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맛보기] ‘저녁이 있는 삶’ 손학규, 좌고우면 vs 와신상담

  • 등록 2016-06-11 오전 8:00:00

    수정 2016-06-11 오전 9:22:37

2012년 9월 16일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서울 경선 당시 손학규 후보 모습(사진=손학규 홈페이지)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저녁이 있는 삶’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선거 슬로건입니다. 단언컨대 한국 대선 역사상 이보다 멋진 대선 슬로건은 다시는 없을 듯합니다. 세계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빌 클린턴의 유명한 대선 슬로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또는 버락 오바마의 대선 슬로건 ‘변화, 우리는 할 수 있다(Change. Yes We Can)’ 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참으로 멋진 표현입니다. 다소 은유적 표현이지만 묵직한 시대적 과제를 담았습니다. ‘빨리빨리’만을 외쳤던 압축성장의 폐해에 대한 자성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여섯 글자에는 모든 문제가 녹아있습니다. 장시간 노동, 가족해체, 과도한 사교육비, 청년실업, 양극화 해소 등 우리 사회가 가장 풀기 힘든 문제들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은 곧 국민행복입니다. 아쉽게도 손학규는 아름다운 대선슬로건만 남긴 채 대권무대에서 비켜나있습니다.

◇화려한 스펙에 기자 선정 1위 후보…한나라당 꼬리표 악재

2012년 9월 16일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서울 경선 당시 손학규 후보 모습(사진=손학규 홈페이지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의 맞상대가 정동영이 아니라 손학규였다면 530여만표의 참패는 없었을 것이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의 맞상대로 문재인이 아니라 손학규가 나섰다면 정권교체가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취재 중 사석에서 만난 여야 정치권 관계자들이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역사에 가정은 불필요하지만 정치인 손학규의 경쟁력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것입니다.

손학규는 현존하는 여야 정치인 중 가장 화려한 스펙을 자랑합니다.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으로 서강대 정외과 교수를 지냈습니다. 병역 역시 만기병장으로 제대해서 흠잡을 때가 없습니다. 정치입문 이후 경력도 눈부실 정도입니다. 경기도 광명에서 3선 의원을 지냈고 보건복지부 장관(96.11∼97.8), 경기지사(2002.7∼2006.6) 등을 거쳤습니다. 특히 경기지사 시절에는 괄목할만한 외자유치 성적표로 대권후보로 급성장했습니다. 2007년 대선 정국 당시 손학규는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명박, 박근혜와 비교할 때 대중성에서 밀렸지만 정치부 기자가 선정한 1위 대선후보로 꼽힐 만큼 콘텐츠를 인정받았습니다. 아울러 100일 민생대장정은 정치인 손학규의 진정성을 평가하는 대표 브랜드가 됐습니다.

그러나 손학규는 일생일대의 모험을 감행합니다. 바로 한나라당 탈당(2007.3.19)입니다. 당시 여권은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었지만 실패합니다. 아무래도 한나라당 탈당이라는 꼬리표가 너무나 선명했던 게 문제였습니다. 남부러울 것 없는 과거 민주화운동 경력도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라고 비판한 악연 때문에 친노세력의 지지를 얻는데도 실패합니다. 손학규의 공식 홈페이지 경력란에는 아직도 정치입문 당시 민자당 경력 이후 한나라당 탈당 내용이 빠져있습니다. 그의 콤플렉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여소야대 3당 지형’ 손학규, 버스 막차를 놓쳤나?

2007년 대선 경선 패배 이후 손학규는 정중동 행보를 거듭합니다. 2007년 대선 참패 이후 대통합민주신당 대표, 통합민주당 대표, 민주당 대표 등을 맡으며 존폐 위기에 내몰린 당을 살려냈습니다. 18대 총선 당시 81석도 손학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총선 이후 2년간 춘천칩거에 들어갔다가 2010년 10월 민주당 전대에 나서 당 대표에 올랐습니다. 다음해인 2011년 4월 재보선에서는 여권의 텃밭 분당을에서 기적적인 승리를 일궈냅니다. 손학규는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이미 기울어진 시계추였습니다.

대선 패배 이후 독일로 유학을 떠났던 손학규는 2013년 귀국 이후 이듬해 7월 재보선에서 나섰다가 패배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며 전남 강진으로 내려갔습니다. 손학규는 새누리당의 과반 붕괴, 더민주의 수도권 압승, 국민의당의 호남석권 약진으로 마무리된 20대 총선을 전후로도 정중동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양측에서 러브콜이 쇄도했지만 총선지원이나 정계복귀에 대해 가타부타 별다른 언급이 없었습니다. 손학규는 선문답에 미소만을 날린 채 특정정당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본인과 인연을 맺었던 측근들을 대거 지원해 당선시키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여의도 일각에서는 손학규가 ‘장고 끝에 악수를 뒀다’고 평가합니다. 과감한 돌파가 필요할 때 좌고우면하는 학자 출신 정치인이 갖는 한계라는 지적입니다. 4.13 총선에서 야권분열로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두면 야권을 부활시키는 구원투수로 등판할 예정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총선 성적표에 활동공간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버스 막차는 이미 떠났다는 분석입니다.

물론 반론도 여전합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에는 여전히 손학규계로 불리는 지지세력이 적지 않기 때문에 내년 대선을 앞둔 그의 정치적 보폭은 여전히 유의미하다는 것입니다.

2012년 8월 10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저녁이 있는 삶’ 북콘서트(사진=손학규 홈페이지)
◇‘저녁이 있는 삶’ 손학규의 대선 슬로건이 될 수 있을까?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 손학규의 선택은 크게 3가지입니다. 더 이상 장고하면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이미 새판짜기 발언을 통해 본격적인 정치무대 복귀를 예고한 상황입니다.

우선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일 때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만큼 원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차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이라는 강력한 후보가 존재하는 만큼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2007년과 2012년에 이어 또다시 들러리를 설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가 들러리만 세 번 서려고 과거 한나라당을 탈당한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국민의당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안철수 대표는 물론 박지원 원내대표가 끝없이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국민의당이 호남 이미지에서 벗어나 수도권이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 손학규는 최적의 카드입니다. 다만 국민의당 역시 안철수라는 확고부동한 차기 주자가 있는 것은 여전히 걸림돌입니다.

마지막은 남은 변수는 제3지대에서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며 때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차기 대선을 1년 6개월 가량 남겨둔 여야의 정치지형은 매우 불안정합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등장으로 차기 지형은 뒤흔들렸습니다. 또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새한국의 비전이라는 정치결사체를 가동 중이고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복당 여부도 여전히 유동적입니다. 이 때문에 손학규가 더민주나 국민의당으로 들어가 거친 기동전에 나서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정계개편에 대비한 진지전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정계개편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대선후보로의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장고 끝 악수가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손학규의 최종 선택은 뭘까요. 그는 아직 한 번도 대선본선 무대에 나서보지 못했습니다. 손학규가 대선 본선에서 ‘저녁이 있는 삶’을 외치며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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