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올 게 왔다"…아시아나 탄 개미 ‘감자’ 맞을까 덜덜

채권단, 재무구조 개선 위한 감자 논의
과거 금호산업·금호타이어도 ‘차등 감자’ 단행
보유주식 수 줄지만 주식 기준가 올라…감자 뒤 전망 중요
  • 등록 2020-09-07 오전 12:10:00

    수정 2020-09-07 오전 8:01:18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드디어 올 것이 왔네요.”

아시아나항공(020560) 주식에 투자한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요즘 불안에 떨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면서 채권단이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들의 주식을 태워 없애는 ‘감자(減資)’를 단행하리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계약 최종 결렬 이후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감자도 채권단이 손에 쥔 옵션의 하나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정부 자금을 민간 기업에 넣으려면 대의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아시아나항공의 자본 잠식을 해소하고 대주주의 경영 실패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감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 채권단이 감자를 추진할 가능성은 작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이 ‘부분 자본 잠식’ 상태라서다. 부분 자본 잠식은 경영 적자가 누적되며 주주들이 태운 자본금을 까먹고 있다는 의미다.

아시아나항공 같은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매년 말 기준 자본금이 50% 이상 잠식되면 한국거래소가 관리 종목으로 지정한다. 상장 폐지 후보가 된다는 뜻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자본 잠식률은 지난해 말 29%에서 올해 6월 말 56.3%로 치솟았다. 관리 종목 지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채권단 내부에서 감자가 거론되는 것은 자본 잠식을 해소할 다른 뚜렷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당장 대규모 흑자를 내거나 높은 가격에 신주를 발행해 자본 잠식을 해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채권단은 앞서 2010년에도 금호산업(002990)금호타이어(073240)의 대주주 보유 주식을 100대 1, 소액 주주 주식을 각각 6대 1, 3대 1 비율로 줄이는 ‘차등 감자’(대주주의 주식 소각 비율을 더 높게 적용하는 것)를 단행한 바 있다. 최대 주주가 가진 주식 100주 중 99주를 아무 대가 없이 회수해 소각하고 1주만 남겼다는 얘기다.

이처럼 회사의 전체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자본금(주식 액면가×발행 주식 수)이 감소하면 줄어든 자본금만큼 ‘감자 차익’(자본 잉여금)이 발생해 회계 장부상의 누적 적자(결손금)를 털어내고 자본 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결손금은 현재 약 1조5000억원에 이른다. 본지 추산 결과, 감자 차익으로 결손금의 절반가량을 보전하고 부분 자본 잠식에서 빠져나오려면 최대 주주인 금호산업(지분율 30.8%)은 99%,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지분율 11%)과 소액 주주의 경우 최소 50% 감자가 필요하다.

개인 투자자 약 14만 명이 가진 아시아나항공 주식 수가 반 토막 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손금을 1조원가량 털어내려면 소액 주주의 감자 비율은 80%(5주를 1주로 병합)까지 올라갈 수 있다.

변수는 있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지 않은 일반 기업의 경우 결손금 해소 목적의 감자를 하려면 주주총회 출석 주식 수의 50% 이상, 전체 발행 주식 수의 25%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감자로 가장 큰 손실을 보는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이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만약 실제 감자가 추진되면 주주는 무조건 손실을 볼까?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어 기존 주식 2주를 1주로 줄이는 감자를 하면 거래 정지 전 종가가 1만원인 주식은 거래 재개일 기준가격이 2만원으로 올라간다. 전체 발행 주식 수가 과거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만큼 감자 후 주식 기준가는 종전의 2배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말 전체 발행 주식의 92.2%를 소각한 대우조선해양(042660)은 감자 전 주가가 4480원이었나 감자 뒤 처음으로 거래가 재개된 2017년 10월 말 기준주가가 4만4800원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이날 시초가(최초 형성 가격·기준가의 50~150%)는 호가(부르는 값)를 반영해 기준가의 절반인 2만2400원으로 결정됐고, 시초가에서 13.4% 내린 1만9400원에 장을 마쳤다.

결국 단순 주식 수 감소가 아니라 감자 후 회사의 실적과 수익 전망이 주주의 손익을 좌우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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