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후~하고 부세요" 하자 '삐빅'…포르쉐도 스파크도 '비틀'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음주운전 단속 동행 취재
1시간여 동안 총 5명 음주운전 적발, 2명은 훈방
음주운전 적발 한해 20만건 달해..사망자 400여명
  • 등록 2018-04-06 오전 6:30:00

    수정 2018-04-06 오전 10:10:25

4일 10시 19분 송파구 교통회관 앞에서 한 남성이 2차 음주 측정을 받고 있다. 이 남성은 혈중 알콜 농도 0.025%로 훈방 조치 됐다.
[이데일리 노희준 황현규 기자] 봄비가 내리던 4일 오후 8시 55분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교통회관 앞. 편도 5차선 도로에 4명의 경찰관들이 고깔 모양의 라바콘을 세워놓고 빨간색 경광봉을 흔들기 시작했다. 경찰관들은 지나가는 차를 멈춰 세운 뒤 손바닥 크기 음주 감지기를 운전자 입에 가져다 됐다. ‘삐빅’ 거리는 소리와 함께 붉은색 램프에 불이 들어오면 술을 마셨다는 의미다.

“오자마자 걸렸네요” 나종욱 송파경찰서 교통안전계 4팀장(경위)이 말했다. 단속 개시 직후인 오후 8시 58분께 2차선에서 멈춰 섰던 파란색 포르쉐에서 서모(32)씨가 머리를 긁적이며 내렸다. 경찰에 이끌려 인도 쪽 차선으로 걸어나온 서씨는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나서야 2차 음주 측정을 위해 경찰 앞에 섰다.

“풍선 불어보셨죠? 입에 물고 하시고요. 세게 5초 동안 불었을 때 멈추는 숫자가 측정값입니다” 서씨는 2차 음주 측정기에 대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더, 더, 더, 더, 더 부세요” 측정기에 표시된 서씨의 혈중 알콜 농도는 0.063%. 100일 면허정지 수준이다. 퇴근길 친구와 소주 1병을 나눠 마셨다던 서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8시 55분 경찰이 음주단속을 시작하면서, 고깔 모양의 주황색 라바콘과 야광판을 도로에 설치했다.
음주운전 적발시 혈중알콜농도 0.05%이상 ~ 0.1% 미만은 100일간 면허가 정지된다. 또한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0.1%이상 ~ 0.2% 미만은 면허가 취소되고 1년이 지나야 운전면허를 딸 수 있다. 역시 6개월 이상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500만원 벌금이다.

밤 9시 16분 두 번째 적발자가 나왔다. 이번에는 2차선에서 운전을 하던 조선족 황모(47)씨가 구형 아반떼에서 나와 인도 쪽으로 걸어왔다. 황씨는 경찰에게 “음주운전이 처음이다”며 “징역에 처해지는 것은 아니냐”고 걱정스레 물었다. 음주 측정이 처음이라던 황씨는 8번 시도 끝에야 음주측정을 할 수 있었다. 황씨의 혈중 알콜농도는 0.089%. 면허정지 수준이다.

경찰이 황씨의 인적사항 등 주취운전자정황진술보고서를 적고 있던 중 스파크를 몰던 홍모(29·여)씨가 2차 음주측정을 하기 위해 바깥쪽 차선 순찰차로 걸어왔다. 홍씨는 “소주 3잔밖에 먹지 않았다”며 2차 음주측정에 응했다. 홍씨의 혈중 알콜 농도는 0.116%.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나 팀장은 “원래 단속에 걸리면 다 소주 몇 잔 밖에 안마셨다고 둘러대는 게 보통”이라며 “그래도 최근에 측정거부 등 실랑이를 벌이는 사람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올림픽로 교통회관 앞에서 10시 20분까지 1시간 30분 정도 진행한 음주단속에서는 총 5명의 운전자가 적발됐다. 이중 2명은 혈중알콜농도가 0.05%를 밑돌아 훈방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2013년 26만9836건에서 작년 20만5187건으로 감소 추세지만 여전히 매년 20만건 이상 적발된다. 음주운전사고 사망자 수 또한 2013년 727명에서 작년 439명까지 감소하긴 했지만 400명 선에서 정체상태다.

음주단속 강화를 위해선 도로교통법 개정이 먼저다. 국토교통부는 2022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절반 이상으로 줄인다는 목표아래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강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상정했지만 해당 법안은 국회 행안위에서 우선 순위에 밀려 낮잠만 자고 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5차선 바깥쪽 도로를 제외한 나머지 도로에서 경찰들이 지나가는 차를 세우고 음주 측정을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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