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성장률 알리는 '신호등'…韓 경제 기초체력 '빨간불'

한은의 잠재성장률 하향 가능성 재추계 의미
잠재성장률은 이상적 성장 경로로서 함의 커
“韓, 급격한 저성장…잠재성장률 공감 중요”
  • 등록 2016-10-24 오전 6:07:34

    수정 2016-10-24 오전 6:07:34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본격 재검토하려는 건 최근 대내외 경제를 둘러싼 구조적인 변화상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은 분기마다 나오는 경제성장률보다 훨씬 더 큰 함의를 지닌다. 경기의 단기적인 과열 혹은 후퇴와 상관없이 우리 경제가 가야 할 경로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일평균 생산량(캐파)이 4000대인 스마트폰 조립공장은 주문의 강도에 따라 5000대도, 3000대도 만들 수는 있다. 다만 평균적으로는 4000대를 생산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최신 장비를 도입해 5000대를 꾸준히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스마트폰 가격을 올려야 한다면 그 공장의 잠재적인 생산능력은 4000대다.

이를 한 나라의 경제로 확대해도 마찬가지다. 잠재성장률 3%의 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상황에 따라 0.5%포인트 이상 들쭉날쭉 할 수 있겠지만, 3%에 수렴하는 게 이상적이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매분기 혹은 매년 바뀌는 경제성장률이 과열인지 혹은 후퇴인지 판단하려면 잠재성장률을 파악해야 한다. 한은 인사들은 “잠재성장률은 추계방법에 따라 차이가 커 조심스럽다”고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국가대표 리서치센터’ 한은의 역할론이 중요하다는 관측도 많다.

한은, 잠재성장률 2%대로 낮출듯

한은이 대외적으로 밝힌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3.0~3.2%(2015~2018년)다. 2000년대 초반 5% 내외에서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여 3% 초반대까지 내려앉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은은 내부적으로 현재 이보다 아래로 떨어졌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최근 “내년 2.8% 성장률 전망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자영업 같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이 크게 증가하고 한계기업이 계속 급증하면서 노동생산성이 하락하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은 한 금융통화위원은 “청년층 실업이 심화하면서 20~30대 일을 한창 배울 기회를 놓칠 우려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청년층 실업도 성장잠재력 하락과 관련이 있다는 의미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생산가능인구의 급감도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했다.

한은 잠재성장률 추정, 왜 중요한가

한은은 가장 최근인 지난해 12월 잠재성장률을 공개할 때까지 “매우 굼뜨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설명이 어려운 ‘L자형 불황’이 이어지는 데도 2013년 4월 이후 3년 가까이 발표하지 않았던 탓이다. 이는 매년 경제전망 오류로 이어졌다. 정부가 내놓는 경제정책의 약발도 떨어졌다. 또다른 한은 관계자는 “잠재성장률은 성장잠재력과 경기판단에 있어 기준이 된다”면서 “이를 제대로 추정해야 재정·통화 등 거시정책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한은이 이번에 잠재성장률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려는 건 이런 차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경제계에서는 잠재성장률 추정이야말로 최고 수준의 연구인력을 가진 한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고위인사는 “잠재 GDP 측정은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면서도 “우리나라처럼 갑작스런 저성장을 경험할수록 각 경제주체들이 잠재성장률의 변화를 공감하는 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제의 기초체력은 도외시한 채 고성장 시대의 향수에만 젖어있으면, 각 경제주체들에 있어 득보다 실이 크다는 뜻이다. 잠재성장률의 추정은 경제가 고성장을 구가할 때보다 저성장 나락에 빠질 때 더 중요하다.

한은의 재추계 방침은 오히려 늦은 감도 있다. 민간 연구기관들은 이미 2%대 추계치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2015~2019년 잠재성장률을 2.5%로 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7%(2016~2020년)로 추정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최근 2.9%(2016~2020년)의 전망치를 공개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021~2025년 때는 2.5%로 급락할 것으로 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대욱 기자


“잠재성장률 높일 구조개혁 필수적”

한은은 이와 동시에 성장잠재력 확충이 시급하다는 기류도 있다. 잠재성장률은 고정돼 있는 게 아니다. 수시로 변한다. 인구변화, 자본투자, 기술진보 등 구조적 변수를 관리하면 잠재성장률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경기대응정책 외에 구조개혁도 중요하다는 게 한은 내부의 분위기다. 이주열 총재가 여기저기서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한은이 인용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규제완화와 노동개혁 등이 이뤄질 경우 장기적으로 우리 잠재성장률이 1~2%포인트 내외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조장옥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은 최근 국가미래연구원 기고를 통해 “잠재성장률은 다음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 2% 아래로 추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 스스로 우리에게 최적이라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한 발 앞서 개혁해야만 한다”며 “정부와 관료제도, 교육, 노동, 규제 등의 개혁을 통해 시장에 존재하는 경직성을 걷어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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