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임실엔 치즈만 있는게 아니더라, '치즈' 할 곳도 많더라

가을이 영그는 동네 ''전북 임실''
치즈테마파크서 한국치즈역사 살피고
치즈마을에서는 치즈만들며 ''찰칵''
때묻지 않은 자연경관이 압권인 ''옥정호''
김용택 시인도 예찬한 구담·진뫼마을
  • 등록 2017-09-01 오전 6:00:00

    수정 2017-09-01 오전 6:00:00

지난해 늦가을 국사봉 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옥정호와 붕어섬 전경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가을 문턱이다. 가을빛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하늘은 깨끗하고, 산과 들은 익어가는 소리로 향기롭다. ‘열매가 튼실하게 영그는 동네’ 전북 임실(任實)도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비옥한 토지를 자랑하는 풍요의 고장답게 어떤 작물을 재배해도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곳이 바로 임실이다. 임실의 풍요로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실 임실하면 머릿속에 공식처럼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임실치즈다. 워낙 유명해서 이제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입에 착착 감길 정도다. 마치 실과 바늘 같은 존재다. 어찌 보면 참으로 복 받은 동네가 임실이다. 가을 초입 여행길로 또 이만한 동네도 없다.

치즈마을 모차렐라 치즈만들기 체험


◇임실하면 ‘치즈’, 치즈하면 ‘임실’

임실치즈테마파크의 상징인 치즈 전망대에 오르면 유유히 풀을 뜯고 있는 산양과 치즈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임실은 한국 치즈의 발상지다. 임실치즈의 역사는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8년 전북 임실에 벨기에 출신 ‘파란 눈의 사제’ 디디에 세스테벤스가 선교사로 부임했다. 지정환이라는 한글 이름도 지었다. 그는 가난한 산촌 주민들을 위해 낙농업을 일으키기로 마음먹었다. 산이 많고 농경지가 적은 임실은 낙농 최적지라고 판단했다. 그는 염소 두 마리로 축산을 시작했다. 염소젖을 생산했지만, 판매가 신통치 않았다. 지 신부는 남은 염소젖을 이용해 치즈를 만들었다. 1967년 처음 생산한 치즈는 맛과 냄새가 생소하고 제조기술도 떨어져 실패를 거듭했다. 그러나 지 신부는 실망하지 않았다. 지 신부는 프랑스로 건너가 치즈 제조 기술을 배워왔다. ‘우유로 만든 두부’라며 주민 참여를 이끌었다. 1968년 국내 최초로 카망베르 치즈를 생산했다. 1970년에는 3개월 이상 보관 가능한 체다치즈를 만들어 조선호텔에 납품했다. 1976년부터 서울 명동 피자가게의 요청으로 모차렐라 치즈를 생산하며 국내 치즈 시장을 개척했다.

임실치즈마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치즈굽기 체험
‘치즈마을’은 한국 치즈의 원조 임실치즈의 뿌리를 가진 마을이다. 느티나무가 많아 느티마을로 불리다가 마을 총회에서 치즈마을로 개칭했다. 80개 농가 155명의 주민들이 합심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치즈마을’을 가꾸고 있다. 여기서는 직접 치즈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치즈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치즈마을 입구에서 경운기로 갈아타야 한다. 벼가 익어가는 푸른 논밭을 지나면 치즈마을이다. 체험실에서는 가장 만들기 쉬운 스트링 치즈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치즈 덩어리를 우선 뜨거운 물에 넣어 조물조물 반죽을 한 후 물에서 꺼내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뜨려 적당한 길이로 자르면, 결결이 찢어지는 스트링 치즈가 완성이다. 그 자리에서 먹고 남은 치즈는 박스에 고이 넣어 가지고 갈 수도 있다.

임실치즈테마파크의 상징인 치즈 전망대
임실치즈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만날 수 있는 치즈테마파크도 있다. 2011년 10월 개장했다. 스위스 아펜첼을 모델로 삼았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봤을 그 유명한 ‘아펜첼러 치즈’를 생산하는 곳이다. 테마파크는 축구장 19개 넓이의 드넓은 초원 위에 체험관, 홍보관, 레스토랑, 가공공장, 판매장, 치즈연구소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치즈 만들기, 유럽 정통음식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임실에서 생산된 청정원유로 순수자연주의 치즈 제조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세계의 다양한 치즈 요리와 피자를 만들어 맛볼 수도 있다. 홍보관에서는 한국 치즈의 역사인 임실 치즈가 탄생하기까지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초원을 산책하며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고 치즈캐슬에서는 동화 속 주인공이 돼 볼 수 있다.

영화 ‘아름다운 시절’ 촬영장소로 유명한 구담마을 강변사리 전망대에서 바라본 섬진강 상류.


◇때묻지 않은 임실의 풍경

옥정호는 1965년 섬진강다목적댐 건설로 형성된 인공호수다. 임실군 운암면·강진면과 정읍시·순창군 등 3개 시·군
김용택 시인의 생가 마루에 앉아 어린아이처럼 웃음 짓는 김용택 시인
에 걸쳐 있다. 노령산맥 오봉산과 국사봉이 양팔을 벌려 호수를 감싸 안은 형상을 하고 있다. 때 묻지 않은 빼어난 자연경관이 압권이다.

옥정호의 대표 풍경은 ‘붕어섬’. 산 위에서 올라 내려다보면 지느러미를 늘어뜨린 붕어를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붕어섬을 제대로 즐기려면 인근 국사봉이나 오봉산을 올라야 한다. 호수 주변을 둘러싼 산을 따라 등산로가 만들어져 있지만 국사봉 아래만 가도 붕어섬을 볼 수 있다. 걸어서 15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거리지만 가깝다고 만만하게 봤다간 큰코다치기 일쑤다. 급한 경사를 깎아 만든 곳이라 숨이 차오른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때쯤 나무데크다. 여기서 바라보는 붕어섬은 그나마 모양이 뚜렷하다. 이곳은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라 낮보다 새벽에 찾는 사람이 많다. 사실 옥정호의 백미는 물안개다. 땅과 물의 온도 차로 인해 동틀 때쯤 보이는 운해의 풍경은 선경을 떠올리게 할 만큼 몽환적이다. 초봄이나 늦봄에 가야 제대로 그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옥정호의 초가을을 제대로 즐기려면 수변을 따라 달리는 드라이브가 좋다. 13㎞의 옥정호 순환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가운데 우수상에 뽑힐 정도로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호수를 끼고 굽이치는 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는 맛이 일품이다.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촬영장소로 유명한 구담마을 강변사리 전망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관광객.
운전대를 잡았다면 국내 문학 창작의 요람지로 알려진 섬진강 상류 덕치면의 천담마을과 구담마을까지 달려보자. 이 일대를 돌아본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섬진강 지류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여기다. 봄에는 매화꽃이 만발해 매화마을로 불린다. 김용택 시인의 고향이기도 한 진뫼마을 앞강에는 마을 사람들이 손수 만들어놓은 징검다리가 있고, 오래도록 마을을 지키는 정자나무가 시인의 마음을 닮아가며 마을을 지켜주고 있다. 김용택 시인은 이곳에서 주변의 산과 들, 나무와 풀, 강물과 논밭을 노래해왔다. 김용택 시인이 ‘서럽도록 아름답다’고 했던, 시인의 단어를 만들어낸 서정(抒情)의 강변이 바로 이곳이다. 검은 암반 위로 유유히 흐르는 강물, 낮게 드리운 집들, 모든 풍경들이 한편의 시가 되기도 한다.

진뫼마을을 지나 천담마을과 그 아래 구담마을은 때 타지 않은 수더분한 맛이 있는 마을이다. 구담마을의 느티나무 언덕은 영화 ‘아름다운 시절’에서 아이들이 주인공 창희의 가묘를 만들어주던 곳이다. 여기서 바라보는 섬진강도 한폭의 그림같다. 산과 물이 서로를 비추고 적셔 주며 수더분한 자연의 정수를 보여 준다.

강진면 필봉농악 전수교육관 취락원에서 내달 9일까지 열리는 야간상설 연희극 ‘춤추는 상쇠, 필봉연가(筆峯宴歌)’.
◇여행메모

△가는길= 호남고속도로 전주 IC로 나와 전주시내(동부우회도로)를 관통해 17번 국도를 탄다. 전주에서 남원으로 약 30km 정도 가면 좌측으로 임실역을 지나 다시 좌회전해서 솟대로 장식한 홍살문을 지나면 치즈마을이다

△잠잘곳= 가족과 함께 임실을 찾았다면 한옥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필봉문화원의 명소 취락원이 운영하는 한옥스테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2~15인실까지 인원에 따라 숙박할 수 있다. 필봉문화원은 호남자도농악의 대표적인 마을풍악굿인 400년 역사의 필봉농악의 진수를 경험하기 위해 매년 3만여 명이 찾는 곳이다. 필봉농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풍물전시관과 한옥촌 취락원에선 다양한 전통문화도 체험할 수 있다.

△먹거리= 임실은 치즈를 활용한 먹거리가 많다. 스트링 치즈, 고다치즈, 산베르크 치즈, 콜비치즈 등 다양한 치즈들을 사서 먹어볼 수 있다. 치즈마을 여무누리 체험식당과 치즈테마파크 치즈캐슬 식당에선 치즈피자·치즈돈가스 등을 낸다. 섬진강 고장 임실엔 다슬기탕(다슬기수제비)을 내는 식당이 많다. 강진면사무소 앞 성원회관과 버스터미널 앞의 성심회관 등에 손님이 많다.

강진면사무소 앞 성원회관의 올갱이 해장국은 미역국에 올갱이를 많이 넣은 것 같은 맛과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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