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오토바이 나가" 아파트 갑질에…경비원·배달원 '乙의 싸움'

아파트 경비원, 배달원 폭행 혐의로 입건
배달 오토바이 출입 막은 고가 아파트…경비원-배달원 갈등 이어져
"한 군데 더 갈 수 있는 시간 허비" 배달원들 불만 호소
  • 등록 2021-03-18 오전 6:10:00

    수정 2021-03-18 오전 7:26:30

[이데일리 박기주 김대연 기자] 강남구 청담동 한 아파트단지가 배달 오토바이 출입을 막으면서 경비원과 배달원 간 폭행으로 번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민의 요구를 들어야 하는 경비원과 배달시간이 곧 돈과 직결되는 배달원, 이른바 ‘을과 을의 갈등’이 빚은 씁쓸한 촌극으로 확인됐다.

16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배달 오토바이들이 서 있다. 이 아파트는 단지 내에 배달 오토바이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사진=김대연 기자)
20억원대 초고가 아파트 경비원, 폭행 혐의 피고소

서울 강남경찰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배달원의 옷을 잡아당겨 넘어지게 한 청담동 한 아파트단지 경비원 최모(69)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과 사건 관계인 등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14일 음식을 배달하러 온 A씨가 오토바이를 몰고 아파트 단지 내로 진입하려 하자 “들어오면 안 된다. 당장 밖으로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A씨가 이를 무시했고 화가 난 최씨는 A씨의 옷에 달린 모자를 잡아당겨 넘어뜨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A씨는 최씨를 폭행죄로 고소했고, 최씨는 지난 16일 경찰에 출석해 이러한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토대로 조사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형사 절차에 따라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해당 아파트단지 주민 협의체에서 정한 규칙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7월 이 단지 동대표회의에서는 주민 안전 등을 이유로 배달 오토바이의 단지 출입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는 최근 실거래가가 약 20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단지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후 경비원과 배달원과의 갈등은 커지고 있다. 제지하려는 경비원과 이를 거부하는 배달원의 말싸움은 일상이고, 몸싸움으로 번져 경찰의 조사를 받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최씨와 마찬가지로 지난 1월 배달원과 시비가 붙어서 경찰서에 다녀왔다는 경비원 B(64)씨는 “동대표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이라고 하는데, 위에서 시키니까 그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 안으로 들어간 오토바이 배달원을) 쫓아가서 얘기해도 대꾸도 안 한다”며 “‘거지 같은 아파트’ 등 욕을 하도 많이 해서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렵다”며 혀를 내둘렀다. 또 다른 경비원 C씨도 “(오토바이를) 못들어오게 하면서 싸움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불편한 분위기는 주민들에게도 감지되고 있다. 아파트 주민 김모(14)군은 “집이 2층이라서 싸우는 소리가 잘 들린다”며 “(배달원과 경비원이 서로)반말은 기본이고, 초면인데 사람 취급도 안 하고 욕까지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청담동 한 아파트 단지에 ‘배달 오토바이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다. (사진= 김대연 기자)
“시간이 돈인데”…아파트 갑질에 배달원 분노

배달시간이 곧 돈과 직결되는 배달원들은 이러한 아파트에 대한 불만을 토해냈다. 이날 아파트 단지 앞에서 만난 배달원 허모(51)씨는 “단지가 넓으면 일반 아파트보다 10분은 더 걸린다”며 “시간이 돈이고, 한 군데 더 갈 수 있는데 못 가는 상황이 벌어져서 일부러 안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거기 간다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니라 기분이 안 좋다”며 “심지어 화물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토바이를 타고 들어가려다가 안내판을 보고 정차한 배달원 황모(40)씨도 “이 아파트는 워낙 커서 105동까지 200m 넘게 걸어가야 한다”며 “인도는 아이들이 많아 위험하니까 그렇다고 해도 지하 주차장까지 허용이 안 된다는 건 너무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고가 아파트 단지 주민의 ‘갑질’로 보일 수 있는 이 같은 모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배달대행기사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이 아파트 단지처럼 출입을 막는 ‘갑질 아파트’ 36곳에 대해 정책 개선을 해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걸어서 가야 하는 아파트는 보통의 배달지보다 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화물칸을 타게 하는 경우 수치심과 모멸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며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며 배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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