의 이익이 공격받으면 적합한 방식으로 확실히 대응할 것이란 점을 이란 측에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한 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를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렸다.
폼페이오 장관은 “다른 나라가 베네수엘라 내정에 간섭하길 원치 않는다”고 러시아에 직격탄을 날렸고, 라브로프는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한 미국 정부 대표들과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등의 위협은 민주주의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맞받았다.
양 장관은 회견 직후 소치에 머물고 있는 푸틴 대통령을 예방해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대화를 나눴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러 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를 강하게 표시했다. 특히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최종 보고서를 거론, “지난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와 도널드 트럼프 캠프 간에 담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