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줘서 고마워" 포항 주차장서 母 살린 아들 보험금 못 탄 이유

만 15세 미만 어린이에 대한 보험범죄 악용 우려 때문
금융감독원 2009년 어린이 사망보험 전면금지
전문가 "공익적 시민안전보험은 예외로 해야"
국회, 천재지변 등은 단체보험 가입 가능하게 한 법률안 발의
  • 등록 2022-10-16 오전 10:24:46

    수정 2022-10-16 오전 10:24:46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포항시가 지난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한 인근 하천 범람으로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중학생 김모(15)군을 보험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 우리나라 상법 732조에서 만 15세 미만 어린이의 사망을 담보로 한 보험 계약은 무효라는 규정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규정이 ‘돈을 노린 부모가 아이들을 보험 범죄에 이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태풍 ‘힌남노’의 폭우로 잠긴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소방·군 관계자들이 실종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북 포항시는 지난달 6일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에서 숨진 10명의 시민안전보험을 청구했다. 시는 재난과 감염병, 대중교통 사고 등으로 피해를 본 시민 부담을 덜기 위해 시민안전보험에 가입했다. 보험사는 상해사망 유족에게 보험금이 최대 2000만 원을 지급한다. 그러나 보험사는 사고 당시 만 14세였던 김군의 유족은 상법상 ‘15세 미만 상해사망 보험계약 금지’에 해당하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지난 13일 경인방송 라디오 ‘김성민의 시사토픽’과의 인터뷰에서 “상법에 15세 미만은 아예 사망보험 가입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보험사가 무시하고 예외를 인정해 보험금을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상법 732조와 관련, “상식적으로 초등학생인 자녀가 있다면 부모가 자녀의 사망보험을 들려고 하나. 저도 제 사망보험은 제가 자녀들을 위해 가입하지만 우리 자녀들에 대한 사망보험은 상상도 하지 않는다”며 “15세 미만이면 보통 초등학생이나 중학교 1·2학년생들이다. 이 아이들이 갑자기 사망할 확률은 매우 낮고 부모보다 일찍 사망할 확률은 더더욱 적다”고 말했다.

이어 “상법 제732조는 비정상적인 부모들 때문에 만들어졌다. 만 15세 미만의 아이들이 무슨 돈으로 보험을 가입하겠나. 그 나이대 아이들이 보험 설계도 받고 약관을 읽어 보험 가입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라며 “아이를 이용해서 뭔가 돈을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실제 자녀에게 고의적으로 상해를 입혀 보험금을 타낸 한 남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변호사는 “1998년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받아 한창 어려울 때 경남 창원에 사는 한 남성이 보험금 1천만 원을 받기 위해 10살 아들의 손가락을 자른 사건이 있다”며 “엽기적인 것은 아들의 손가락을 자른 게 들키면 고의적 범죄로 보험금 지급이 안 되기 때문에 강도로 위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성은 ‘복면을 쓴 강도가 자신과 아들을 묶은 뒤 아들의 손가락을 자르고 현금 20만 원을 빼서 도망갔다’고 시나리오를 짜고선 경찰에 신고했다”며 “당시 대통령이 나서 하루빨리 범인을 잡겠다고 공표까지 했을 정도였지만 수사결과는 허무하게 아버지의 거짓말로 밝혀졌다. 전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변호사는 “이후에도 보험금을 노리고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거나 어린아이들을 입양해 보험에 가입시킨 후 고의로 다치게 하는 범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 2009년 아예 어린이 사망보험 자체를 금지시켰다”고 말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민간보험의 경우 보험범죄 예방 차원에서 상법 732조의 적용이 어느 정도 수용될 수 있다”면서도 “시민안전보험은 지자체가 보험료를 부담하고 시민 재난대비 및 사회복지가 목적인 공익적 성격의 정책보험이다. 특히 자연재해나 재난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굳이 15세 미만을 제외할 필요가 없다”고 제언했다.

정치권에선 천재지변·감염병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유로 발생하는 사고의 경우 15세 미만도 단체 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상법 일부 개정안이 대표 발의된 상태다.

한편 김군은 사고 당시 급격히 불어난 빗물에 차 안에 갇힌 어머니 A씨를 발견해 구조했다. 그 사이 빗물은 가슴까지 차올랐다. A씨는 급박한 상황에서 “너만이라도 살아야 한다”며 김군을 설득해 밖으로 내보냈다. 김군은 A씨에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고 한다. 이것이 A씨와 김군이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기적처럼 에어포켓을 아 목숨을 건진 엄마와 달리 안타깝게도 김군은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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