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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생산 중심인 ‘반도체’…법인세 효자 노릇 톡톡
18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18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두 회사의 1분기 법인세 비용은 각각 4조 4874억원, 1조 169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국내 법인세는 각각 3조 1165억원, 1조 1485억원 등으로 총 4조 2650억원에 달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간 실적 컨세서스(전망치)에 근거해 추산한 두 회사의 올 한해 법인세 총액은 전년(10조 6939억원) 대비 60% 가량 늘어 최소 17조원으로 예측된다. 이는 서울시가 올 한해 1000만명의 시민들에게 거둬들일 지방세수 총액인 17조 965억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전국민 5000만명이 나누면 1인당 34만원 씩 줄 수 있는 천문학적 액수다.
두 회사의 국내 법인세가 급증한 주요 원인은 메모리 등 반도체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생산시설이 있는 국내 실적으로 대부분 잡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세계 최대 규모의 평택 반도체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국내 법인세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 15조 6422억원 중 국내 영업이익은 11조 2009억원으로 71.6%를 차지한다. 이로인해 국내 법인세 비중도 69.5%로 70%에 육박했다. 최근 3년간 삼성전자의 매년 1분기 국내 법인세 비중을 살펴보면 2016년 37.3%, 2017년 57.9%, 2018년 69.5%로 두 배 가까이 급격하게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SK하이닉스의 경우 경기 이천 공장과 중국 우시 공장 등을 가동하고 있지만 법인세는 국내 비중이 98%에 달한다.
법인세율 인상이 국내 생산 물량 축소로 이어질 수도
반도체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세와 함께 올해부터 과세표준 구간 3000억원 이상의 법정 법인세 최고세율이 인상(22%→25%)된 부분도 두 회사의 올 1분기 국내 법인세 비용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7년 4분기 전체 법인세 중 국내 비중이 50.7%였지만 비슷한 실적을 보인 2018년 1분기에는 69.5%로 2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것은 세율 인상의 영향을 방증한다. SK하이닉스도 세율 인상에 따른 법인세 비용 증가 분이 전체 증가 액수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법인세 세율 인상이 자칫 비용 절감을 위한 기업들의 국내 생산 물량 조정 및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대기업들이 법인세 인상 영향으로 본사의 해외 이전 등을 추진하긴 어렵지만 국내 생산 물량을 해외로 돌려 조정하는 방식으로 세금 부담을 줄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세수를 늘리기 위해 법인세율을 높이는 것보다는 기업들이 국내 생산을 늘리도록 유도해 세원을 더 확보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