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눈물]사라진 봄..눈물만 남았다

  • 등록 2013-07-12 오전 8:30:00

    수정 2013-07-12 오전 8:45:10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 금융의 메카로 꼽히면서 여기저기서 돈이 몰려들었다. 억대 연봉에다 그보다 더 많은 성과급까지 챙길 수 있는 증권맨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기도 했다. 돈이 넘쳐났던 탓에 고급 음식점과 유흥업소도 즐비했다. 낮엔 ‘금융의 메카’, 밤엔 ‘유흥의 메카’란 별칭이 붙기도 했다.

그랬던 여의도에 이젠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매섭기로 소문난 여의도의 겨울바람보다 더 차갑다. 장기 불황의 그림자가 한국 경제를 덮치면서 여의도에도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어서다.

여의도의 터줏대감인 증권사들이 먼저 나자빠지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의 침체와 함께 주식거래가 급감하면서 증권사들의 실적은 반토막났다. 여기저기서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또 지점과 직원수를 줄이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두툼했던 증권사 직원들의 주머니도 홀쭉해졌다. 잘 나갈 땐 3개월에 한 번씩 2000만~3000만원씩 챙겼던 성과급도 이젠 남의 나라 얘기다. 그나마 월급이라도 깎이지 않으면 다행이다.

증권맨들이 지갑을 닫자 여의도의 식당, 유흥가에도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법인카드로 비싼 음식과 술을 먹고 마시던 회식문화가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면서 손님들로 가득했던 고급 음식점도 빈자리가 많아졌다. 여의도 상점들은 궁여지책으로 저렴한 메뉴를 새로 개발하거나, 일정금액을 내면 소고기 등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뷔페식 메뉴도 선보이고 있다.

여의도의 명물로 값비싼 양주를 파는 이른바 ‘카페’와 단란주점들도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 임대료를 내지 못해 유흥업소 주인이 야반도주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카페’가 텅텅 비어 있는 대신 여의도 거리 곳곳에 자리 잡은 포장마차엔 새벽 늦게까지 손님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무실도 비어가고 있다. 비싼 임대료에도 사무실을 찾기 어려웠던 풍경은 이젠 찾아보기 어렵다. 유명 오피스빌딩조차 빈 사무실이 넘쳐난다. 여의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중 한 건물엔 아예 입주한 회사가 한 군데도 없을 정도다. 빈 사무실이 많아지자 건물주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임대료를 대폭 낮추거나 약정기간동안 사무실을 무료로 대여하는 새로운 임대방식도 등장했다.

찾아오는 손님을 기다렸던 증권맨들이 거리로 나오는 일도 잦아졌다. 길거리 영업을 통해서라도 고객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고객유치 캠페인이 늘어나면서 친지와 친구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는 상황도 많아졌다. 고액 연봉을 받으며 목에 힘을 주던 증권맨들의 한숨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돈이 넘쳐나야 할 여의도에 돈이 마르면서 흉흉한 소문도 잇따르고 있다. 영업 스트레스로 증권사 직원이 자살하는가 하면 술자리 폭행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과 임금삭감 소식도 단골메뉴다. 한 증권사 직원은 “주식시장이 좋을 땐 20대 신입 직원들도 고급 자동차를 몰고, 소고기로 매일 회식을 즐겼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구조조정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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