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약품 입장에서 올리타는 10년간 공을 들인 ‘자식’과도 같은 존재다. 이 약은 암을 자라게 하는 상피세포성장인자(EGFR)를 억제하는 약인데, 관련 제품 개발에 착수할 당시만해도 마땅한 폐암 표적항암제가 없어 획기적인 약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글로벌 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이 2015년 △계약금 5000만달러(약 535억원) △임상개발에 따른 단계적 기술료(마일스톤) 6억 8000만달러(약 7300억원) △시판 후 별도 판매 로열티 등 파격적인 조건으로 올리타 개발권을 선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리타는 관련 약들 가운데 개발 속도가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게르드 스텔 베링거인겔하임 부사장은 지난 2016년 3월 한국을 방문해 “올리타 개발권 도입은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중국의 자이랩도 같은 이유로 중국 내 올리타 개발권을 선점했다. 자이랩은 베링거인겔하임의 기술도입 직후 올리타 개발권을 계약금 700만달러(약 75억원), 마일스톤 8500만달러(약 910억원)에 확보했다. 한미약품은 총 8억 2000만달러 규모로 기술수출을 일궜지만, 대부분 개발이 진행되면 받을 수 있는 ‘잠재적인’ 매출인 마일스톤이었다. 한미약품이 마일스톤을 제외하고 실제로 올리타로 거둬들인 매출은 계약금과 초기 기술료를 합쳐 6500만달러(약 700억원) 수준이다. 한 제약사 임원은 “한미약품이 기술수출 계약 해지로 들어올 돈 가운데 90%가 사라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달리 보면 ‘버리는 카드’로 700억원을 벌어들인 것”이라며 “이 정도면 한미약품이 올리타 개발에 투자한 연구개발비 정도는 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링거인겔하임과 자이랩의 기술반환으로 한미약품은 임상3상을 독자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통상적으로 임상3상에 드는 비용은 △후보물질탐색 △동물실험 △초기 임상시험 등 그동안 썼던 연구개발비의 2배 이상이 투입된다. 해외 제약사 관계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한 상황에서 성공을 한다고 해도 후발주자가 되는 만큼 냉정하게 봤을 때 과감하게 중단하는 게 현실적”이라며 “막대한 규모로 기술수출에 성공하더라도, 이후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면서 개발이 중단되는 일은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너무나 흔하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나머지 20여개 신약후보물질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아직 24개의 파이프라인이 남아있는 만큼 올리타 개발에 들어갈 연구비를 다른 신약개발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