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40년)④친환경, 미래수요를 잡는다

'그린 현대차' 이미지 통한 도약
하이브리드·연료전지 개발 서둘러
  • 등록 2007-12-24 오전 10:20:00

    수정 2007-12-24 오전 10:32:29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요즘 하이브리드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지? 왜 아무 얘기가 없나”
 
지난 9월 중순 현대차 양재동 본사 임원회의실. 임원회의를 주재하며 보고를 한창 받던 정몽구 회장이 갑자기 예상치 못한 돌발질문을 던졌다.
 
정 회장이 회의내용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질문을 한지라, 순간 비상이 걸렸다. 부랴부랴 담당자를 호출해 간신히 보고를 마쳐야 했던 임원들은 아직도 진땀을 뺀 기억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임원들은 한동안 잊고 있었던 하이브리드카 개발이 정 회장의 머릿속엔 늘 자리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인지하게 됐다. 
 
현대차(005380)가 ‘그린(Green) 이미지’를 통해 자동차의 새로운 패러다임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한 때 미국시장에서 장난감 차로 비유됐던 일본 도요타가 하이브리드카 개발·판매에 나서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던 것처럼, 현대차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도요타는 1997년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양산 모델인 프리우스를 출시하면서, 환경 친화적 이미지와 함께 첨단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로 탈바꿈했다. 마침 고유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이미 선점하고 있다.
 
현대차도 1990년초부터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본격 뛰어든 이후, 정몽구 회장의 친환경 경영 선포와 함께 친환경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초석을 다져왔다. 이제 현대차도 그린(Green) 이미지를 통해 자동차 톱 메이커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왔다.

◇ 미래차 원동력은 정몽구 회장의 '친환경경영'

현대차 하이브리드설계팀장 이기상 이사는 지난해 정몽구 회장이 남양연구소를 방문했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현대차 하이브리드카 시승을 마친 정 회장이 거두절미하고 “뭘 어떻게 했길래 차가 이렇게 좋아졌어?”라고 묻더란다. 자신을 포함한 임원들이 순간 당황해서 임기응변 답변을 했더니 “그 정도해서는 이렇게 좋아지지 못할텐데”라며, 정 회장이 대답을 미심쩍어 하며 돌아갔다고 한다 

정 회장이 돌아간 후 자세히 알아보니, 시승 전날 몇몇 직원들이 밤샘 작업을 해 최적의 주행 값을 입력했던 미묘한 차이를 정 회장이 몸으로 느꼈다는 것이다.
 
이 이사는 “일반인들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하이브리드카 승차감 변화에 대해서도 정 회장은 단숨에 알아낼 정도로 관심이 매우 높다”면서 “남양연구소내 하이브리드 연구소가 따로 지어져 개발이 진행된 것도 정 회장의 결단과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글로벌환경경영 선포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는 지난 2003년 6월 환경경영전략을 기업의 핵심 경영전략으로 승격시켰다. 국내외 환경기준에 맞는 제품을 개발·판매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환경보전활동을 하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사명을 천명한 셈이다.
 
아울러 저공해 차세대 친환경차인 하이브리드차와 연료전지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폐차의 부품 재사용 및 재활용이 쉬운 제품개발에 전략을 다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2005년 9월 세계 자동차업계로는 최초로 환경기술 전분야에 걸친 핵심연구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현대·기아차 환경기술 연구소’ 준공식도 가졌다.

◇ 하이브리드부터 연료전지까지

지난달 14일 중국 상하이. 미쉐린 그룹이 주관하고 중국 과학기술부가 지원한 세계 친환경차 경연대회 ‘2007 미쉐린 챌린지 비벤덤’ 대회에서 현대차 투싼 연료전지차(Fuel Cell Electric Vehicle)가 당당히 환경평가 전 부문에서 최고등급을 기록했다.
 
시보레 에퀴녹스(Equinox)와 메르세데스-벤츠 F-쎌(Cell) 등 11개 차종이 참가한 연료전지차 부문에서 참가차량 중 유일하게 환경평가 전 부문에서 최고등급인 ‘A’를 받은 것이다.  

현대차 연료전기개발팀 안병기 수석연구원은 “현대차가 연료전지자동차 개발사업에 뛰어든지 이제 9년이 흘렀다”고 말한 뒤, 잠시 회상에 들어갔다. 안 수석연구원은 “이제는 우리가 전시한 연료전지차량을 외국 엔지니어들이 분석하고, 우리기술 수준을 알고자 인터뷰 요청이 쇄도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차가 지난 95년부터 친환경차 개발에 나선 결과물이다. 하지만 연료전지 자동차는 대체연료인 수소를 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만큼, 양산단계에 이르기엔 아직 멀다. 대체로 연료전지 자동차의 상용화 여부는 2015년이나 2020년쯤이나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다.
 
때문에 현대차는 이미 실용화 단계에 있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개발에 최근 집중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가 양산에 들어갈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휘발유에 전기모터를 병행한 도요타나 혼다와 달리 LPG연료에 전기모터를 사용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 현대차 베르나 하이브리드카

현대차는 2009년 하반기 LPG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아반떼에 적용 양산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모터, 모터제어기, 베터리, 전압승강기(컨버터), 하이브리드 컨트롤 유닛(HCU) 등 주요부품을 100% 국산화 할 방침이다.  

현대차가 하이브리드 판매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현대차는 휘발유를 연료로 한 하이브리드 전기차도 쏘나타 모델에 적용하는 등 2010년에는 연간 30만대 규모의 하이브리드카 양산체제에 들어갈 계획이다.
 
또 이미 개발에 착수한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카에도 심혈을 기울여, 연료전지차로 가기 전 중간단계에서 양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현대·기아차 환경기술연구소 임태원 소장은 “현대·기아차가 독자 개발한 친환경차량과 운전·구동 시스템이 세계 최고임을 인정받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미래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임 소장은 또 “현대·기아차는 하이브리드차, 연료전지차 등 친환경 미래차 개발을 통해 미래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게 될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라며 “특히 막대한 투자비와 기술능력이 요구되는 친환경 기술 특성상 이 분야에 대한 선점은 뒤쫓아오는 중국 자동차업체에게 진입장벽이 되고 선진 자동차업체와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지원이 '절실'
 
현대차가 2009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중인 LPG 하이브리드카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행법상 LPG 차량은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 등 특수계층을 제외하곤 일반인 판매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대차는 일본 등 선진업체에 뒤진 국내업계가 하이브리드카 시장에 원활히 진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만을 위해 LPG 차량의 일반인 판매를 허용하는 것도 문제다. 이는 WTO 등 무역마찰 문제가 있는 만큼, 친환경차 범위에 LPG 차량도 포함시켜 법을 정비하는 절충안이 현재 구상중이다.  


 
여기에는 휘발유 엔진용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한 도요타나 혼다 등 하이브리드 선진업체들이 한국시장만을 노려 LPG 엔진용 하이브리드카를 따로 개발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제가 있다. 즉, 국내 하이브리드 산업도 보호하면서, 소비자들은 연료를 절감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카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도 “현재 우리나라 업체의 하이브리드 카 기술로 일본 업체를 따라잡기는 사실상 무리”라며 “우리나라 업체 입장에서는 하이브리드 카의 모델을 다양화하기보다는 하나에 집중해 틈새를 노려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또 “무엇보다 일단 첫 상용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업체에서는 더 많이 연구하고 정부 차원에서는 적극적으로 지원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지난 40년간 숱한 위기를 맞이했지만 고비 때마다 특유의 돌파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왔다. 이에 따라 친환경 미래형 자동차로 대변되는 자동차산업의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가 현대차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란 믿음을 가져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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