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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IFC 빌딩 사무실에서 만난 이형(50·사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전무는 부동산 자문시장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컨설턴트다. 30년 넘게 국내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지켜보고 업계의 트랜드를 선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컨설턴트로서 자부심이 배어있었다.
이 전무는 1989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17년간 삼성그룹의 부동산 투자 관련 실무를 담당한 뒤 2011년 딜로이트안진에 합류, 현재는 부동산(Real estate), 에너지(Energy), 인프라(Infra) 부분을 총괄하는 REI 그룹장을 맡고 있다. 이 전무가 합류한 이후 약 10년 동안 부동산팀은 양적, 질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팀원은 10명 내외에서 43명으로, 매출은 10억원에서 85억원으로 늘었다. 이 전무가 관할하는 에너지, 인프라팀까지 합하면 총 직원은 73명, 매출은 125억원 규모에 달한다.
“새로운 분야 뛰어들며 공부로 극복…이제는 4차 산업혁명이 화두”
이 전무는 미래를 보여줘야 하는 컨설턴트답게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대신 공부를 통해 기회를 창출하는 스타일이다. 그에게 예상치못한 어려움은 늘 흥미로운 공부 대상이 되곤한다. 실제 1998년 IMF 전후로 국내에 도입된 부동산 유동화 기법을 익히며 본격적으로 부동산과 금융을 접목했고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 때는 예금보험공사의 실사를 담당, 부동산 외 산업의 재무자문까지 영역을 넓혔다. 이 전무는 이 과정에서 공부를 통해 쌓은 내공을 사업 아이템으로 연결하는 수완을 보여줬다.
그는 “변화의 모멘텀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IT의 속성 하나인 장소의 무차별성이 사람들을 공간의 구속에서 해방시켰다”며 “생활인프라, 교통 등 전통적인 부동산 가치를 평가하는 요소들이 뒤바뀔 것”이라고 예측했다.
‘스마트 빌딩’ TF팀 구상…“IT기술 여부 따라 격차 커질 것”
그는 특히 오피스나 리테일 부동산 지형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든 업무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더 이상 오피스가 어디에 지어지느냐는 중요하지 않게 됐다”며 “기흥에 삼성전자나 포항에 포스코처럼 앞으로는 대규모 기업 단지가 지방에 자리 잡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직접구매 등 전자상거래의 영향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리테일의 경우 독립된 건물보다는 코엑스나 IFC몰 처럼 쇼핑, 오피스 등이 융합된 종합단지 형태로 흡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앞으론 스마트 빌딩이냐 아니냐에 따라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라며 “고객에게도 IT가 건물의 가치를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를 잘 설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쟁업체도 같이 커야 우리도 잘 돼”
이 전무는 남들보다 변화의 방향을 먼저 읽고 강한 추진력으로 실행하는 게 특기다. 해외대체투자팀과 골프장·리조트팀 등도 이 전무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이 전무가 새로운 팀을 꾸리면 경쟁사에도 비슷한 팀이 생겼을 정도다.
경쟁사가 딜로이트를 벤치마킹하는 게 속상하지 않느냐고 넌지시 물으니 이 전무는 “맛집들을 보면 뭉쳐 있는 곳이 오히려 잘 된다”며 “업계 전체가 커야 우리도 큰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컨설팅 업계의 ‘선수’들이 대부분 후배거나 조언을 구했던 사람들”이라며 “성적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건 사실이지만 최초는 딜로이트에서 나온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