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환경 악화됐다" 中企, 문재인 정책 평가 '낙제점'

<이데일리 창간 17주년 특별기획②> 중소기업 CEO 105명 대상 설문조사
경영환경 '악화됐다'(40.0%)가 '좋아졌다(8.6%)보다 5배 많아
'기업 갑질'(64.3%) 응답도 다수, 전반적 경영환경 '팍팍'해져
  • 등록 2017-10-02 오전 6:06:00

    수정 2017-10-02 오전 6:06:00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계의 목소리가 더 힘을 얻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강경래 김정유 기자]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A사는 현재 국내와 동남아로 이원화된 제품 생산체제를 동남아 공장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다. 이 회사는 수년 전 동남아에 공장을 짓고 고가(하이엔드) 제품은 국내, 중저가(로엔드) 제품은 동남아에서 각각 생산하는 이원화 체제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 등 영향으로 최근 국내 공장 채산성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설비를 점진적으로 동남아 공장으로 이전해 제조설비를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A사가 이러한 경영상 변화를 꾀하는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 법제화 등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잇달아 내놓은 정책들에 실망한 것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A사 대표는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은 결국 노동 유연성을 막아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 자명하다”며 “최근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우리 거래처들을 야금야금 빼앗아가는 실정인데, 국내에선 더 이상 제조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전에 (동남아로의 생산체제 일원화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지 넉 달이 지난 시점에서 국내 중소기업(중견기업 포함)들의 경영 환경을 조사한 결과, 직전 박근혜 정부보다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북한 핵 위협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글로벌 교역 환경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들이 오히려 중소기업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일 이데일리가 중소기업(중견기업 일부 포함) CEO 1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CEO 경영 환경 설문조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회사 경영 환경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비슷하다’(51.4%)고 답했다. 현 정부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CEO들 상당수가 아직까지 기업 경영에 있어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직전 정부와 비교해 경영 환경이 ‘더 악화됐다’(40.0%)는 응답이 ‘더 좋아졌다’(8.6%)보다 무려 5배 가까이 많았다. 이같이 응답한 이유로는 ‘최저임금 인상’(59.0%, 이하 복수응답)과 ‘통상임금 확대’(54.3%), ‘근로시간 단축’(47.6%), ‘정규직 전환’(41.9%) 등 현 정부가 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 노동 유연성을 악화시키는 정책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영에 도움이 될만한 현 정부의 정책’으로는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이 62.9%로 가장 많았으며, 이 외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20.0%), ‘중소기업 청년 추가고용 장려금’(16.2%) 등을 들었다. 특이할 만한 점은 기타 서술형 의견으로 도움이 될만한 정책이 ‘없다’는 응답도 13.3%나 있었다. ‘글로벌 경영 환경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을 묻는 질문에는 ‘중국 사드 보복’(81.9%)이란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북한 핵위협’이 44.8%로 뒤를 이었고,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요구’(7.6%),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4.8%) 등 응답도 일부 있었다.

‘내수 경영 환경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으로는 ‘인력 확보’(57.1%)와 ‘과도한 규제’(39.0%), ‘대기업 갑질’(25.7%), ‘김영란법’(8.6%) 등 순서로 응답이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 CEO는 “경기 파주에 공장을 지으려면 경기도청과 파주시청, 경기지방공사,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등 무려 16개 기관을 거쳐야 하며, 최종 승인이 나는 기간도 1년 6개월에서 2년 정도로 길다”며 “이 외에도 회사를 운영하는데 규제가 너무 많아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필요한 규제를 모두 하는 ‘포지티브 규제’에서 꼭 필요한 것만 남겨두고 다 없애는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 혹은 검토 중인 자구책’을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27.6%가 ‘해외로의 공장 이전’이라고 답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현 정책 기조가 지속될 경우 중소기업들의 해외 ‘엑소더스’(탈출)가 가속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어 ‘외주 물량 늘리기’(24.8%)와 ‘인력 감축’(17.1%), ‘수출(거래처) 확대’(13.3%), ‘사업 축소’(7.6%) 등이 뒤를 이었다.

‘경영 환경 개선을 이해 현 정부가 추가로 추진해야 할 정책’을 묻는 질문에는 ‘노동 유연성 확보’(54.3%)와 ‘규제 완화’(56.2%), ‘대기업 갑질 근절’(24.8%), ‘수출(거래처) 확대 지원’(5.7%) 등 응답이 있었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정책본부장은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과 미국 등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대외 수출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내년에 역대 최고인 16.4%의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근로시간 단축 추진, 통상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 등 노동 경직성이 악화되면서 경영 환경 역시 악화 일로에 있다”며 “기업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노동 유연성 확보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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