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아닌 생존"…이자 폭탄에도 대출 포기 못하는 서민들

가계대출 금리 3% 가까워져 21개월 만에 최고
규제 강화된 신용대출 금리는 벌써 4% 가까워
한은 기준금리 인상에 대출 옥죄기 규제 작용
시중금리 1%P 오르면 가계 이자부담 12兆 늘어
  • 등록 2021-08-29 오전 10:05:32

    수정 2021-08-29 오후 9:10:14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30대 회사원 A씨는 최근 서울에 있는 한 공공임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지만 5억원이라는 전세자금을 당장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난감하다.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는 상황인 데다 금융당국의 규제로 전세자금 대출 기준이 까다로워졌다. 더구나 NH농협 등 일부 시중은행은 대출 상품 운영을 중단하거나 종료하고 있다.

A씨는 당장 가(假)계약금 마련을 위해 4%에 가까운 이자를 감당하고 마이너스통장 등 일반 신용대출이라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자 부담보다 매년 치솟는 전·월세 가격과 떠돌이 생활이 더 무섭기 때문이다.
2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붙은 대출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융불균형 완화, 자산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실수요자들의 대출 증가세는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세 및 주택 매매가가 지난해 이후 폭등하면서 대출을 끼지 않고는 집값을 마련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계대출 금리는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와 실수요자들의 대출 수요 증가 등에 맞물리면서 오름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가계대출 금리, 21개월 만에 최고…신용대출은 4% 육박

가계대출 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보다 비교적 대출이 쉬운 신용대출 금리 오름세가 눈에 띈다. 한은이 발표한 ‘7월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가계대출 금리가 두 달째 올라 2.99%를 기록, 3%대 상승을 눈앞에 뒀다. 2019년 10월(3.01%) 이후 1년 9개월만에 최고치다.

그 중에서도 주담대와 일반신용대출금리 증가 영향이 크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월 0.07%포인트 오른 2.81%를 기록해 2019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신용대출금리는 전월 대비 0.14% 급등한 3.89%로 4개월째 상승세를 지속해 4%대 금리에 가까워졌다. 2019년 11월(3.90%) 이후 최고 수준이다. 1년 전과 비교해보면 무려 0.39%포인트 치솟은 것이다.

가계대출 금리 급등세가 이어지는 것은 한은의 기준금리 상승기와 맞물리면서 이에 연동한 지표 금리들의 상승이 주효했다. 특히 신용대출이 기준으로 삼는 은행채 금리가 시장 변동 상황에 따라 예민하게 반응해 오름폭이 큰 상황이다.

최근 1년간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 변동 추이. (자료=은행연합회)


한은 등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지난해 7월 0.81%에서 1년 만에 0.95%으로 0.14%포인트 올랐다. 코픽스 금리가 1%대에 육박한 것은 지난해 5월(1.06%) 이후 처음이다. 변동금리 지표에서는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도 0.03%포인트 상승했고 은행채 3개월물, 은행채 1년물이 모두 0.11%포인트, 0.09%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의 기준 금리 인상 추가 인상에 기대가 높아졌고,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한 우대금리 축소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지표 금리의 전반적인 상승,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시중은행들의 우대금리 축소 등이 영향을 줘서 주담대 금리와 일반신용대출 금리가 오름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시중 금리 더 큰 폭 뛰어…1%p 오르면 이자부담 12조, 연체율 4배 상승

지표 금리와 자금 조달 금리가 모두 오르자 시중은행들의 대출 금리 오름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은 지난 18일부터 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를 연 2.48~4.24%로 발표했다. 한 달 전 연 2.34∼4.13% 수준이던 것과 비교하면 하단은 0.14%포인트, 상단은 0.11%포인트 각각 오른 것이다.

가계대출 중 이미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가운데 한은의 연내 추가 기준 금리 인상, 대출 규제 강화 등이 겹치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은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81.4% 수준이다.

지난 5월 한은이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 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이자는 약 11조8000억원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가계신용’ 통계상 가계대출 총잔액 1630조원을 바탕으로 계산한 수치인데, 지난 6월말 기준 가계부채가 1705조원으로 늘었고 최근까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자 부담은 더 큰 폭 증가할 수 있다.

이자 부담 증가는 결국 대출 연체율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금리 인상과 블랙스완의 가계대출 연체율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가계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올라가면 0.32%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868조5000억원)을 기준으로 금리 1%포인트 인상과 연체증가율 0.32%포인트를 고려하면 가계대출연체 증가금액은 2조7000억원에 달한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2011년 1분기 435조1000억원에서 2021년 1분기 868조5000억원으로 10년간 연평균 7%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조이기에 시중 은행들의 대출 금리 오름세가 가팔라지고 있지만 실수요자들의 대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기준금리 인상의 추가 인상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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