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악용소지 높다, 반입 금지해야”
지난달 29일, 존 켈리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테러리스트들은 비행기들을 떨어뜨리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특히 미국 항공기에 대해서 그렇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중요하게 언급된 테러 도구가 바로 노트북이다. 노트북에는 배터리가 탑재되는데, 이 공간에 폭발물을 넣는 경우 현재의 보안검색 장비로는 탐지에 한계가 있다. 설령 의심이 된다 해도 탑승객이 ‘노트북이 꼭 필요한데 무슨 근거로 막느냐’고 따지면 그 동안은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이 때문에 노트북을 이용한 테러 위협을 막고자 미국 정부가 강수를 꺼내든 것. 이미 지난 3월부터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 이슬람 지역의 8개국, 10개 공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항공기 탑승자에 대해 휴대전화보다 크기가 큰 노트북 등 전자제품의 반입을 금지한 상태. 이를 더욱 확대하려던 계획은 보류했지만, 영국 정부도 계속되는 테러에 비슷한 조치를 추진하면서 논란은 더욱 번지고 있다.
◇“화물칸은 더 위험해..실제 추락사고도”
리튬이온 배터리는 다시 충전해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납축전지보다 좋지만, 강한 충격을 받을 경우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위험 요인이 있다. 또 리튬이온 배터리의 폭발로 인한 화재는 전용 소화기를 사용해야 진화가 되는 등 까다로운 요인이 많다. 때문에 화물칸에 실을 경우 탑승객이나 승무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 밖에 노트북 자체가 화물칸에서 손상될 경우 항공사가 탑승객에게 배상을 해줄 책임이 생기는 점도 항공 업계에는 부담이다. 탑승객 입장에서도 파손 위험이 있는 화물칸에 노트북을 부치는데 대한 부담감이 있다.
종합해보면 결국 노트북은 이러나 저러나 ‘폭발물’ 취급을 받고 있다. 애물단지가 돼버린 셈이다. 항공기 탑승자가 노트북을 지참하는 경우는 업무상 필요한 경우도 있고, 긴 비행시간이나 환승 대기시간을 보내기 위한 용도일 수도 있다. 어느 이유에서건 포기하기 어렵다. 거기다 노트북 뿐 아니라 태블릿까지 제한 대상이 되어버린 탓에 대체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스마트폰은 작은 화면에 배터리도 제한적이라 완전한 대체재가 될 수 없는 상태.
혹자는 이로 인해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와 노트북 대여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농담 섞인 전망도 내놓는다. 주요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에 올려두고, 물리적으로 노트북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빌려서 사용하는 방식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이렇든 저렇든 소비자는 자신의 원래 사용하던 기기를 사용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노트북의 기내반입 금지 조치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일단 보류한 상태지만, 언제 다시 확대를 추진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갈수록 늘어나는 테러 위협에, 애꿎은 노트북만 애물단지가 돼버렸다.