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김정은, 자발적 核포기 절대 안해…軍옵션 열어둬야"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학술행사에 참석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김 위원장이) 절대로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대북(對北) 강경파로 북한에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재임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先) 비핵화-후(後) 보상’, 일명 리비아 모델에 반대하는 등 주요 외교 현안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을 달리해 지난 10일 전격 경질됐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압박을 멈춰서는 안된다고 꾸준히 압박했다. 하지만 그의 강경노선은 미국 행정부 내부에서 잦은 불협화음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의 대북 정책을 에둘러 비판했다. 특히 북미 협상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나는 북한이 자발적으로 북핵을 포기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 정권이 하는 어떤 약속도 믿을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해법으로 제시한 리비아 모델에 대해 “실용적이지만 어렵다.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에 집중하는 것을 멈추고, 일정 시점엔 북한의 정권 교체, 핵개발 중단을 위한 군사 옵션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볼턴 전 보좌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 유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며, 이는 “세계를 위협하는,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이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이 세계에서 핵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며 너무 늦기 전에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일정한 시점에는 군사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의 미사일이 그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다른 국가에 판매할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핵협상 과정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준 탓에 유엔의 대북 제재 등을 피할 수 있는 상당한 기회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상에서 서두를 게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지금 우리는 북한과 고전적인 교착 상태에 있다. 북한은 우리가 그들에게 줘선 안 되는 무언가를 원하고 있다”며 “시간을 끌수록 핵 확산에 반대하는 세력이 불리해진다. 시간에 유연한 태도는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국가들에게는 이득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운반가능한 핵무기를 갖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정책이 돼야 한다. 북한은 (우리가) 언제나 말했듯이 제재를 위반한다. 전 세계적으로 대북 제재를 이끌어온 미국이 다른 이들에게 일관된 행동을 요구하려면 스스로 직접 (대북 제재를) 보여줘야 한다. 미국이 실패한다면 어떤 다른 국가 또는 국가들의 조합과 국제기구도 이를 대체할 수 없다. 우리가 실패하면 (북한의) 핵확산은 성공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볼턴이 드디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중대한 경고를 했다”고 진단했다. CNN은 볼턴 전 보좌관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 핵폐기-후보상’이라는 리비아 식 대북 정책에 강한 반대 의사를 표현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