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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수녀 이해인의 시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이 국악 창작곡으로 무대에 오른다. 국악작곡가 유은선(55)은 오는 10월 7일 서울 중구 남산골한옥마을 내 서울남산국악당에서 10번째 작곡발표회 ‘시(詩)를 발표하다’를 열고 이들 시에서 영감을 받은 창작곡을 발표한다.
이번 공연의 콘셉트는 ‘시’다. 지난 여름 제주도에 머물면서 시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네 곡을 초연한다. 유 작곡가는 “좋은 시는 있는 그대로 노래와 음악이 된다”면서 “나는 시 속에 이미 들어 있는 선율을 그대로 끄집어내는 일만 하면 됐다”고 말했다.
△“좋은 시는 그 자체로 음악”
이해인 수녀와 도종환 장관의 시는 위로와 위안을 공통된 주제로 삼고 있다.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은 “사소한 일들은 훌훌 털어버리고 /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 / 더 맑게, 크게 / 웃으라고 하네”라고 노래한다. ‘흔들리며 피는 꽃’은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라며 힘든 순간을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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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신곡 두 곡은 시인 강제윤의 시에서 가사를 따온 ‘속절없이 그리운 날엔 섬으로 갔다’와 사설시조를 풀어서 노래하는 ‘고대(苦待)’다. 바리톤 우주호, 여류가객 강권순이 각각 노래한다. 유 작곡가는 “최근 국악계에서는 다양한 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국악이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대중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시’라고 생각한다”면서 “고전 시부터 현대 시까지 다양한 시를 노래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선 신곡 네 곡과 함게 기존에 발표한 대표곡 여덟 곡도 함께 선보인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주제로 만든 ‘끔을 꾼 후에’, 아버지를 생각하며 가사를 쓴 ‘아버지의 노래’, 민속 장단과 정가가 만난 ‘소리의 숨, 아리랑’ 등이다.
국악 및 음악계 명사들도 공연에 함께 한다. 명창 안숙선을 비롯해 강호중 추계예대 국악과 교수,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거문고 수석연주자 김선효, 기타리스트 김광석, 테너 김홍기, 바리톤 이진원 등 20여명이 무대를 같이 꾸민다. 공연 실황은 SBS ‘문화가중계’에서 녹화해 10월 중 방송 예정이다.
공연은 추석 연휴 기간에 열린다. 사전 예약 없이 전석 초대로 진행한다. 당일 서울남산국악당을 찾으면 누구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유 작곡가는 “국악작곡가는 곡은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어려운 창작환경에서 선보이게 된 이번 공연을 추석 연휴를 맞아 남산골한옥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즐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작곡가는 1990년 창단한 여성국악실내악단 다스름의 대표를 맡고 있는 여성 국악작곡가다. 국립국악원 연구실장과 국악방송 본부장 등을 지냈으며 방송 MC 겸 작가, 연출가로도 활동했다. 작곡발표회와 창작국악 음반도 꾸준히 발표하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이어왔다. 오는 10월에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김홍도의 8폭 병풍을 소재로 영상과 음악, 전시가 결합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