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가계부채' 주도권 잃은 금융당국..판박이 대책만

"관계부처 공동인식 필요"..3년전과 '판박이' 발언
최경환 부총리와 '코드맞추기' 비판도.."경제주체 힘 합쳐야"
  • 등록 2015-03-14 오전 6:00:00

    수정 2015-03-14 오전 6:00:00

[이데일리 나원식 기자] “기재부와 국토부, 한은, 금감원 등 정부 관계부처와 관계기관간 공조를 더욱더 강화해 공통된 문제인식과 대응방향을 토대로 정책의 유효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기관간 협조를 더욱더 공고히 해야 한다.”(2012년10월15일 김석동 금융위원장)

“기재부, 한은, 금융위 등 관련 부처들의 공동 인식과 노력이 필요한 만큼 취임하게 되면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에게 가계부채 협의체 구성을 건의하겠다.”(2015년3월15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

3년전 ‘대책’과 판박이..허울뿐인 협의체 될 수도

지난해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을 비롯한 정부는 수년전과 같은 대책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경기부양에 방점을 찍어왔던 기재부와는 다르게 상대적으로 ‘방어적’ 입장을 취했던 금융당국이 최근 들어 사실상 주도권을 상실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지난 1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관계부처가 공동대응할 수 있는 협의체를 제안하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11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첫 1%대로 인하해 가계부채 급증이 우려되자 정부는 즉각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임 내정자가 제안한 방안을 그가 취임하기도 전에 확정한 것은, 그만큼 정부가 가계부채와 관련해 내세울 카드가 없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임 내정자가 가계부채 문제 해소를 위해 내놓은 ‘부처간 공동대응’은 3년 전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내놓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정부는 이번에 만들어진 협의체에서 조율된 과제를 경제관계장관회의 또는 거시경제금융회의 등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김석동 전 위원장 역시 “거시경제금융협의회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관련기관간 협조를 공고히 하고, 산하 실무작업반(working group)의 기능을 확충해 가계부채에 대한 분석·점검·논의가 실질적이고 밀도 있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이번에 새롭게 ‘가계부채 관리협의체’를 구성했다고 의욕적으로 발표했지만, 각 부처 실무자들이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이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통해 내놓는 기존 방식과 사실상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금융당국, 경제부총리와 ‘코드맞추기’에 급급 비판도

더욱이 일각에서는 최경한 부총리 취임 이후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금융당국이 사실상 주도권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우선 금융당국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규제 완화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쳤지만 최근에는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4월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LTV, DTI 규제는 미세한 부분의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의 변화는 없다”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최경환 부총리가 취임 뒤 LTV·DTI 규제를 완화하자 금융당국의 입장은 바꼈다. 신 전 위원장은 LTV·DTI 완화에 대해 “소신대로 결정했다”고 했고, 이후 임 내정자 역시 “필요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3년 전까지만 해도 ‘미시적 대응’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김석동 전 위원장은 “금융부문에서는 그동안의 미시분석 체계를 더욱 확충하여 종합적이고 면밀한 상황분석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대응방안을 검토·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임 내정자의 경우 총량 관리보다는 ‘미시적 접근’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미시적이고 부분적인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 역시 협의체 구성을 발표하면서 ‘미시적·부분적 분석·관리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못 박았다.

임 내정자가 최경환 부총리와 ‘코드 맞추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임 내정자는 최 부총리가 “금융 부문에 뭔가 고장났다”면서 혁신을 강조하자 곧장 금융개혁추진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사청문회에선 기재부의 입장과 발맞춰 ‘경기부양’에 방점을 찍는 듯한 언급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금리 인하 필요성을 묻자 “경제를 살리기 위해 경제 주체들이 힘을 합쳐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사실상 한국은행도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부양에 동참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금융위는 금융시장의 안정을 목적으로 독립적으로 설치한 기구인데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기재부 정책에 사실상 종속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부가 힘을 모아 경기부양에 방점을 찍더라도, 마지막까지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정책의 핵심에 둬야 하는 금융당국의 수장으로는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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