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킹맘]부모는 회사 아이는 학원…개학하면 사표 쓰는 엄마 '1만 6천명'

부모는 최장근로, 아이 수업은 짧고 돌봄은 외면 탓 학원행
정부, 초등 저학년 학교수업 연장 검토, 교사 반발 불보듯
"학교는 교육하는 곳 벗어나 보육지원에 동참해야"
  • 등록 2018-03-13 오전 6:30:00

    수정 2018-03-13 오전 10:26:15

[편집자주]일하는 엄마는 전쟁 중이다. 회사와 가정, 학교가 모두 전장이다. 전우는 없다. 회사와 집안일, 아이 교육까지 떠맡아 고군분투하는 삶이 대한민국 워(WAR)킹맘의 일상이다. 저출산과 경력단절 여성 문제의 해법은 ‘일하는 엄마가 행복한 세상’이다. 이데일리는 회사와 가정, 사회에서 워킹맘이 처한 현실을 조명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연중기획을 연재한다. 그림에다(grimeda) 심재원 작가가 함께한다.

[이데일리 송이라 김소연 기자] 수년간 영국에서 살다 돌아온 김혜림(가명)씨는 아이 입학 때 초등학교 하교 시간을 알고 깜짝 놀랐다. 영국에서는 만3세 이상 아이가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오후 3시 이후다. 우리나라에선 초등학교 1학년은 1시면 귀가한다. 주변 엄마들이 방과후 수업과 돌봄교실 신청에 목을 메고 학원 시간표를 짜느라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 생소하기만 했다. 김씨는 “파트타임 일자리를 알아보다 포기했다. 대한민국은 엄마가 회사를 다니면서 걱정없이 아이를 키우기 불가능한 나라”라고 꼬집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1, 2위를 다투는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지만 아이들 학업시간은 상대적으로 짧다. 맞벌이부부가 늘어나면서 돌봄 공백이 커지자 학업시간 연장과 방과후 돌봄서비스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인력·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학업시간 연장과 돌봄 확충 모두 부정적이다. 교육기관인 학교에 보육까지 떠넘긴다며 불만이 많다. 지난해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엄마 1만 5800여명이 학교 개학을 전후해 사표를 써야 했던 이유다.

긴 근로시간, 짧은 수업시간 탓 학원으로 가는 초등학생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진행한 교육과정 편제 및 수업시수에 대한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OECD 주요국들의 초등학교 정규 수업시간은 4.5~5시간으로 점심시간을 포함해 오후 2~3시에 수업을 마친다. 수업시간이 짧은 축에 속하는 핀란드의 초등학교 수업시간은 최저 3시간이다. 나머지는 교사재량이다. 일본의 초등학교 1학년의 정규 수업시간은 3.75시간이다.

이에 반해 한국의 초등학교 1~2학년 수업시간은 2.93시간이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 주요 선진국 대비 1시간 이상 짧다. 연간 학습 시간으로 따져도 2017년 기준 OECD 평균이 800시간인데 반해 한국 초등학교는 655시간으로 미국(970시간), 캐나다(920시간), 핀란드(683시간), 일본(763시간)보다 훨씬 짧다.

반면 한국 근로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세계 최장 수준인 2069시간으로 OECD 평균(1764시간)보다 무려 300시간 이상 길다.

올해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워킹맘 이서연(가명)씨는 “어린이집은 저녁 9시까지 아이를 돌봐줬는데 초등학교는 1시면 하교한다. 돌봄교실 정원 초과로 아이 맡길 곳이 없어 1시부터 7시까지 학원 세곳을 순차적으로 보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교육 따로 보육 따로…유보통합 서둘러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는 저출산대책의 일환으로 초등학교 저학년 수업시간 연장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수업시간 연장 시 업무강도가 세질 수 밖에 없는 교사들의 반발이다.

저출산위원회 관계자는 “초등학교 수업시간 연장 필요성을 주장하는 위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논의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며 “10월께 로드맵을 내놓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업연장과 관련한 어떤 협의도 진행한 게 없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삼식 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장은 “교육과 돌봄이 단절돼 있는 상황에서 지금의 학교는 현실적으로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는 구조”라며 “학교는 보육의 영역이 아니라는 식의 부처이기주의가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은 유·아동 보육은 보건복지부, 초등생 이상 교육정책은 교육부 관할로 분리돼 있다.

최윤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문화교육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초등 돌봄교실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높은데 반해 학교에서는 초등돌봄을 보육의 영역이라 판단해 갈등이 생긴다”며 “저출산 해소를 위해 학교가 일정 부분 보육의 짐을 지고 가야하는게 맞다”고 강조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정책2국장은 “해외 선진국은 하교시간이 늦지만 우리나라 공교육처럼 책·걸상에 맞아 구조화된 수업이 아닌 놀이식 수업이 수업시간에 포함돼 있다”며 “아이들의 입장에서 과연 적합한 수업시간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공론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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