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없어 군산조선소 문 닫는 韓

내일 폐쇄..10년 만에 가동 중단
현대重 협력사 51곳 폐업 내몰려
"공장 살려달라".. 정부 묵묵부답
  • 등록 2017-06-30 오전 6:00:00

    수정 2017-06-30 오전 7:30:24

전북 군산산업단지 내 180만㎡ 부지에 건립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전경. 군산시 제공.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현대중공업(009540) 군산조선소 도크 폐쇄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008년 5월 문을 연 군산조선소가 10년만에 가동 중단에 들어가면서 군산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군산시와 전북도, 시민단체, 상공회의소 등은 지난 6개월간 현대중공업과 정부를 상대로 공장 정상화를 호소했지만 큰 진전이 없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당초 29일 전북도청을 방문해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관련 입장과 해법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이유로 일정을 연기했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역대 최악의 수주절벽 탓에 올초부터 군산조선소에 일감 부족 경고등이 켜졌고 지난달 4일 이사회에서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지역사회의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3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내년까지 이행해야 하는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지난 26일 만난 김성호 사장(가명)은 군산의 현장 상황을 묻자 한숨부터 쉬었다. 김 사장은 지난 8년간 군산조선소 1차 협력업체로 선체 보강재를 제작해 납품하는 회사를 운영해 왔다. 그는 “지난 3월부터 일감이 끊겼다”며 “지금은 플랜트나 철골 등 다른 일감 찾아다니면서 겨우 연명하고 있다. 150억원 투자해서 창업했는데 10년도 안돼 문닫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현대중공업 본사 근무하다가 지난 2008년 군산조선소가 새로 가동되면서 임직원 창업 기회를 잡아 협력업체 사장으로 새출발 했을 때만 해도 그의 미래는 밝아보였다. 연매출은 매년 성장해 2015년에는 100억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작년 매출은 70억원에 그쳤고 올해는 상반기가 다 지났지만 10억원을 채우지 못했다. 50명을 넘었던 전체 직원수는 1년만에 1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김 사장은 “종업원 월급이 한달씩 밀린 적도 있었다”며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사방팔방 뛰어다녔다. 경영진들은 월급을 거의 못 받고 있다시피 하다”고 호소했다.

30일 군산시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근무 인력은 작년 4월말 기준 5250명이었지만 이번 가동 중단으로 5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지난달 말까지는 1392명이 등록됐었지만 가동 중단 이후에는 사내 협력업체 직원 약 100명만이 현장에 남아 설비의 유지·보수 작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군산조선소 직영을 제외하면 전체 85개 협력업체 중에서 지난달말 기준 34개만 살아남았다. 사내 협력업체는 39개에서 14개로 줄었고 사외 1차 협력업체는 8개에서 7개로 감소했다. 2차 협력사의 경우 38개에서 13개로 가장 많이 줄었다. 7월1일 가동 중단 이후에는 군산 내 협력업체 존재 의미가 없어진다.

군산시청 관계자는 “협력업체 숫자가 줄었다는 것은 폐업을 의미한다”며 “경기가 안좋아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울산이나 거제는 다른 조선소가 있고 수주잔량도 있으니 협력업체들의 연명이 가능하지만 군산은 유일한 도크가 닫히면 조선업 자체가 끝이다”라며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군산 지역경제의 25%를 차지하는 현대중공업의 퇴장으로 군산 경제는 얼어붙었다. 군산조선소와 가까운 오식도동의 원룸단지 공실률은 작년까지만 해도 20~30% 정도 였는데 현재는 50%에 달하고 있다. 인근 음식점들도 매출이 급감했다.

지역사회는 울산조선소와 계열사들이 갖고 있는 일감을 나누면 군산조선소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내년부터 조선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현대중공업그룹이 확보하고 있는 수주잔량을 조금만 나눠서 내년까지만 버티면 군산의 조선업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을 결정한 현대중공업은 지역사회와 직원들 모두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지만 일감 부족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현대중공업은 인력·설비 감축을 포함한 자구계획안을 내년까지 이행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 하반기에 울산조선소 도크도 1~2개가 추가로 폐쇄될 예정이다.

조선업계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전북 군산시 새만금 신시광장에서 열린 ‘제22회 바다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해양강국으로의 도약’을 강조했다. 28일 이낙연 총리를 면담한 김춘진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은 “이 총리가 7월 중순께 군산조선소 관련 정부 대책이나 지원책을 설명할 예정”이라며 “가동 재개를 위해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새 정부는 최근 현대중공업 측과 군산조선소 문제를 긴밀하게 논의해왔다. 군산조선소는 25만t급 선박 4척을 동시 건조할 수 있는 130만t급 도크 1기와 1650t급 골리앗 크레인을 보유하고 있다.

군산시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초대형 유조선(VLCC) 10척 중 일부를 군산으로 돌렸다가 나중에 갚는 방법이나 현대중공업이 최근 폴라리스쉬핑에서 수주한 VLOC(초대형 광석 운반선) 3척을 군산으로 돌리자는 제안을 최근 정부 측에 했다”며 “이것이 군산조선소를 재가동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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