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남이 죽은 게 아니다”는 북한의 궤변

  • 등록 2017-02-22 오전 6:00:00

    수정 2017-02-22 오전 6:00:00

북한과 말레이시아가 김정남 암살사건을 놓고 정면충돌 양상을 빚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그제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들여 수사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겠다는 이유를 따지는 한편 평양주재 자국 대사에게 귀국 명령을 내렸다. 말레이시아 내부에서 양국 간 무비자 협정을 재고하라는 주장이 나오는 등 북한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면서 단교라는 최악의 상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은 1983년 아웅산 테러로 미얀마에 의해 단교당한 전례가 있다.

북한의 독선적인 태도가 갈등의 발단이다. 강 대사는 기자회견에서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사망자 신원은 여권에 명시된 대로 김철”이라고 생떼를 썼다. 김정남 독살설 자체를 아예 부인하려는 속셈이다. 그는 적반하장으로 “한국과 말레이시아 정부의 결탁이 이번 사건의 배후”라며 한술 더 뜨기도 했다. 남한 당국이 최순실 사태에서 벗어나려고 사건을 꾸몄다는 얼토당토않은 논리로, 국내 일각에서 나도는 음모론을 잽싸게 끌어댄 모양새다.

말레이시아가 발끈한 것은 당연하다. 나집 라작 총리까지 나서서 “경찰의 수사결과를 절대 확신한다”고 맞받아쳤고 외교부는 “외국 정부와의 결탁설은 말레이시아를 심각하게 모욕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비단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북한의 ‘반인륜적 테러’ 규탄에 동참하고 나섰다. 중국은 북한의 최대 돈줄인 석탄 수입을 연말까지 동결했고, 국제사회는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등의 대북 제재 논의를 구체화하는 분위기다.

북한 강 대사는 쿠알라룸푸르공항 CCTV 녹화 장면과 이번 사건에 행동책으로 동원된 동남아 출신 여성들의 증언 등 명백한 증거들도 깡그리 외면했다. 그러나 금명간 시신 부검과 최종 수사결과가 나오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라도 사건의 실체를 솔직히 시인하고 말레이시아와 국제사회에 진심으로 사죄하는 동시에 재발 방지를 굳게 다짐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국내 정치권 인사들도 사건을 얼버무리는 듯한 모호한 화법으로 북한의 소행을 외면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이번 사건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명백히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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