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이라 김소연 기자] 수년간 영국에서 살다 돌아온 김혜림(가명)씨는 아이 입학 때 초등학교 하교 시간을 알고 깜짝 놀랐다. 영국에서는 만3세 이상 아이가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오후 3시 이후다. 우리나라에선 초등학교 1학년은 1시면 귀가한다. 주변 엄마들이 방과후 수업과 돌봄교실 신청에 목을 메고 학원 시간표를 짜느라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 생소하기만 했다. 김씨는 “파트타임 일자리를 알아보다 포기했다. 대한민국은 엄마가 회사를 다니면서 걱정없이 아이를 키우기 불가능한 나라”라고 꼬집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1, 2위를 다투는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지만 아이들 학업시간은 상대적으로 짧다. 맞벌이부부가 늘어나면서 돌봄 공백이 커지자 학업시간 연장과 방과후 돌봄서비스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인력·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학업시간 연장과 돌봄 확충 모두 부정적이다. 교육기관인 학교에 보육까지 떠넘긴다며 불만이 많다. 지난해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엄마 1만 5800여명이 학교 개학을 전후해 사표를 써야 했던 이유다.
긴 근로시간, 짧은 수업시간 탓 학원으로 가는 초등학생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진행한 교육과정 편제 및 수업시수에 대한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OECD 주요국들의 초등학교 정규 수업시간은 4.5~5시간으로 점심시간을 포함해 오후 2~3시에 수업을 마친다. 수업시간이 짧은 축에 속하는 핀란드의 초등학교 수업시간은 최저 3시간이다. 나머지는 교사재량이다. 일본의 초등학교 1학년의 정규 수업시간은 3.75시간이다.
반면 한국 근로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세계 최장 수준인 2069시간으로 OECD 평균(1764시간)보다 무려 300시간 이상 길다.
올해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워킹맘 이서연(가명)씨는 “어린이집은 저녁 9시까지 아이를 돌봐줬는데 초등학교는 1시면 하교한다. 돌봄교실 정원 초과로 아이 맡길 곳이 없어 1시부터 7시까지 학원 세곳을 순차적으로 보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교육 따로 보육 따로…유보통합 서둘러야
저출산위원회 관계자는 “초등학교 수업시간 연장 필요성을 주장하는 위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논의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며 “10월께 로드맵을 내놓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업연장과 관련한 어떤 협의도 진행한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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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문화교육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초등 돌봄교실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높은데 반해 학교에서는 초등돌봄을 보육의 영역이라 판단해 갈등이 생긴다”며 “저출산 해소를 위해 학교가 일정 부분 보육의 짐을 지고 가야하는게 맞다”고 강조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정책2국장은 “해외 선진국은 하교시간이 늦지만 우리나라 공교육처럼 책·걸상에 맞아 구조화된 수업이 아닌 놀이식 수업이 수업시간에 포함돼 있다”며 “아이들의 입장에서 과연 적합한 수업시간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공론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