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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가 이러한 경영상 변화를 꾀하는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 법제화 등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잇달아 내놓은 정책들에 실망한 것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A사 대표는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은 결국 노동 유연성을 막아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 자명하다”며 “최근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우리 거래처들을 야금야금 빼앗아가는 실정인데, 국내에선 더 이상 제조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전에 (동남아로의 생산체제 일원화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지 넉 달이 지난 시점에서 국내 중소기업(중견기업 포함)들의 경영 환경을 조사한 결과, 직전 박근혜 정부보다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북한 핵 위협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글로벌 교역 환경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들이 오히려 중소기업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일 이데일리가 중소기업(중견기업 일부 포함) CEO 1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CEO 경영 환경 설문조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회사 경영 환경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비슷하다’(51.4%)고 답했다. 현 정부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CEO들 상당수가 아직까지 기업 경영에 있어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영에 도움이 될만한 현 정부의 정책’으로는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이 62.9%로 가장 많았으며, 이 외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20.0%), ‘중소기업 청년 추가고용 장려금’(16.2%) 등을 들었다. 특이할 만한 점은 기타 서술형 의견으로 도움이 될만한 정책이 ‘없다’는 응답도 13.3%나 있었다. ‘글로벌 경영 환경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을 묻는 질문에는 ‘중국 사드 보복’(81.9%)이란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북한 핵위협’이 44.8%로 뒤를 이었고,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요구’(7.6%),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4.8%) 등 응답도 일부 있었다.
‘경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 혹은 검토 중인 자구책’을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27.6%가 ‘해외로의 공장 이전’이라고 답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현 정책 기조가 지속될 경우 중소기업들의 해외 ‘엑소더스’(탈출)가 가속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어 ‘외주 물량 늘리기’(24.8%)와 ‘인력 감축’(17.1%), ‘수출(거래처) 확대’(13.3%), ‘사업 축소’(7.6%) 등이 뒤를 이었다.
‘경영 환경 개선을 이해 현 정부가 추가로 추진해야 할 정책’을 묻는 질문에는 ‘노동 유연성 확보’(54.3%)와 ‘규제 완화’(56.2%), ‘대기업 갑질 근절’(24.8%), ‘수출(거래처) 확대 지원’(5.7%) 등 응답이 있었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정책본부장은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과 미국 등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대외 수출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내년에 역대 최고인 16.4%의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근로시간 단축 추진, 통상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 등 노동 경직성이 악화되면서 경영 환경 역시 악화 일로에 있다”며 “기업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노동 유연성 확보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