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아내와 함께 모은 돈 3억원에 나머지 금액은 부모님께 빌릴 예정이다. 그는 “아파트값이 주춤할 때 사는 게 이득일 것 같다”며 “전셋값도 높아 지금이 갭투자하기에는 적기일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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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하면 ‘현금’ 2억 없어도 내집
1일 국회를 통해 입수한 ‘국토교통부의 입주계획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아파트를 매입한 2040세대는 총 3만3883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중 갭투자로 아파트를 매입한 비율은 1만3427명으로 39%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만 9826명 중 5537명(27%)이 갭투자를 한 것에 비해 대폭 증가한 것이다.
2040갭투자자들이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는 이유는 ‘높은 아파트값’을 충당하기에 소득이 터무니 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대출 지원도 거의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소득만으로 아파트를 사는 것만큼 대출도 쉽지 않다. 심지어 12·16 대책으로 대출은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서울과 같은 투기과열지구에서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가 40%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12·16 대책으로 9억원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LTV 20%를 적용,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서울 중위가격(9억 2000만원) 기준으로 3억 6400만원만 대출이 나오는 셈이다. 나머지 5억5600만원을 현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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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윤모(33)씨는 “20살 때 독립한 이후 줄곧 내 집 하나 없이 전·월세로만 살았다”며 “오르는 집값에 지금이라도 ‘갭투자’ 하지 않으면 평생 무주택자가 될 것 같은 두려운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갭투자를 투기꾼으로 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윤모씨는 “일단 집을 사놓고, 여유가 생기면 그 집으로 들어가 살 생각이다”며 “2년 이상 실거주해야 양도소득세도 면제 받는데, 전세끼고 집 샀다고 무조건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꾼으로 모는 건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청약 넣어도 어차피 안되는데…“차라리 갭투자”
청년들이 갭투자에 집중하는 이유로 ‘문턱 높은 청약’도 원인으로 꼽힌다. 매매가 아닌 내 집 마련의 다른 창구인 청약은 사실상 ‘그림의 떡’이다.
서울 시내 아파트에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50점대 후반은 거뜬히 넘어야한다. 지난달 분양한 흑석리버파크자이도 최소 당첨 커트라인이 59점(전용 84㎡)이었다. 심지어 최고 가점에서는 이례적으로 84점(59㎡) 만점자도 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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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결국 대출을 옥죄는 정책으로 현금이 없는 젊은 세대들은 갭투자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정책이 주택 매매·청약 시장에서 현금부자들과 그 외 2040 세대들 사이의 양극화만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