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읽어주는 남자]돈 잘 벌어? 왜 지갑엔 현금이 없어?!

현금흐름표, 기업 주머니 사정 훤히 보는 돋보기
동광레저, 현금흐름표 잘못 기록했다 금융당국서 '제재'
  • 등록 2015-01-17 오전 9:00:00

    수정 2015-01-17 오전 9:00:00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한 해 순이익만 2억원짜리 사업을 한다는 남자. 그런데 데이트할 땐 언제나 여자친구에게 계산서를 들이미는 카사노바가 있습니다. 핑계는 가지가지죠. 거래처가 돈을 안 갚는다는 둥, 새로운 사업에 투자를 했다는 둥. 몇 번은 믿어줬지만, 나중엔 돈까지 빌리려 들었습니다. 조금만 더 투자하면 훨씬 큰돈이 들어올 거라네요.

그 남자가 화장실에 간 사이 지갑을 뒤져봤습니다. 현금이라곤 천원짜리 몇 장이 전부였고 곧 빨리 돈을 갚으라는 신용정보회사의 독촉장을 고이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뒤도 안 돌아보고 그 남자와의 연락을 끊었습니다. 문득 생각나는 회계강의가 있더군요.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못지않게 현금흐름표도 중요하다는 강사님 말씀이 귓가에 아른거립니다.

현금흐름표란, 그야말로 일정 기간 기업에서 들어가고 나간 현금을 기록한 표입니다.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만으로는 알 수 없는 진짜 기업의 가치를 볼 땐 반드시 필요합니다.

가령 매출액이 1억원인 두 기업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손익계산서 상의 ‘매출액 1억원’이란 숫자에는 두 회사가 어떤 거래처와 거래하는지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신용이 좋은 거래처는 꼬박꼬박 외상값을 잘 갚을 테지만, 거래 상대방이 사기꾼이라면 외상값도 떼먹고 도망갈 수도 있겠지요. 매출액은 같아도 신용이 좋은 곳과 거래하는 기업의 현금흐름이 좋은 법입니다.

자산과 부채, 자본을 기록한 재무상태표나 손실과 이익을 기록한 손익계산서는 숫자로 표현돼 있어 객관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재무제표 작성자의 주관이 많이 반영됩니다. 건설회사가 주관적으로 계산한 공사진행율로 앞으로 회사가 벌어들일 돈을 기록한 ‘미청구공사’와 같은 계정이 대표적이지요. 건설사는 앞으로 받을 돈이라고 하지만, 돈 줄 사람은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계정이 바로 이 ‘미청구공사’입니다.

그래서 현금흐름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매출액은 꼬박꼬박 늘어나는 것 같지만, 현금이 들어오지 않는 기업, 주머니 사정이 갑자기 나빠지는 회사일 수 있습니다.

현금흐름표가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다 보니 서론이 길었습니다. 그럼 현금흐름표를 잘못 기록한 기업이 어떻게 됐는지 볼까요?

경기도 여주에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동광레저란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당기순이익이나 자산 규모를 부풀리는 식으로 분식회계를 하진 않았습니다. 단지 현금흐름표를 잘못 적었을 뿐이죠.

골프장 건설 관련 비용으로 32억 2400만원의 현금이 쓰였습니다. 앞으로 돈을 벌기 위한 투자를 한 것이지요. 그럴 때는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로 기록해야 합니다. 그러나 동광레저는 이를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로 잘못 적었습니다. 골프장 영업을 하다 나간 돈으로 기록한 것이죠. 몇 가지 회계규정 위반 행위가 더해졌지만, 이 회사는 이런 ‘실수(?)’로 두 달 동안 증권발행이 제한됐고 1년 동안 나라에서 정해주는 감사인으로부터 회계감사를 받게 됐습니다.

현금흐름표의 중요성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현금흐름표만 봐도 앞으로 성장할 기업인지, 청산할 기업인지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혹시 주식 투자를 하고 계신다면, 솔깃하지 않나요? 이 얘기는 다음 ‘분식남’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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