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계에서 공공연하게 들리는 말이다. 최태원 회장이 던진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과 행복 경영 화두가 탁상공론에 머물지 않고 재계 공감을 이끌어내면서다. 이윤추구가 주요 목적인 그룹의 총수가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논하기 시작할 때 시장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 회장이 이런 남다른 경영철학을 구두에 그치지 않고 실제 기업현장에 접목하고 나서자 재계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 최초로 사회적 가치 성과를 화폐 단위로 환산해 관리하는 회계 시스템을 도입하는가 하면, 수평적 리더십과 기업문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미국 유력 경제전문지인 포브스는 200자 원고지 53매 분량의 장문기사에서 한국에서만 존재한다는 ‘chaebol’(재벌)이란 단어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최 회장이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 집중 조명하기도했다. 최 회장은 한국 재벌 총수로는 드물게 경제현안을 논하는 굵직한 글로벌 무대에도 자주 올라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소통 리더십·행복경영 가속화
그는 올초 회사 임직원들과 100회에 걸쳐 행복토크를 열겠다고 선언한 뒤 유례없는 ‘릴레이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행복토크는 “업무 현장에서 생기는 불편과 애로, 불합리는 대화와 소통, 제3의 대안을 찾는 방식으로 간극을 줄여야 한다”며 구성원들과 진솔한 대화를 갖고 싶다는 최 회장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급변하는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도 보다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SK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 혹은 신입사원 대상, 주요계열사나 번개미팅(즉석모임), 일부 사업장 방문 일정 등에 따라 그 구성과 형태는 다르지만, 토크 주제는 본질적인 구성원들의 행복으로 귀결된다. 사전 각본 없이 발언하고, 즉석에서 질문을 받거나 직접 물음을 던지는 식이다.
“내 워라밸 점수는 꽝”, “양말 하나만 바꿔도 소소한 행복이 된다”, “일주일에 100㎞를 걸으려고 한다” 등 행복토크 중 나온 최 회장의 촌철살인 발언이나 먹은 메뉴 및 마신 술, 옷차림(청바지·줄무늬 양말)도 사내에서 회자될 정도로 관심 대상이다. SK 관계자는 “사람을 만나 토론하기를 즐기고 상명하복식 스타일이 아니다”며 “행복추구의 주체인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동의와 실천을 구하기 위해 격의 없는 대화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일하는 혁신·다른 대기업으로 이어져
구성원의 행복에 방점을 둔 최 회장의 경영방침은 SK 기업문화에도 혁신을 가져다주고 있다는 평가다. SK서린사옥은 공유오피스로 리모델링해 직원들이 계열사, 부서 칸막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엔 부사장-전무-상무 등 임원 직급을 하나로 통일하는가 하면 임원 전용기사도 없앴다.
SK의 사회적 가치 추구는 단지 SK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를 산술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포스코, 바스프 등 기업들과 공동 논의 중이다. 특히 올해만 해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 3월 보아오포럼, 5월 상하이포럼, 1~3일 베이징포럼 등 국제학술행사에 적극 나서 사회적 가치 설파에 집중해왔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SK가 과감한 투자와 사업 확대로 몸집이 커지는 가운데, 그에 맞는 사회적 책임도 확대하는 모습”이라며 “다른 대기업 총수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최 회장의 경영철학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진다면 글로벌 리더의 모범적인 선례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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