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코로나 장기전 대비, 의료기관 지원책 분명히 해야"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신규 확진자 줄었지만 장기전 불가피
한숨 돌리며 전 방역체계 정비할 때
사회적 거리 두기 고삐 늦추지 말아야
외국인 입국 절차 금지에는 '신중'
병원 인력·자원 지원 방안 분명히 제시해야
TK 생활치료센터 문열기에만 급급 '위험'
마...
  • 등록 2020-03-24 오전 6:00:01

    수정 2020-03-24 오전 7:34:56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한숨 돌리는 시간은 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하면서 이 때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 등을 싹 정비해야 합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일 가천대 길병원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 상황과 관련해 “코로나19 사태는 어차피 짧게 안 끝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확잔자가 줄어든 숨고르기 국면에서 장기전에 대비해 그간의 방역체계 문제를 한번 정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
코로나19 확진자는 23일 0시 기준 전날보다 64명 늘어 8961명이 됐다. 3월 들어 가장 적은 증가폭이다.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29일 909명으로 피크를 친 이후 전반적인 감소세다. 지난 15일(76명)에는 처음으로 100명 아래로 떨어졌고 이후 두 자릿수와 세 자리수를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엄 교수는 고려대 의학 박사 출신으로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정책이사를 맡고 있는 감염병 전문가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제자다. 현재는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를 하면서 기획조정실장도 맡고 있어 병원 경영 현실에도 밝다. 엄 교수는 “대구 경북 지역은 신규 확진자가 분명히 줄고 있지만 다른 지역은 아직 판단하긴 이르다”며 “교회와 콜센터 등 소규모 집단 감염 유행이 생기고 있어 아직은 유행의 고리를 끊었다고 얘기하기 어럽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 한달 이상 확진자가 한명도 안 나올때까지 버텨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구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달 29일 741명을 정점으로 해서 23일 0시 기준 24명까지 줄었다. 나흘 연속 두 자리수대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
엄 교수는 우선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콜센터와 교회 등 좁은 공간의 밀폐된 상황에서 밀접 접촉을 하는 행위를 끊어내야 한다”며 “급성기병원(일반병원), 요양병원의 확진자 유입과 발생을 줄이는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의 고삐를 더욱 죄고 나섰다. 지난 21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를 위한 담화문’을 발표했다.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을 대상으로 내달 5일까지 보름간 운영을 중단해달라고 강력 권고했다. 불가피하게 이런 시설을 운영하려면 출입자 명단 작성 등 시설업종별 준수사항을 지켜야 한다. 준수사항이 지켜지지 않으면 정부는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시설폐쇄는 물론 감염자 치료비 등 구상권 청구에 나설 방침이다.

향후 2주 안팎이 중요한 것은 숨고르기를 보이는 코로나 19 확산세의 향방이 이 기간 내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엄 교수는 “이번주면 사회적 거리두기 얘기를 꺼낸 지 한 달이 되고 서울 콜센터 감염자의 접촉자 잠복기가 끝난다”며 “23일경을 지나면 유행이 잠잠해질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거 같다”고 내다봤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난달 22~23일경부터 공론화됐다. 구로구 콜센터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10일이다. 엄 교수는 다만 코로나19의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상황에서도 해외 입국 금지 필요성에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유럽연합(EU)을 막고 미국을 막을 자신이 있고 (정치 경제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면 할 수 있지만 EU와 미국에서의 입국을 사실상 막지 못한다”며 “현실적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입국자가 거의 10분의 1로 줄었고 검역당국이 특별검역을 통해서 환자를 걸러내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거 같다”고 봤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
엄 교수는 시급히 정비해야 할 문제로 의료 기관에 대한 명확한 지원을 꼽았다. 그는 “감염병은 의료기관이 마지막까지 환자를 정리해줘야 끝난다”며 “의료기관이 지지치 않고 대응할 수 있도록 모든 소모품, 자원, 인력을 비용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지원해줄지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섭섭지 않게 지원해주겠다’는 식의 정부 약속은 안 된다는 얘기다.

특히 경증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생활치료센터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준비가 너무 안 돼 있다. 외려 생활치료센터가 위험해질 상황”이라며 “환자 중증도 분류도 안 되고 의료진에 대한 물자 지원도 부랴부랴 이뤄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엄 교수는 지난 12일부터 1박 2일 그리고 그 주말(14~15일)을 대구·경북 지역의 확진자 자가격리자를 수용하는 충주의 한 생활치료센터에서 보냈다. 엄 교수는 “원래 65세 이하의 고위험군이 아닌 사람들이 입소하기로 돼 있었는데 실제로는 170명 가운데 10명가령의 폐렴환자가 있어 급히 병원으로 보냈다”며 “생활치료센터에 환자들이 입소하기 30분 전에야 방호복(레벨D)이 의료진에게 지원됐다”고 설명했다. 방호복은 착탈의가 어려워 의료진이라도 사전에 동영상을 보며 연습해야 한다. 하지만 급박하게 방호복 등이 지원되면서 착용법을 익히진 못한 의료진들의 감염 노출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엄 교수는 마스크를 두고는 “위기소통과 자원관리의 실패 사례”라며 “1월말 2월초에 마스크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고 꼭 필요한 데 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했는데 공평하게 나눠주는 데만 집중하다 모두가 모자란 상황이 됐다”고 비판했다.

엄중식 교수는...

△2006년 고려대 의대 의학박사 △2003년~2016년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2017년~ 현재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현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정책이사 △현 가천대 길병원 기획조정실장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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