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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61)씨, 삼성으로 이어지는 뇌물죄 혐의 수사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원활히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성공적으로 특검의 공세를 막아낸 이 부회장의 사례가 박 대통령과 최씨 입장에서는 향후 특검 수사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반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됐던 이 부회장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수사 방식이나 전략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등 특검은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은 모습이다.
이재용 구속영장 재청구 보류
박영수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는 현재까지 결정되지 않았다”며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한 뒤 내부 회의를 거쳐 향후 처리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조의연(51·사법연수원 24기)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특검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이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재단 출연과 최씨 지원 간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특검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반발했지만 아직까지 돌파구를 찾지 못한 분위기다.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없이 이 부회장 구속을 시도한 게 성급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통령 대면조사는 현재 불가능한 상황이라 영장 청구가 성급했다고는 판단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일단 수사를 일정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이 특검보는 “영장이 기각됐다고 혐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이 부회장의 재소환 여부도 필요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르면 주말 최순실 소환 통보
박 대통령과 최씨를 향한 후속 수사 의지도 내비쳤다. 특검 관계자는 “최씨는 이번주까지 계속 재판이 잡혀 있어 늦어진 것이고 이르면 주말 혹은 다음주라도 소환하고 응하지 않으면 후속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씨가 특검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만큼 다른 혐의로 기소해 체포영장 등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의 경우도 “수사 일정을 감안하면 2월 초순에는 해야 한다는 방침은 변화가 없다”며 “(대면조사 성사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데 대통령 측과 사전 조율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다만 이 부회장 구속이 불발되면서 전광석화처럼 수사를 확대해 온 특검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것은 사실이다. 당장 SK와 롯데 등 다른 대기업 수사에도 뇌물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삼성을 뇌물죄 프레임에 가두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기각됐다”며 “다른 기업에도 같은 틀을 씌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최씨에게도 이 부회장의 사례가 일종의 학습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나는 강요를 받은 피해자’라는 논리로 구속을 피했다. 박 대통령과 최씨가 같은 맥락에서 ‘기금 출연을 요청하긴 했지만 삼성에서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는 주장을 방어논리로 내세우면 특검이 이를 무너뜨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직권남용과 강요는 몰라도 뇌물 혐의는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