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가 찬 '박근혜 시계', 가품 논란에도 주목받는 이유

이만희, 회견장서 박근혜 전 대통령 기념시계 착용
'가품' 지적에도 정치권 연관 의혹 지속
신천지 '제도권 진입' 노력 주목
  • 등록 2020-03-03 오전 6:05:00

    수정 2020-03-03 오전 8:26:10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신천지를 상대로 고발을 진행하는 등 유착관계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미래통합당이 다소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논란 끝에 기자회견을 가진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총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기념 시계를 차고 나온 까닭이다.

큰절 사과보다 더 눈길 끈 박근혜 시계

이 총회장은 2일 신천지 연수원인 경기 가평군 ‘평화의 궁전’ 문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신천지 신도와 관련된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이날 이 총회장은 큰절을 두 번이나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회견 후 더 화제가 된 것은 이 총회장이 차고 있던 시계였다. 이 총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청와대 기념시계를 왼쪽 손목에 차고 있었고 회견장 카메라에 이것이 그대로 잡혔다.

최근 이 총회장은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5년 받은 국가유공자증서 사진, 그 이전 박 전 대통령과 한 행사에서 동석한 사진 등이 발굴되면서 정치권과의 관계에 대한 뒷얘기가 무성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이날 이 총회장이 청와대 기념시계를 소유한 모습까지 나오면서 여권 지지층을 중심으로 보수정당과 신천지 사이 모종의 관계를 의심하는 시선은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이창수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우리는 당연히 이 총회장이 왜 박근혜 전 대통령 시계를 차고 나왔는지 모른다. 우리가 언급할 사안도 아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모양을 볼 때 이 총회장 시계가 가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대통령 기념시계가 애초에 적지 않게 제작돼 중고상품으로도 구할 수 있는 사정을 감안하면 이 총회장이 하필 이날 문제의 시계를 차고 나온 이유에 대한 대중적 호기심을 물리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시계가 가품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연상시키는 소지품을 전 국민이 지켜보는 기자회견에 왜 차고 왔는지가 의문의 대상인 것이다.

이 때문인지 이날 통합당의 신천지 고발 때문에 이 총회장이 부러 시계를 차고 나왔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과거 이 총회장이 통합당 전신인 ‘새누리당’의 당명을 자신이 지어줬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통합당이 자신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자 이에 반발해 일부러 박 전 대통령 기념 시계를 차고 나왔다는 것이다.

주류 사회 진입의 증표? 영향력 과시?

그러나 이같은 근거없는 ‘넘겨짚기’와는 별개로, 이 총회장이 이날 청와대 기념 시계를 차고 대중 앞에 나선 자체가 그간 신천지가 정치권에 줄을 대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했던 사정을 반영하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신천지는 그동안 등록 교인만 30만명 안팎에 이를 정도로 교세를 키워오면서 주류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코로나19 대규모 감염으로 혼란에 빠진 대구 권영진 시장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지역 신천지 교회 자원봉사단에 표창한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여전히 비밀스러운 구석이 있지만 규모나 지역사회에서의 활동 범위를 감안할 때 신천지를 단순히 극악한 컬트, 사이비만으로 보기 어려운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신천지가 주류 사회 편입을 위해 정치권과 어떤 식으로든 손을 잡으려 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신천지를 고발한 피해자연대에서는 최근 제보를 바탕으로 ‘신천지가 정치권 로비를 위해 30억원 이상의 자금을 살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과거 신천지 가담자들의 활동이력을 바탕으로 한 추정에 불과하나, 전체 자산만 5000억원이 넘고 전국에 1500여개소의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신천지 재정 상황을 감안하면 무시하기도 어려운 주장이다.
여기에 신천지가 얼마 전 퇴임한 이낙연 전 총리를 포섭하려 했다는 증언이 정운현 전 총리실 비서실장을 통해 나온 것 역시 이같은 추정에 힘을 더한다. 이전에는 신천지가 위장조직을 통해 각계각층 고위인사를 관리하고 있다는 보도 역시 나온 바 있다.

미래통합당 지도부가 이번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사태를 두고 대응한 방식도 혼란을 부채질했다. 황교안 대표는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한 감염병 확산 초반 신천지에 대한 직접 언급을 꺼리고 “특정교단에 책임을 떠넘겨선 안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신천지에 대한 여론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은 뜬금없는 반응이었다. 기성 개신교 전도사 자격을 가진 황 대표가 교계에서 이단시하는 신천지를 ‘특정교단’으로 지칭한 것도 문제였다. 정부 대응을 비판하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았던 셈이다.

내막이 무엇이건간에 이 총회장과 관련한 시비는 단순히 ‘박근혜 시계’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기미다. 신천지에 대한 강제수사를 두고 정부 내에서조차 이견이 표출되고 있고, 정부가 감염병 확산에 총력 대응을 하는 엄중한 시국에 여야는 총선을 앞두고 대립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이날 벌어진 시계 해프닝은 이같은 복잡한 이야기의 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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