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식 (가명. 41세) 차장은 기획실에서 잔뼈가 굵은 사림이다. 기획실의 업무 특성 상 여러 사내 부서의 예산을 확정하는 경우가 업무 상 많았다. 최차장의 선배들은 회사 내에서 기획실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 조직 내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가르쳤다. 어느 회사에서나 이 정도는 이해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최 차장의 경우 이런 다소 특수한 업무에 너무 재미를 느낀 것 같다.
김성재 (가명. 38세) 과장은 경영 지원 팀에 입사해서 성장한 인물이다. 김과장은 업무 상 최 차장의 업무 지시를 받게 될 경우가 많았다. 두 사람의 스펙을 보면 김과장의 스펙이 최차장 보다는 좋았지만 업무 상으로는 지시를 받아야 하는 관계였다.
최 차장에게는 명문대를 졸업한 김 과장이 상사들의 인정을 받는 모습이 그리 좋게 보이지 않았다. 이런 경험들은 조직 내에서 가끔 만나게 되는 경우이다.
김 과장은 고민 끝에 당분간 만이라도 최 차장을 피하기 위해 회사에 휴직 신청을 하고 경영학석사(MBA) 를 따기위해 공부를 더 할 결심을 하게 된다. MBA 를 가게 된 김 과장은 열심히 공부하였고 좋은 평가로 MBA 를 마쳤다.
MBA 를 끝낸 김 과장은 이직을 할 수 도 있었으나 회사로 복귀를 하게 된다. 마침 회사에서는 회장실 스태프를 뽑는 내부채용 공고가 있었고 김 과장은 지원을 하게 된다. 명문대 출신에 MBA 자격까지를 갖춘 김과장은 당당히 경쟁자를 제치고 회장실로 보직을 받게 된다.
그룹 사 경험을 한 분들은 잘 알겠지만 회장실의 권한은 막강하다. 어지간한 계열사 임원들을 교체할 수 있는 정도의 파워를 가진 것이 회장실 측근들이다. 계열사 기획실에 근무 중인 최 차장은 김과장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최 차장에게는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입장이 반대로 바뀌게 될 줄 예상이나 했을까. 그날 이후 김 과장은 최 차장을 그룹 보고 대상으로 통보하고 그 동안 당한 원한을 그대로 보복하게 된다. 결국 최 차장은 1년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업무 상 가진 권력은 사심없이 업무에만 쓰는 게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