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억원어치 마지막 경매에…반으로 준 '미술품 양도세' 호재 되나

15일 서울옥션 '제158회 미술품경매'
올해 마지막 메이저경매에 191점 출품
쿠사마·매드사키 등 日 작가 작품 눈길
'기타소득' 분류 소득세법 개정안 통과
세율 42→20%로 낮아져 거래회복 기대
  • 등록 2020-12-14 오전 3:30:00

    수정 2020-12-14 오전 7:06:05

일본작가 매드사키의 ‘거울’(2007). 가로·세로 190㎝의 대작이다. 뉴욕을 근거지로 세계시장을 겨냥해 활약하는 작가가 구현해온 특유의 기법이 살아있다. 15일 여는 서울옥션 ‘제158회 미술품경매’에 추정가 3억∼5억원을 걸고 새 주인을 찾는다(사진=서울옥션).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못 보던 그림풍이다. 다다미방에 앉은 여인이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있다. 거칠게 쓱쓱 그은, 채운 듯 만 듯한 벽과 화장대, 티슈통. 그렇게 ‘험하게’ 끝날 뻔한 분위기는 여인의 어깨에서 반쯤 흘러내린 꽃무늬 기모노가 다잡는다. 오래된 영화처럼 화면에 내리는 ‘비’ 역시 여인의 얼굴에도 내리고 있는데, 뚝뚝 떨구고 있는 ‘검은 눈물’로 말이다.

묘한 분위기의 작품은 일본에서 출생해 미국서 활동하는 매드사키(46)의 ‘거울’(Mirror·2007)이다. 뉴욕 스트리트 문화의 대표적인 상징인 그래피티를 바닥에 깔고 다빈치, 뭉크, 피카소, 워홀 등의 명화를 풍자해내면서 일약 세계미술계를 사로잡았다. 특징은 누구를 모델로 세우든 가리지 않고 그 눈에서 뽑아내는 검은 눈물. ‘모나리자’도, ‘절규’도, ‘마릴린 먼로’도, 여기에 ‘최후의 만찬’까지. ‘거울’은 한때 모델로 삼은 자신의 아내에게서까지 검은 눈물을 빼낸 시리즈 중 한 점. 2017년 일본 도쿄 카이카이키키갤러리에 처음 걸었던 작품이 서울에서 여는 경매에까지 왔다.

‘못 보던 그림풍’은 이뿐만이 아니다. 달과 새, 항아리가 어우러진 한국적 반추상, 아니라면 우주의 은하를 박아낸 듯한 전면점화로 주위를 압도하던 자리에 다른 형상이 들어찼다. 작품에 좀처럼 드러내지 않던 ‘사람’이 날아가는 새를 향해 두 팔 올려 배웅하는 듯한 화면. 종이에 과슈와 연필로 작업한 김환기(1913∼1974)의 ‘무제’(1959)다. 근현대 주요 작가들의 ‘종이매체 작업’으로 꾸린 섹션에 대표작으로 나섰다.

김환기의 ‘무제’(1959). 종이에 과슈·연필로, 드물게 ‘사람’을 그렸다. 박수근·최욱경 등 10여명의 근현대 작가들이 작업한 종이작품을 모은 ‘워크스 온 페이퍼’ 섹션에 들였다. 15일 여는 서울옥션 ‘제158회 미술품경매’에서 추정가 1000만∼2500만원에 출품한다(사진=서울옥션).


△미술품 양도차익 부과되는 세금 절반 이상 줄어

어느덧 올해 마지막 메이저경매에까지 왔다. 서울옥션이 서울 강남구 언주로 강남센터에서 여는 ‘제158회 서울옥션 미술품경매’가 15일 열린다. 사실 코로나19 여파로 완전히 바닥을 쳤던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을 봤을 땐 여기까지 올 수 있을 거란 장담조차 버거웠다. 489억 6886만원. 국내 경매사 양대산맥인 서울옥션·케이옥션에 아트데이옥션, 아이옥션, 에이옥션, 마이아트옥션, 칸옥션, 꼬모옥션까지 총동원한 낙찰총액이 그랬으니. 특히 서울옥션의 타격이 컸다. 매출의 주류를 잡아온 ‘홍콩 경매’를 아예 열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문을 연 하반기 미술품 경매시장은 상반기와는 좀 달랐다. 끝없이 추락한다는 현기증은 사라지고, 되레 선방·선전하는 ‘유의미한’ 수치가 보였던 거다. 7월 서울에서 대신 연 서울옥션 ‘제32회 홍콩세일’에선 낙찰률 60% 낙찰총액 50억원, 케이옥션 ‘7월 경매’에선 낙찰률 73.4% 낙찰총액 67억 3000만원을 각각 끊었다. 9월 서울옥션 ‘제157회 경매’에선 낙찰률 72% 낙찰총액 71억원, 케이옥션 ‘9월 경매’에선 낙찰률 75.2% 낙찰총액 62억 7000만원을 기록. 지난달 연 케이옥션 ‘11월 경매’는 올해 최대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낙찰률 73% 낙찰총액 83억 3000만원. 이쯤 되면 코로나19가 위협하는 강도와는 별개로 올해 마지막 메이저경매에 대한 기대감까지 스멀스멀 퍼진다.

게다가 이번 경매는 미술시장에 아주 오래된, ‘앓던 이’ 중 하나가 빠지는 호재까지 맞은 터. ‘미술품 양도세’ 부담을 줄여주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이달 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거다. 이에 따라 거래횟수와 상관없이 미술품을 팔아 이익을 얻을 때 그 양도차익에 부과하는 세금은 ‘기타소득’(20%)으로만 분류되게 됐다. 기존 법은 ‘개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계속적·반복적 활동을 통해 얻는 소득’은 사업소득으로 분류해 최고 42%까지 세금을 물리곤 했다. 2008년 시작한 개인의 미술품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2013년부터 본격화한 실제 과세 등과 맞물려 왔던 그간의 세금분류 논란은 이로써 사업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확실히 선을 긋게 된 셈이다. 절반 이상 줄어든 ‘양도세 부담 완화’가 “미술품 거래를 회복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근거 있는 낙관론이 퍼지고 있는 요즘이다.

△‘일본 현대미술’ ‘근현대 종이작업’…드문 출품작

올 한 해 내내 그랬듯, 눈에 띄는 대작보단 고른 혹은 색다른 작품을 출품해온 트렌드는 끝까지 유지했다. 그중 이번 경매에서 눈에 띄는 장면은 일본작가들이 만들어냈다. 국내 미술시장에선 다소 생소한 이름인 매드사키와 아야코 로카쿠(38)가 한 점씩, 또 현존하는 여성작가 중 최고 경매가 기록을 가지고 있는 쿠사마 야요이(91)가 3점을 내놨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독특한 화풍을 만들었다는 로카쿠와 현대 일본미술 거장인 쿠사마의 나이차는 53세. 이번 출품이 어찌 보면 반세기 이상을 뛰어넘은 일본미술계를 움직이는 동력을 가늠할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아야코 로카쿠의 ‘무제’(2015). 독학으로 미술기법을 익혔다는 일본의 30대 작가는 맨손으로 물감의 질감을 느끼며 캔버스·골판지에 아크릴물감을 발라 올리는 기법을 구사한다. 15일 여는 서울옥션 ‘제158회 미술품경매’에 추정가 1000만∼2500만원을 달고 응찰을 기다린다(사진=서울옥션).


앞서 소개한 매드사키의 ‘거울’은 추정가 3억∼5억원, 어린아이가 낙서한 듯 붉은 꽃 안에 얼굴을 그려 넣은 ‘즉흥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로카쿠의 ‘무제’(2015)는 추정가 1억 6000만∼2억 4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쿠사마의 작품 중에선 그이의 트레이드마크인 ‘호박’들이 나섰는데. 검은 배경에 선명한 노란색으로 앉힌 ‘호박’(2005)은 ‘추정가 별도문의’로 시작가 25억원에, 그 호박을 화분에 들여 감각적인 색채로 덧입힌 ‘꽃’(1966)은 추정가 별도문의로만 나온다. 실크스크린 판화인 ‘호박’(2004)은 추정가 2000만∼4000만원을 달고 출품했다.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2005). 현존하는 여성작가 중 최고 경매가 기록을 가지고 있는 쿠사마는 올해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도 최고 낙찰가를 꿰찼다. 그이의 트레이드마크인 ‘호박’ 연작 중 한 점인 작품은 15일 여는 서울옥션 ‘제158회 미술품경매’에 시작가 25억원에 출발, 새 주인을 찾는다(사진=서울옥션).


김환기의 종이작품 ‘무제’(추정가 1000만∼2500만원)를 앞세운 섹션 ‘워크스 온 페이퍼’에는 김환기 외에 10여명의 근현대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세웠다. 박수근(1914∼1965)이 종이에 펜과 잉크·오일을 올린 ‘소녀와 강아지’(1950s·3500만∼5000만원), 최욱경(1940∼1985)이 종이에 목탄으로 작업한 ‘무제’(연도미상·1000만∼2000만원), 천경자(1924∼2015)가 종이에 잉크로 그린 ‘여인’(연도미상·700만∼1000만원)이 눈에 띈다. 이들 외에도 김경(1922∼1965)의 ‘명태와 여인’(연도미상·40만∼200만원), 정규(1923∼1971)의 ‘소년과 돼지’(1950s·50만∼200만원), 주경(1905∼1979)의 ‘풍경’(연도미상·150만∼300만원) 등 희귀작을 망라했다.

박수근의 ‘소녀와 강아지’(1950s). 김환기·최욱경 등 10여명의 근현대 작가들이 작업한 종이작품을 모은 ‘워크스 온 페이퍼’ 섹션에 들였다. 종이에 펜과 잉크·오일로 제작한 작품에서도 특유의 화강암 질감이 묻어나온다. 추정가 3500만∼5000만원을 달고 15일 여는 서울옥션 ‘제158회 미술품경매’에 출품한다(사진=서울옥션).


미술품 경매에서 안 보이면 섭섭한 ‘단골’들도 빠지지 않았다. 천경자가 1977년 그린 ‘여인의 초상’(추정가 5억∼8억원), 이중섭이 1954∼1955년 제작한 ‘어린이와 새와 물고기’(5억∼8억원), 김환기가 1967년에도 그리워했던 한국의 풍경 ‘달과 산’(4억 3000만∼7억원)이 보인다. 총 191점 120억원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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