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도 생애주기따라…11살 맞은 5만원권의 이유있는 품귀

한국은행 보고서
아직도 성장기인 5만원권 환수율 구조적으로 낮아
코로나19로 대면 상거래 제약 화폐유통 위축
경제위기시 현금보유 성향 높아져
  • 등록 2020-11-30 오전 6:00:00

    수정 2020-11-30 오전 6:00:00

지난 9월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자동화기기(ATM)에 5만원권 수급사정이 여의치 않아 가급적 1만원권 인출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화폐에도 출생에서 사망까지 이르는 생애주기가 있다. 세상에 나와 이제 열한 살을 넘긴 5만원권은 올해로 47세를 넘긴 1만원권의 자리를 빼앗으며 점점 귀해지더니 코로나19가 발생한 올들어서는 구하기 어려워질만큼 품귀현상을 맞았다.

한국은행이 30일 내놓은 ‘코로나19 이후 5만원군 환수율 평가 및 시사점’을 보면 올해(1~10월) 새로 발행된 5만원권은 21조9000억원이었지만 한은에 다시 돌아온 환수액은 5조6000억원으로 환수율은 25.4%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9.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5만원권 발행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5만원권 환수율은 같은 기간 1만원권(70.5%), 5000원권(86.9%), 1000원권(86.2%) 등 여타 권종에 비해서도 크게 낮았다.

5만원권 환수율이 특히 다른 권종보다 낮은 이유는 우선 이미 성숙한 성인이 된 다른 권종보다 나이가 어린 것을 꼽을 수 있다.

화폐도 생애주기(life cycle)에 따라 ‘성장기-성숙기-쇠퇴기’로 나뉜다. 5만원권은 아직 성장기 단계로 신규 수요가 집중되는 때다. 유통수명도 넉넉히 남아 폐기되는 양도 적다. 이런 성숙기 단계에서 환수율은 성숙기(환수율 100%를 소폭 하회)에 비해 일반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런데 올해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먹는 경제위기가 닥쳤다. 금융불안시 은행에 돈을 넣어두지 않고 고액권을 보관하려는 수요, 즉 불확실성에 대한 ‘예비적’ 수요가 나타난 것이다.

유로존의 경우 올해 100유로 이상 고액권의 환수율은 19.3%포인트 하락해 50유로 이하 6.4%포인트에 비해 높았다. 과거 미국의 경우에도 2001년 IT버블, 2008년 금융위기에 100달러 환수율이 각각 26.6%, 15.6% 하락했었다.

우리나라의 환수율 하락폭 역시 5만원권이 39.4%포인트로 1만원권 34.7%포인트, 1000원권 1.3%포인트에 비해 높았다. 5000원권은 오히려 1.3% 상승했다.

특히 코로나 국면에서는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우리경제구조도 한 원인이다. 유로존에 비해 고액권의 환수율 하락폭이 20%포인트 가량 높은데, 이는 코로나19는 과거 경제위기와 달리 감염병에 의한 보건위기로 현금을 주로 거래하는 상거래에서 제약이 크게 발생하면서다.

자영업자들은 금융기관에 현금을 입금하는 금액이나 빈도수가 다른 종사자들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런데 매출액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5만원권 환수금액이 확 줄어들었다. 실제 5만원권 사용이 높은 면세점, 카지노 등 관광지 인접 점포나 환전영업을 하는 영업점 등에서 5만원권 입금이 크게 줄어들었다.

옥지훈 발권국 발권기획팀 과장은 “지하경제유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불법적 거래 용도로 5만원권 사용이 늘려면 지하경제 규모가 커지는 등의 구조적 요인이 있어야하는데 최근 급격한 급락세는 이런 수요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경제회복시 다시 5만원권의 환수율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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